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연평산 정상 오르며 바라보는 굴업도의 장관, (굴업도 지형)

모산재 2010. 7. 9. 22:30

 

목기미해변 모래톱을 지나면서 굴업도 동섬은 두 갈래로 갈라져 각각 느리고 긴 구릉으로 이어지고 그 끝에 높은 묏봉우리로 솟아 오른다. 북쪽(왼쪽) 방향으로 솟은 연평산(128.4m)과 동쪽(오른쪽) 방향으로 솟은 덕물산(138.5m)은 굴업도를 찾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 멋진 첫인상을 만들어 주는 굴업도의 상징과 같은 산이다.

 

 

연평산이나 덕물산으로 오르는 길이 쉽게 보이지 않는데, 백사장에 줄지어 서 있는 전봇대를 따라가면 통보리사초, 좀보리사초 등이 녹지를 이루고 있는 낮은 모래언덕 위에 폐허가 된 건물이 나타나고, 그 뒤 풀밭언덕에 난 한 사람의 발만 들여 놓을 수 있는 좁은 길을 찾아 능선으로 오르면 된다.

 

이정표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한적하고 외진 등산로이다. 능선 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연평산,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덕물산으로 가게 된다.

 

 

 

어느 쪽을 먼저 갈까.

 

결국 아직 가 보지 못한 덕물산은 아껴두고 지난해 가 보았던 연평산을 먼저 오르기로 한다. 새로운 곳을 뒤로 미루어야 지루함이 없을 것이다.

 

처음 오르는 언덕은 해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낮은 구릉으로 억새 등의 풀밭 풍경이 한동안 펼쳐진다. 능선 주변에는 예전 땅콩농사를 짓던 밭의 흔적들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고개를 들어 손에 잡힐 듯 말간 얼굴의 연평산을 바라본다. 풀밭 능선을 지나면 가파른 능선의 푸른 숲지대가 펼쳐지고, 숲지대를 지나면 바위봉우리인 연평산에 도달하게 된다.

 

 

 

 

 

 

풀밭 능선을 지나 숲 능선으로 접어드는 곳에서 뒤돌아본 목기미해변 방향.

 

땅콩농사를 지었던 밭의 흔적들이 또렷이 보인다. 그리고 오른쪽 해안에는 코끼리바위가 희미하게 보이고, 바로 아래에는 발달한 모래언덕이 보인다.

 

 

 

 

 

 

서쪽으로 뻗어나가 돌출된 언덕에 목기미 모래톱을 넘어서 불어온 남동풍이 연평산 언덕을 오르며 떨어뜨린 모래들이 쌓여 모래언덕(사구)이루어진 것이다.

 

 

 

 

 

목기미해변과 이쪽 모래언덕 시에에 돌출된 구릉 앞에 코끼리바위가 놓여 있다.

 

코끼리바위는 계절마다 온도차가 큰 지형상의 특성으로 금이 간 바위가 파도에 침식되어 떨어져 나가면서 우연히 생긴 것이라고 한다. 서쪽으로 향하는 해안에는 절벽에서 떨어진 응회암 덩어리가 너덜이 되어 널려 있다.

 

 

 

 

 

구릉을 넘어서면 소사나무 숲지대가 나타난다. 바람이 거센 곳이선지 소사나무는 거의 관목상으로 사람 키를 넘을 정도로 낮게 자랐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침식지형. 절리에 의해 떨어져 나간 절벽 아래쪽으로는 파도와 염분에 의해 물리적 화학적 침식을 당한 모습이 보인다. 이런 지형은 토끼섬을 비롯한 섬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북쪽 방향의 해안은 비교적 단조롭다. 그리고 남쪽 방향의 검은색 바위와 달리 바위의 색깔이 붉은 것이 눈에 띈다.

 

 

 

 

 

목 부분에서 잠시 초지를 형성하다가 다시 소사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길.

 

 

 

 

 

키 낮은 소사나무 숲길

 

 

 

 

 

가파른 너럭바위에 앉아 잠시 쉬면서 돌아보는 굴업도 풍경

 

 

 

 

 

소사나무 숲 능선을 타고 오르면 우뚝 솟은 연평산 바위봉우리가 막아선다. 길이 끊어지는가 싶은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바위 사이로 난 골에 숨어 있다. 알맞춤한 곳에 잡기 좋게 자란 소사나무 가지를 잡고 암벽을 오르면 숲을 통과한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고 곧 돌탑이 나타난다. 연평산 정상이다!

 

굴업도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이곳. 지금까지 타고 올라온 꿈틀거리는 능선의 등줄기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는 모래톱이 눈부시게 서섬으로 이어지는 풍경이 절로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다. 북쪽의 바다를 호수처럼 감싸는 듯한 해안절벽의 풍경도 멋지다.

 

 

 

 

 

 

망망대해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을 안고 맑은 바람을 거르며 빼곡히 들어선 그림 같은 숲. 덕물산과 더불어 연평산에 울창하게 들어선 이 숲이 바로 작년 문화재청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숲'이다.

 

오른쪽 해변은 빨간머래해변이다. 목기미해변과 큰말해변과 더불어 작은섬 굴업도가 자랑하는 멋진 해변이다. 잘 보면 해변 안쪽으로 습지가 보인다.

 

 

 

 

 

멀리 수평선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덕적군도들. 왼쪽에서부터 차례로 선갑도, 가도와 각흘도, 지도, 울도, 백아도이다.

 

 

 

 

 

 

서섬의 개머리 구릉 방향 풍경

 

 

 

 

 

동쪽으로 보이는 덕물산. 그 너머로 문갑도와 선갑도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고, 오른쪽 끝으로 작은 섬 가도와 각흘도가 포개져 보인다. 빨간모래해변은 어찌 보면 푸른 바다와 대비되어 무지개를 보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생기기도 한다.

 

 

 

 

 

오전 반나절이 지나가고 있는데고 덕물산 너머 동쪽 바다에는 바다안개(해무)가 아직 걷히지 않았다.

 

굴업도의 다른쪽 해안과는 달리 이곳에만 유난히 안개가 많은 것이 특이한데 여기에는 지형적인 이유가 있다. 서해가 다 그렇듯 굴업도 주변의 바다 수심이 대개 10~15m인데, 굴업도 동쪽에는 갑자기 80~90m로 떨어지는 커다란 해저 골짜기가 있다고 한다. 바로 거대한 단층이 2~4개나 지나기 때문이다. 한때 굴업도를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되었다가 포기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름철에 이 단층대의 해저 골짜기를 따라 주변보다 찬 물이 조류를 타고 흘러들어와 더운 공기와 만나 짙은 안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단순히 안개를 발생시키는 것에 끝나지 않고 바닷물의 소금기와 어울려 굴업도 해안의 바위를 녹여내는 해식작용까지 한다는 것이다. 굴업도가 주풍향인 서풍과 남동풍을 병풍처럼 가로막는 남북방향으로 위치하다보니 섬의 동쪽에는 앵수대로 인한 안개와 소금기에 의해 화학적 침식이 서쪽에서는 바람과 파도에 의해 물리적 침식이 우세한 독특한 지형을 낳았다는 것이다.

 

 

 

다시 덕물산으로 오르기 위해 봉우리를 내려서려다가 소사나무 숲속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에 그만 넋을 빼앗겨 버린다.

 

 

 

 

 

 

 

"기운이 맑고 깨끗하다"는 뜻을 가진 '소쇄(瀟灑)'란 낱말이 절로 떠오른다. 맑은 햇살이 비쳐드는 숲을 어루만지며 들어온 바람이 땀을 씻고 지나갔나 했는데 어느덧 허파로 숨어든 서늘한 산소 분자들이 세속에 찌든 온 몸의 세포를 씻어내는 듯정신이 맑아지며 감미로운 느낌에 젖어든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세속에 대한 강박증 버리고 그냥 이대로 이곳에 며칠이고 간에 이곳 숲속에서 숨쉬며 살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할 뿐이다.

 

그렇게 떠나지 못하고 짧게도 숨쉬어 보고 길게도 호흡해보며 숲바람과 놀기를 30여 분간이나 즐기다가 겨우 발걸음을 옮길 마음을 먹는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를 훌쩍 넘기고 있다. 덕물산을 다녀가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나는 듯이 능선을 따라 덕물산으로 달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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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업도 주변 바다 지형

 

덕적도에서 굴업도로 갈 때 여객선은 문갑도를 지나며 바로 정면에 있는 굴업도로 직진하지 못하고 덕적도와 선미도가 있는 오른쪽으로 빙 돌아간다. 덕적도와 문갑도 사이 바다 깊이가 바지를 걷어 올리고 걸어 다녀도 될 정도인 수심 30센티미터에서 1미터 안팎인 곳이 많아 직선으로 가면 풀등이라고 불리는 모래밭에 파묻혀 꼼짝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과 맞닿은 서해의 평균 수심은 42.5미터로 동해에 비해 매우 얕으며, 인천에서 덕적도까지 뱃길 구간 깊이도 10여 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인천 앞바다인 경기만은 수심이 얕아 풀등이 많고, 밀물과 썰물의 높이 차이가 세계에서 제일 크다. 이 또한 바다 깊이가 얕기 때문에 달의 인력이 크게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굴업도 주변은 선착장 앞 바다가 수심 100미터에 달할 만큼 대단히 깊다. 한반도 서남해에서 가장 깊은 지역이다. 과거에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이 강력한 화산 지진 활동이 일어나 커다란 분화구가 생기고 지층이 갈라져 100미터나 되는 수직 절벽 단층을 만들어냄으로써 이렇게 깊은 바다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이곳은 밀물과 썰물의 흐름과 계절에 따라 바닷물 흐름이 바뀌는 ‘바다 속의 강’이 되었다. 즉, 굴업도는 깊은 '바다 호수' 가운데 우뚝 선 섬인 것이다.

-이상영(관동대 지리교육과)

http://econature.co.kr/?mid=ecmagazine&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자연과 생태 2009년 6월호 Vol.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