우리 섬 여행

'해안지형의 백미', 굴업도 토끼섬 해식와 천연기념물 지정

모산재 2010. 7. 12. 16:17

 

물때가 맞지 않아서 토끼섬으로 건너가는 것은 어렵더라도 토끼섬이 있는 해안에는 가보고 싶은 것다. 그런데 벌써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 다 되었다. 1시 40분에 떠나는 배에 맞추어서 12시 반에 먹기로 한 점심이다.

 

 

시간이 빠듯하지만 일단 토끼섬 근처로 가보기로 한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으니 이번엔 꼭 보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목기미해변을 지나 다시 서섬으로 들어서 마을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 걷다가 고갯마루에서 왼쪽 산 능선으로 들어선다. 마음은 바쁜데 또다시 급한 봉우리를 넘어서 다시 바닷가로 내려갔다 돌아와야 하니 괜히 숨조차 가쁘고 힘겹다.

 

 

엉겅퀴 잎 위에 버드나무가지나방으로 보이는 나방이 한 마리 앉았다. 작년 가을에 왔을 때 목기미 부근의 풀밭에서 원없이 보았던 나방이다. 보통의 나방과는 달리 오전의 햇살 속에 부지런히 날아다녀 나방이 아니라 나비로 착각하기 쉬운 녀석이다.

 

 

 

 

 

어제 개머리 언덕과 마을 뒤에서 각각 귀하게 보았던 반디지치가 이곳 숲에서는 아주 흔하게 눈에 띈다.

 

 

 

 

 

 

그리고 철늦은 개별꽃이 피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정상적인 시기에 피는 꽃에 비해 꽃잎의 크기가 아주 작거나 불균형인 점이 특이하다.

 

 

 

 

 

그렇게 꽃들을 살피며 쉬엄쉬엄 고개를 넘어서니 능선의 숲길 사이로 토끼섬이 환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 섬에서 토끼를 길러 '토끼섬'이라고 불리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매가 토끼를 채가는 바람에 지금은 토끼가 살지 않는다고 한다.

 

 

토끼섬을 빛내 주려는 듯 바로 멀리 일직선상으로 남매의 슬픈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바위섬 선단여가 백아도와 울도를 배경으로 그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토끼섬은 문화재청이 "국내의 다른 장소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고 하여 지난 4월 1일 천연기념물 지정이 예고되었다. 토기섬은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해안 절벽 아랫부분에 깊고 좁은 통로 모양의 해식와(海蝕窪, notch)가 무려 120m, 높이 5~10m 정도로 대규모로 발달되어 간조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토끼섬 해식와는 해식 절벽 하부에 바닷물이 스며들고 한랭한 동절기 기후의 영향으로 풍화되면서 생겨나, 파도의 파식작용과 함께 발달이 가속화 되는데 이는 굴업도 주변의 기후, 화산암의 암석 조직, 조석간만의 차가 큰 해수의 침식작용이 절묘하게 상호 어우러져 형성된 지형이라고 한다.

 

토끼섬의 염풍화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라 한다.  

 

 

 

 

 

 

지난해(2009년) 지역 시민·환경단체 등에서 굴업도의 토끼섬과 개머리초원, 연평산 북쪽 해안 절벽 등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하였고, 문화재청은 올해 4월 1일 굴업도 해식지형(토끼섬)을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요청한 것 중 극히 일부인 토끼섬만을 지정한 것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식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일어났다. 문화재청이 CJ의 눈치를 보며 명분만 살린 면피성 행정을 하며 사실상 골프장을 개발하겠다는 CJ의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애초 환경단체들이 코끼리바위, 매 서식지 등 섬 전체에 존재하는 자연유산 3~5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는데, 굴업도를 개발하는 여지를 남긴 자체가 넌센스로 본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의혹을 증명이나 하듯 문화재청은 5월 21일 '옹진 굴업도 천연기념물 지정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문화재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현행 문화재 보호구역은 (지자체 별로 차이는 있지만) 문화재 반경 500m에 대해 개발행위를 제한하고 있는데 보도자료에서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건축 등 개발 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문화재 구역에서 500미터 이내 지역에서는 모든 개발 행위가 금지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한 것이다. 한마디로 개발 행위를 허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 지자체장인 옹진군수도 토끼섬 천연기념물 지정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막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 토끼섬 해식와의 장관

 

 

 

 

 

 

더보기

<문화재청 보도자료>

 

<옹진 굴업도(토끼섬) 해식지형>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옹진 굴업도 해식지형」을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굴업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군도에 속하는 면적 1.7km2 섬으로 1990년대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거론되면서 국민에게 다소 익숙한 곳으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바닷물의 침식으로 해안절벽에 생겨난 깊고 좁은 통로 모양의 해식와(海蝕窪)가 대규모로 발달(길이 약 120m, 깊이 3m~5m)해 있는 토끼섬은 국내의 다른 장소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토끼섬 해식와는 해식절벽 하부에 바닷물이 스며들고 한랭한 동절기 기후의 영향으로 풍화되면서 생겨나, 파도의 파식작용과 함께 발달이 가속화 되는데 이는 굴업도 주변의 기후, 화산암의 암석 조직, 조석간만의 차가 큰 해수의 침식작용이 절묘하게 상호 어우러져 형성된 지형이다.

문화재청이 이번에 지정 예고한 「옹진 굴업도 해식지형」은 30일간의 예고기간 동안 일반인, 관련학자,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천연기념물과 윤한정 042-481-4989                    류시영 042-481-4990

 

☞ 출처 : http://cha.korea.kr/gonews/branch.do?act=detailView&dataId=155453544§ionId=b_sec_1&type=news&currPage=8&flComment=1&flReply=0

 

 

 

 

토끼섬을 돌아본 후 다시 산봉우리를 넘어서 숙소로 돌아온다.

 

고갯길에는 한낮의 태양을 받으며 보리수나무의 희고 노란 꽃들이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맑은 햇살을 배경으로 진한 향기 대신 꽃을 담아 본다.

 

 

 

 

 

 

 

떠나는 배 시간이 오후 1시 40분이건만 벌써 사람들이 선착장을 향해 잇따라 넘어오고 있다. 이제 겨우 12시를 조금 넘었을 뿐인데...

 

 

서둔 보람이 있어 예정된 시간에 숙소에 닿아 할머니가 차려 준 점심상을 제시간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집에서 네 끼나 식사를 하면서도 새롭게만 느껴지는 이 상차림. 갯방풍무침, 고사리, 달래장아찌, 가시리, 풀가사리, 고추조림, 도라지, 그리고 생선국...

 

 

 

 

 

이장님(실은 올해 다른분이 이장을 맡게 되어 지금은 이장이 아니지만 외지인들은 아직도 이장님이라 부른다.)이 오늘은 배가 일찍 뜬다고 전하는 바람에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한 시도 채 안 되어 집을 나서 고개를 넘어 걷는다. 자기 집에 머문 손님들을 먼저 선착장으로 싣고 떠난 이장님이 천천히 식사하고 있으면 돌아와서 싣고 가겠다고 했지만...

 

무슨 배가 예정시간을 앞당겨 떠나도 되는 것인지... 참 이상타 생각하며 고개를 넘어서니 한낮의 땡볕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선착장길로 내려서지 않고 모두 시원한 숲그늘에 옹기종기 앉아서 쉬고 있다.

 

사람들이 쉬었다 가라며 말을 건다.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홀로 돌아다니니 무슨 여행 작가쯤으로 생각하는지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궁금해 하기도 하고 섬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기도 한다.

 

 

 

배는 올 생각도 않는데, 잠시 사람들 곁에서 휴식을 취하다 무료해져 해안길로 나선다. 도로를 넓히느라 포크레인으로 깨뜨린 바위단면이 참 독특하다. 콘크리트를 버무려 놓은 듯한 회색빛 암석 속에는 여러 종류의 알갱이 돌들이 섞여 있다.

 

화산 폭발 때에 분출되어 나온 쇄설물이 굳어진 응회암 속에 굳어진 이런 암석을 포획암이라 부른다.

 

 

 

 

 

 

 

굴업도는 거대한 공룡들과 날아다니는 익룡이 번성했던 중생대 백악기인 약 8천만~9천만년 전에 화산 폭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화산 폭발 때 터져 나온 암석과 화산재가 쌓여 응고된 응회암 등이 주된 지질을 이루고 있는데, 화산 폭발 때 터져 나와 화산재 속에 갇혀 있는 암석들을 '포획암'이라고 한다. 응회암은 시멘트와 모래, 자갈 등이 잘 섞여 굳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닮은 모습이다.

 

 

 

 

 

 

 

굴업도 가까운 바다에는 화산이 폭발했던 분화구가 있어 반원 모양 지형이 곳곳에 있다고 한다. 굴업도가 생기고 난 뒤에도 화산 폭발이 여러 차례 일어났고 강력한 지진으로 땅이 갈라진 틈에 화성암이 들어와 가래떡 같이 된 암맥도 섬 곳곳에 눈에 띈다.

 

선착장 앞 바다에는 높이가 100미터쯤 되는 수직 절벽 단층이 있어 화산과 지진 활동이 강도 높게 일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굴업도 주변 바다가 유난히 깊은 것도, 굴업도가 유독 독특하고 차별화된 해안 침식지형을 띠게 된 것도 이런 화산 지질 활동과 연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로 확장공사는 오늘도 쉼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을까지의 거리가 얼마되지 않고, 교통량도 많을 이유가 없는 섬에 저렇게 두꺼운 콘크리트를 부어가면서까지 도로를 넓혀야 하나 싶기도 하면서, 부디 저 정도로만 만족하고 더 많은 개발이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본다.

 

 

 

 

 

예정된 시간보다 배가 일찍 뜰 것이라 하더니 예정된 시간이 지나서도 배는 오지 않는다. 선착장 주변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땡볕이을 피해 갯바위 위의 숲속으로 숨어든다.

 

 

 

 

 

민박집에서 '가시리'라고 해서 반찬으로 먹었던 해초가 선착장 주변 갯바위에 붙어사는 모습이 보인다. 가시모양으로 짧고 뾰족하게 자라는 모습이 특이하다.

 

 

 

 

 

예정된 시간을 20분도 더 넘기고 2시가 넘은 시간에야 덕적도행 해양호가 나타난다. 잘못된 정보로 사람들이 한 시간 이상을 선착장에 지루한 시간을 기다린 셈이다.

 

 

1박 2일의 나홀로 굴업도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