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

인도 (25) 바라나시, 강가 신에게 바치는 불의 제전 '아르티 푸자'

모산재 2016. 4. 3. 23:37


사르나트 유적을 돌아보고 다시 바라나시의 호텔로 돌아와 2시간 정도 푹 쉬다가, 오후 늦은 시각 아르티 푸자(arati puja) 의식을 보기 위해 출발한다.


하루 종일 햇빛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흐린 탓으로 기분마저 우울해진다.




저녁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는 거리에는 19세기의 탈것들이 달리고 있다.


우리도 페달을 밟는 릭샤를 잡아타고 다사와스메드 가트로 향한다. 청자켓을 입은 릭샤왈라, 선 자세로 낡은 슬리퍼를 걸친 거친 맨발로 안간힘을 쓰며 페달을 밟느라 씰룩거리며 교차하는 앙상한 엉덩이에 자꾸 눈이 가며 나는 또 맘이 안 좋아진다. 그러건 말건 릭샤왈라는 자신의 운명을 달게 받아 들이고 노동에 열중할 뿐이다. 나의 감상이 사치일 뿐인지도 모른다. 






가트 입구의 보행자 거리에 들어서니 저녁 불빛이 환하게 밝혀졌다.


메인가트 입구에 몰려드는 인파들, 이 시대착오적 풍경으로 향하는 행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장작 위에 올려 놓은 시신들이 불길로 타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싶어하는 걸까. 


시신들이 재가 되어 흐르고 더러는 그대로 던져버린 시신들이 둥둥 떠다니는 강에 몸을 담그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강에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오르며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일까?





푸자의식을 강에서 관람하기 위해 나룻배를 탄다.



어느 사이 황혼에 잠기고 가트에서 흘러든 불빛이 흐릿한 안개 속에 스며들며 강가 강은 마치 이승과 저승 사이를 흐르는 강인 듯 몽환의 풍경을 연출한다. 배에 타고 있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너울거리는 영혼이 타고 있는 듯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띄운 연꽃 모양의 꽃불, 디아(dia)가 영혼이 잠든 강가 강물을 따라 흐르고 있다.





그렇게 강가강을 따라 한번 돌았을 뿐인데 강가는 칠흑의 어둠에 잠기고 가트에서 흘러내린 불빛이 드리워진 모습으로 우리가 강가 강 한가운데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뿐이다.





이승을 떠나는 자들의 영혼이 불길이 되어 타오르는 마니카르니카 주변의 가트에는 매캐한 연기가 자욱히 피어오른다.





어두운 강가 강물에는 수많은 나룻배들이 유람객을 싣고 떠 다니고 있는데, 마치 이승(차안)에서 망자의 영혼을 싣고 저승(피안, 극락)으로 떠나는 반야용선도(般若龍船圖)의 한 장면처럼 환몽의 풍경이 펼쳐진다.





어둠 속 느려진 셔터 속도로 담긴 이 사진을 보면서 나는 아득한 기시감(旣視感 déjà-vu)에 빠져 그 기억의 실체를 떠올리려 애썼고, 마침내 그 장면이 해인사 반야용선도였음을 알게 되었다.


해인사 반야용선도




우리가 탄 배는 마니카르니카 가트를 지난 곳에서 방향을 돌려 푸자의식이 행해질 메인 가트, 다사와스메드 가트를 향해 어둠의 강가를 거슬러 오른다. 









보니 바로 조금 상류 쪽의 다른 가트에서도 푸자의식이 동시에 진행될 모양이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두 곳에서 동시에 푸자의식이 진행되는데 위쪽의 가트에서는 다섯 명의 사제가, 메인가트인 이곳에서는 일곱 명의 사제가 집전한다고 하며, 5명의 사제가 진행하는 푸자의식이 정통성을 가졌다고 한다.


게다가 의식을 집전하는 사제 일곱 명은 모두 힌두대학 종교학과의 브라만 계급의 젊은이들이라 한다. 그럼 일곱 명이 집전하는 이 의식은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발전된 것이 아닐까...?





유람하던 배들이 어느 사이 가트 앞으로 다 모여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되는 힌두교의 저녁 불의 제전, 아르티 푸자(arati puja)!



아르티 푸자는 매일 저녁 인도인이 가장 성스럽게 생각하는 어머니강인 강가 강가에서 강가 신과 시바 신에게 바치는 힌두 의식이다. 푸자는 신을 불러들여 그 신들에게 기도하고 찬가를 올리는 등 다양한 의식을 통해 신에게 경의를 표하는 힌두교 의식이다. 불의 의식을 통해 신성한 존재와 영적으로 만난다.







어느 사이 모여 서 있던 일곱 명의 사제가 늘어서고 신을 부르는 듯한 나팔 소리가 울려퍼지고 신을 향한 경배의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푸자의식이 진행된다. 의식의 내용은 하루를 무사히 보냈음을 시바 신과 강가 여신에게 감사드리고 내일에 대한 희망과 소원 등을 비는 것이다.


"강가 마이야 키자이~" (어머니 강가에게 영광을~)

"하르 하르 마하데브~" (시바 신에게 영광을~)


사제는 잔잔한 음악에 맞춰 박수치며 노래도 하고 등불과 향을 피워 원을 그리며 돌리기도 한다. ​사제는 오른손으로 등불을 들고 야채 기름을 연료로 하는 등불을 들고 시계 방향으로 둥글게 돌리고, 왼손으로는 작은 종을 울린다.


신도들은 그 불꽃을 통해 신의 기운을 느낀다. 불꽃은 신의 찬란한 현신이며, 신도는 그 불꽃과 접촉함으로써 자신의 영혼이 정화된다고 믿는다. 그것은 "내가 신을 보고, 신도 역시 나를 본다."는 다르샨(Darshan : 상서로운 것을 바라봄)의 순간이다.









사제들 주위 어둠 속에서 인도 각지에서 모여든 순례자들은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며 경건한 마음으로 힌두 신에게 감사와 함께 복을 기원하고 불을 향해, 가장 경건한 마음을 모아 기도를 드린다. 



바라나시의 강가 강은 하늘을 흐르던 천상의 강이 시바 신의 머리채를 따라 지상으로 내려선 신성한 공간. 힌두인들에게는 이승에서 업을 벗어나 영원한 안식, 피안에 이르는 신성한 의식의 공간이다. 힌두 순례자들은 모크사(mokṣa)를 외치며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 해탈(解脫)하기를 기원한다. 





일곱 명의 사제는 모두 똑 같은 동작으로 향이나 등불 등 같은 도구를 들고 사방을 향해 회전하면서 모두 네 번에 걸쳐 신에게 경배를 드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푸자 의식이 마무리되면서 사제는 신도들에게 물을 신의 은총이 내린 성수를 부어주고 신도들은 그것을 마신 후 남은 물방울로 머리에 문지른다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신적인 존재와 결합된다. 그리고 신이 축복을 내린 음식은 신도들이 가족과 모두 나누어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의 음복 의식과 다름없는 듯하다.


사용된 꽃은 갠지스 강에 뿌리고, 신성한 불꽃은 작은 촛불 종이배에 실려 강에 띄워 보낸다.





한 시간 남짓 아르티 푸자의식이 진행되었지만 우리는 미처 다 끝나기 전에 자리를 벗어나기로 한다.





배를 타고 푸자의식을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







제단 뒤에서 푸자의식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가트 입구 계단에서 구걸하고 있는 여인들






그리고 부근에 있는 이 식당에서 콘수프로 저녁 식사를 한다.





그리고 릭샤와 자전거가 사람들이 어지럽게 어울린 거리를 걸어나와 오토릭샤를 타고 9시경 호텔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