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덕물산에서 바라보는 굴업도 전경, 빨간모래해변과 사구습지

모산재 2010. 7. 9. 23:30

 

다시 연평산과 덕물산으로 갈라지는 능선의 삼거리로 와서 덕물산 쪽으로 접어든다. 덕물산을 찾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인지 덕물산으로 접어드는 길은 흔적만 있을 뿐 희미하다.

 

 

구릉 너머로 굴업도 제3의 모래해안인 빨간모래해변이 보인다.

 

빨간모래해변은 덕물산과 연평산 사이 주머니 모양의 해변(pocket beach)에 북쪽을 향해 자리잡은 독특한 해변이다. 이 해변은 남쪽을 바라보고 형성된 큰말해변이나 목기미해변의 모래와는 달리 뚜렷한 붉은색을 띄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해안 주변이 단층 지형이다보니 수심이 깊고 물결이 빨라 바깥바다에서 모래가 흘러들지 못하고 만 내부 해안에서 풍화된 모래가 쌓인 것이다. 내부 해안의 바위는 점토 크기의 세립질 입자가 층상구조로 퇴적되어 얇게 잘 벗겨지는 셰일(shale) 계통으로 철분 함량이 많아 붉은 색을 띠는데,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형이라고 한다.

 

그리고 빨간모래해변 안쪽으로는 해안사구 습지인 목기미 연못이 보이는데, 일 년 중 절반 동안 물이 마른다고 한다. 굴업도에는 담수가 흐르는 곳이 없는데 비가 내릴 때에만 일시적으로 이곳에 비가 고일 분이다. 일년의 절반은 물이 사라지지만 습한 땅 속에서도 생명들이 생존하여 민물어종인 미꾸리를 비롯해 물방개 등 50여 종의 물벌레가 서식하는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굴업도 주민들은 물기에 젖은 땅속에 숨어 있는 미꾸리를 삽으로 파엎어 잡아서 추어탕을 끓여먹기도 했다는 재미있는 증언이 있기도 하다.

 

덕물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길 주변은 풀밭을 이루고 있지만 능선에서 어느 정도 물러선 경사면에는 소사나무 숲이 들어선 풍경이다.

 

멀리 북서쪽으로 연평산의 모습이 보이고, 빨간모래해변이 끝나는 서쪽에서부터 해식와 지형이 보인다. 덕물산에 오르기 전에는 몰랐던 모습이다.

  

 

 

토끼섬에 보이는 해식와(海蝕窪) 지형이 연평산 발치 해안에서도 뚜렷이 보인다. 해식와는 한자어 그대로 '바다가 파먹은 웅덩이', 곧 해안 주변의 바위가 바닷물에 섞인 염분 때문에 서서히 녹으면서 절벽 아래 생기는 좁고 긴 침식지형을 말하는데, 노치(norch)라고도 한다.

 

이 부근을 지나는 단층대의 깊은 골짜기로 차가운 물이 흘러들어 높은 온도의 대기와 만나 안개를 일으키고, 염분이 해안의 바위에 작용하여 침식된 독특한 지형이라는 것이다.

 

  

 

덕물산 중턱 넓은 풀밭 언덕의 팽나무 그늘 아래 원색의 텐트 하나가 나타난다.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한쌍의 연인이 호젓한 섬 언덕에서 낭만의 하룻밤을 보낸 후 라면을 끓여서 먹고 있다. 청춘이 부럽다~.

 

 

 

덕물산 정상 아래에 높이 솟은 바위에서 바라본 목기미해안과 그 너머의 서섬 전경

 

 

 

목기미해안과 빨간모래해안

 

 

 

덕물산과 이어지는 연평산

 

 

 

 

목기미해안 전경. 아래쪽에 야영을 하는 연인과 텐트가 보인다.

 

 

 

 

남쪽으로 보이는 덕적군도의 남서 방향 섬들. 차례대로 선갑도, 가도와 각흘도, 지도, 울도, 백아도이다.

 

 

 

선착장 너머로 보이는 토끼섬. 해식와 지형이 보인다.

 

 

 

 

중간 바위봉우리를 지나면서부터는 비탈진 경사면을 따라 난 길이 몹시 협소하다. 소사나무들이 우세종인 가운데 진달래들이 군데군데 잘고 있었지만 대부분 햇볕 경쟁에서 밀려난 탓인지 말라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덕물산 봉우리 발치에 도달하면서부터는 길이 사라졌다. 여기저기 염소똥인지 사슴똥인지가 널려 있어 사람보다는 가축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지 싶다.

 

길이 없으니 길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결을 이룬 너럭바위 절벽 틈을 따라 오르니 또 숲으로 이어진다. 보이지도 않건만 인기척에 놀란 염소들이 "메에에에~" 하고 울어대며 황급히 도망가는 발굽소리가 어지럽게 들린다.

 

 

그리고 또다시 너럭바위 위에서 잠시 땀을 닦으며 굴업도의 서쪽 방향을 바라본다. 아름답다~.

 

 

 

길은 있으되 어지럽게 흩어진 길은 길이 아니다. 소사나무 가지를 헤집고 거미줄을 온몸에 받으며 겨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은 정상이로되 덕물산 정상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전망이 별로다. 전망은 방금 전에 지나왔던 바로 아래쪽 숲속에 비교적 넓게 드러난 비탈진 너럭바위에서만 가능하다.

 

 

 

북서쪽으로 보이는 연평산 전경. 빨간모래해변과 연평산 사이에 해식와 지형이 보인다.

 

 

 

덕물산 동쪽 바다의 풍경도 보았으면 좋으련만 빼곡하게 들어선 숲이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까 그 쪽으로 사라졌던 염소의 울을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올 뿐.

 

 

하릴없이 발길을 돌리고 왔던 길로 되짚어 내려온다.

 

아까 보았던 두 연인은 여전히 나무 그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커다란 이팝나무는  쨍쨍한 한낮의 햇볕 속에서 하얀 쌀밥을 온 가지에 수북하게 달고서 자랑하고 섰다.

 

 

 

그리고 낮은 언덕으로 들어서면서 덕물산의 남쪽해안, 목기미해안의 동쪽 끝으로 내려서기로 한다. 이곳 남쪽 산발치에도 계단식 밭과 민가의 흔적이 남아 있다. 모래바람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해안에서 꽤 먼 숲인데도 모래에 발이 빠질 정도이다.

 

 

한 할머니가 고사리를 꺾고 있다. 인사를 하니 어디서 왔느냐, 어느 집에서 머물렀느냐 묻는다. 이곳의 밭에도 땅콩농사를 지었다고 하며 고사리가 많아서 고사리를 꺾으러 왔다고 한다. 

  

 

 

발이 푹푹 빠지는 비탈을 겨우 내려와 바닷가로 내려선다. 목기미 모래톱으로 이어진 굴업도해수욕장의 동쪽 끝은 이렇게 해안절벽으로 마감된다. 

 

 

 

 

굴업도해수욕장. 작은섬에 이렇게 긴 백사장이 발달한 것이 얼마나 놀라운가. 

 

 

 

큰말해수욕장에서도 그러했듯이 이곳의 산발치 모래언덕에도 거대한 자연 고사리밭이 형성되어 있다.  

 

 

 

해안 곳곳에는 이렇게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들을 만날 수 있다. 원래 화산이 폭발하여 만들어진 지형에다 안개로 인한 습도와 염분과 화학적 작용을 일으켜 이와 같은 독특한 암석지형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건조하고 온도가 높은 굴업도의 서쪽은 거센 파도에 의해 바위가 절리를 따라 무너져 내려 절벽을 이룬 모습이 많지만, 파도의 영향을 덜 받는 대신 습도와 소금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동쪽 해안에선 바위가 부식돼 빵껍질처럼 부풀어오르고 벌집 모양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