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늦가을 굴업도 (5) 토끼섬의 절경, 거대한 해식와

모산재 2010. 12. 17. 21:00

 

세번째 찾은 굴업도에서 비로소 토끼섬(목섬) 오르는 감격을 맛본다. 밀물과 썰물의 차가 커지는 그믐이나 보름 가까운 때라야 바닷길이 열리니 때를 맞춰 방문하기가 좀 어려운 일인가.

 

능선 오르는 것은 뒤로 미루고 해안을 돌며 해식절벽부터 돌아보기로 한다.

 

 

바로 보이는 토끼섬의 북서쪽은 해식절벽이 그리 발달되지 않은 모습이다.

 

 

 

 

 

토끼섬의 동쪽으로 돌아들자 거대한 해식와의 장관이 펼쳐진다.

 

 

 

 

 

토끼섬은 "국내의 다른 장소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고 하여 작년 4월 1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하였다.

 

위에서 보듯 해안 절벽 아랫부분에 깊고 좁은 통로 모양의 지형을 해식와(海蝕窪, notch)라고 하는데,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다. 길이 120m, 높이 5~10m 정도로 대규모로 발달된 것이다.

 

 

 

썰물이 물러가고 군데군데 바닷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 주변에는 갯강구가 돌아다니고 있다.

 

 

 

 

 

토끼섬의 해식와는 굴업도 주변의 기후, 화산암의 암석 조직, 조석간만의 차가 큰 해수의 침식작용이 절묘하게 상호 어우러져 형성된 지형이라고 한다. 해식 절벽 아랫부분에 바닷물이 스며들고 한랭한 동절기 기후의 영향으로 풍화되면서 생겨나, 파도의 파식작용과 함께 발달이 가속화된 것이다.

 

 

 

토끼섬의 염풍화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 한다. 이런 지형은 토끼섬만 아니라 연평산 동쪽 해안에도 나타나고 있다.

 

 

 

 

 

 

 

해안절벽 꼭대기, 부식토가 자리잡은 바위틈에는 산국이 뿌리를 내리고 노란꽃들을 흐드러지게 피웠다.

 

 

 

 

 

 

▼ 토끼섬 해식와와 해안 풍경

 

 

 

 

 

 

 

 

 

▼ 토끼섬 남쪽 끝

 

 

 

 

 

 

토끼섬의 남쪽 끝의 지질은 앞에서 보았던 해식와 지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진흙이 곤죽되어 쌓였다가 암석이 된 듯한 이 특이한 지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흙바위 위에는 해국이 하늘 닮은 보랏빛 꽃을 피웠다.

 

 

 

 

 

 

 

토끼섬의 남쪽 끝에서 능선을 타고 오른다.

 

 

 

 

 

 

능선은 온통 우거진 억새밭. 사람의 발길을 거의 허락하지 않은 곳이라 길이 없다.

 

 

 

남쪽 바다는 정오의 햇살에 제 빛깔을 잃고 하얗게 바랬다.

 

 

 

 

 

▼ 토끼섬 능선 너머로 보이는 굴업도 전경

 

 

 

 

 

 

 

종피와 열매 껍질이 모두 노란 노랑노박덩굴 열매를 만나고,

 

 

 

 

 

만나기 쉽지 않은 산해박 열매도 발견한다.

 

 

 

 

 

돌아보는 능선, 햇살에 반짝이며 일렁이는 억새꽃 물결은 가슴 먹먹한 감동을 준다.

 

 

 

 

 

 

한때 이곳에 토끼를 방목하였다 하여 토끼섬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가 굴업도에 자생하고 있었으니 토끼가 부지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네발나비 한 마리를 만난다...

 

 

 

 

 

정오가 지나면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는데, 아직은 여유가 있다.

 

 

 

 

 

 

토끼섬을 내려서기 전 둘러보는 굴업도 풍경.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 수 있을까...!

 

 

 

 

 

 

 

 

 

 

 

작년 4월에 토끼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되었지만, 이후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무 소식이 없다.

 

 

 

원래 환경단체에서는 이 토끼섬만이 아니라 매 서식지인 개머리초원과 연평산 북쪽 해안 절벽 등 3곳을 천연기념물로 까지 포함해서 천연기념물 지정을 문화재청에 건의한 바 있다. 굴업도는 국내 최대의 매 번식지인데, 매는 환경부 멸종위기 1급종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토끼섬의 해식 지형에만 한정하여 보존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CJ그룹의 굴업도 골프장 개발에 사실상 길을 터 준 결정을 하였다.

 

 

다행히 년 6월 지방선거에서 환경단체의 입장을 수용한 야당이 승리하여 한숨을 돌리는 듯하였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섬 곳곳에는 섬 주민들의 이름으로 굴업도 개발 찬성 플래카드가 나붙고 있다.

 

 

 

그리고 새해들어 굴업도 골프장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