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늦가을 굴업도 (3) 걷는 즐거움, 목기미 해변과 연평산

모산재 2010. 12. 16. 09:42

 

슬로시티라고 하여 청산도와 증도와 같은 섬이 있지만, 이들 섬이 진정한 위미에서 슬로시티라 할 수 있을까.

 

 

 

육지에서 차량을 가지고 가서 쌩쌩 달리며 관광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면 그건 무늬만 슬로시티일 뿐이다. 전주 한옥마을도 슬로시티를 내세우지만 태조로나 기린로 같은 도로는 강박감을 줄 정도로 차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선유도나 거문도, 매물도, 그리고 굴업도 정도라면 진정 슬로시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는 차량의 편의성과 위험성, 그 어느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슬로시티는 명실상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굴업도야말로 최고의 슬로시티 자격을 가진 섬이다.

 

작은 섬이지만 동서남북으로 혹은 긴 머리를 내밀고 절벽 섬을 내밀어서 나고 드는 해안선이 어디 한군데도 밋밋한 곳이 없다. 머리를 내민 구릉은 완만히 높아지다 높은 봉우리를 이루고 그 너머는 절벽으로 마감하며 바다를 만난다. 커다란 백사장만 두 군데를 포함하여 백사장이 세 군데나 있다. 능선은 초지를 이루다가도 소사나무 숲이 두르기도 하여 변화가 기막히다. 걷는 길로 이보다 완벽한 곳이 있을까.

 

 

 

그러나 굴업도는 슬로시티를 선택하는 대신에 대기업의 골프장 개발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자고 일어난 아침 연평산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섰다.

 

 

 

마을 입구 울타리처럼 심어진 병아리꽃나무에 때 아닌 꽃 몇 송이가 함초롬이 피었다.

 

 

 

 

 

마을 뒤 꼬불꼬불 돌아가는 길이 즐겁다.

 

 

 

 

 

비가 올까 봐 조마조마하였는데, 흐리기는 하여도 다행히 비가 올 듯한 날씨는 아니다.

 

 

 

 

마을을 넘어서자 굴업도에서 가장 긴 목기미해변이 나타난다. 모래의 감촉을 즐기며 해변을 따라 한참 걷다보면 어느새 연평산과 덕물산 오르는 언덕이 나타난다.

 

 

 

왼쪽으로는 굴업도 최대의 해안사구가 보이고 그 너머로 솟아있는 연평산 바위봉우리가 나타난다. 해안사구는 다시 규모가 작아진 모습이다.

 

 

 

 

 

 

동쪽 덕물산 방향

 

 

 

 

 

 

보름을 갓 지난 달이 아직 지지 않은 채 서쪽 수평선 위에 남았다.

 

 

 

 

 

 

 

해변에서 연평산으로 오르는 언덕으로 올라서는데 어디선가 강력한 향기가 날아와 코를 자극한다.

 

보니 보리밥나무가 꽃을 피웠다. 6월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 붉게 익는 보리수나무와 달리 보리밥나무는 11월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이듬해 5월에야 붉은 열매를 단다. 겨울을 나며 열매를 성숙시키는 상록수이다.

 

 

 

 

 

 

굴업도 제3의 해변인 빨간모래해변. 그 안쪽에는 석호와 비슷한 작은 사구습지가 있다. 여기에는 민물 수서동물이 살고 있다.

 

 

 

 

 

CJ 사람들은 개머리 언덕을 밀어서 골프장을 짓게 되면 그곳의 식물들을 이곳에 옮겨 식물원을 만들어 보존하겠다고 하였지...

 

 

 

멀리 능선에서 바라본 코끼리바위. 바다의 침식에 의해 생긴 절묘한 바위 형상이다.

 

 

 

 

 

연평산을 오르는 능선은 개머리 능선과는 또다른 묘미가 있다. 개머리언덕이 비교적 넓고 느리며 초지 위주라면, 이곳 능선은 좁고 가파르고 굴곡이 많으며 소사나무숲과 공활한 초지가 번갈아 나타나는 묘미가 있는 곳이다. 굴업도를 걷는 즐거움은 이런 다양한 지형에서 나온다.

 

 

 

 

 

소사나무 숲 사이에 자리잡은 너럭바위 비탈에서 되돌아본 목기미해변 방향. 남쪽 해안의 백사장과 모래언덕, 북쪽 해안의 바위절벽을 이룬 해식지형의 선명한 대비가 재미있다.

 

 

 

 

 

 

연평산 정상에서 바라본 굴업도 전경

 

 

 

 

 

가을빛 머금은 장구밤나무 열매

 

 

 

 

 

다시 내려오면서 본 목기미. 그 사이에 썰물로 물이 빠져나가고 호수 같은 바다는 바닥을 드러냈다.

 

 

 

 

 

 

 

 

 

목기미 해변, 닻이 있는 풍경

 

 

 

 

 

 

 

 

 

 

흐리기만 했던 아침 날씨가 그 사이에 환하게 비뀌었다.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