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

인도 (26) 바라나시 힌두대학의 바라트 칼라 바반 박물관의 조각품과 그림들

모산재 2016. 4. 7. 23:05


바라나시에서 맞이하는 세번째 날!


자유 일정으로 잡혀 있는 날인데, 바라나시의 가트와 강가강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새벽같이 가트로 나가 보트를 빌려 타고 여러 상념에 젖으며 시간을 보내다 일출을 맞고 돌아와 아침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바라나시에 매력을 느끼기는커녕 되려 영혼이 짓눌리는 듯한 불편한 정서에 내내 시달리고 있었다. 화장터를 평생 벗어나 보지 못한 듯한 불가촉천민들의 웃음기 없는 표정들, 화장터 연기 속으로 어슬렁거리는 소와 개들, 어지럽게 타오르는 장작불 위에 불길로 타올라 강가 강으로 쓸려들어가는 유골들과 부유하는 시체들, 그 물가에서 온 몸에 물을 끼얹고 입을 적시는 사람들, 그 모두가 불편하기만 하였다. 그런 강가 강에서 보트를 타고 상념에 젖고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새벽 같이 부산을 떠는 수고를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느긋하게 잠을 즐기고 늦게 일어나 9시쯤에 호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마침 부산 지리 교사들 1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먹을 것이 떨어져 쌀죽만 챙겨 먹고 나온다.




그리고 여행 안내 책자를 보는 등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정오쯤 바라나시힌두대학(BHU)의 박물관 관람에 나선다. 바라나시힌두대학은 바라나시의 남쪽, 북류하는 강가강의 상류 쪽에 자리잡고 있다.




호텔로 오토릭샤를 부른다. 왕복 요금은 300루피. 릭샤 요금은 델리 기준 1km당 6루피라고 한다.



수리야 호텔(Hotel SURYA)





호텔을 출발한 지 1시간 10분쯤 지나서야 바라나시 힌두대학 박물관 입구에 도착한다.


힌두어로 적힌 박물관 이름을 읽을 수는 없지만, 왼쪽에는 영문으로 바라트 칼라 바반(Bharat Kala Bhavan)이란 박물관 이름이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박물관 뜰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 학생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담소를 즐기거나 한가롭게 거니는 모습이 보인다. 





바라트 칼라 바반 박물관은 1920년에 설립되었는데 1926년에 인도의 시성, 라빈드라나드 타고르가 주재하였다고 하며, 1962년에 BHU 구내로 이전되었다고 한다. 박물관이 있는 힌두대학은 1917년 인도의 민족주의 정치가이자 교육자인 판디트 말라비야(1861–1946)가 바라나시의 마하라자로부터 기증받은 땅에 세운 것으로 힌두 철학과 인도 전통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대학이라 한다.



박물관에는 1세기부터 15세기 까지의 훌륭한 조각품과 섬세한 그림들이 소장되어있다. 대부분은 바라나시와 인근에서 출토된 불교 및 힌두교 유물들인데, 특히 2층 전시관은 고대 인도의 아름다운 테라코타를 전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테라코타는 마우리왕조, 숭가, 굽타왕조 시대의 유적물들이고, 인더스계곡에서 발굴된 선사시대의 작은 테라코타도 전시되어 있다. 12세기 종려잎 필사본과 세밀화들도 눈길을 끈다. 



☞ 바라트 칼라 바반 박물관 홈페이지 => http://www.bhu.ac.in/kala/index_bkb.htm




박물관 현관 바로 앞에 긴 분수조가 바짝 붙어 있어 좀 독특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입장료는 100루피, 촬영을 원하는 경우에는 50루피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갤러리는 직물관, 보물관, 장식예술관, 화폐관 등 다양하게 있지만 주로 조각관과 테라코타관, 그리고 회화관 위주로 사진을 찍었다.




박물관으로 들어서면 바로 마하마나로 불리는 힌두대학 설립자 말라비야를 기념하는 갤러리. 그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시바와 파르바티 / 10세기






여래입상 / 6세기





시바 / 12세기





지에스타(Jyestha) / 촐라왕조(9~13세기) 후기




☞ Jyestha => 존자(尊者)를 뜻하며, 불길함과 불행의 힌두여신으로 행운과 풍요의 여신 락슈미의 언니로 간주된다.




데비(Devi) / 12세기




☞ 데비 => 인도의 토착 여신으로 풍요를 주관하는 대지모신()으로 최고신의 여성적 측면인 샥티(Shakti)를 듯한다. 시바의 배우자 파르바티를 마하데비라 부르기도 한다.




거울을 든 가우리(Gauri) / 12세기




☞ 가우리 => 결혼 생활의 행복과 지속을 관장하는 힌두교의 여신 닥샤야니(Dākshāyani) 또는 사티(Satī)의 다른 이름이다. 데비의 한 측면으로서 닥샤야니는 시바의 첫 번째 부인이며, 시바의 두 번째 부인은 가네사를 낳은 파르바티인데, 파르바티는 닥샤야니가 윤회 또는 재화신한 여신이다.


샤야니는 가우리 외에도 우마(Umā), 음식을 주는 안나뿌르나(Annapurna), 무시무시한 챤디(Chandi)와 깔리, 용서를 주는 타라(Tara), 무기를 들고 사자 위에 앉아 있는 전쟁신 두르가, 하누만을 낳은 안자나(Anjana), 아파르나(Aparnā), 시바카미니(Sivakāmini) 등 1000개가 넘는 다른 이름을 가진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악마를 죽이는 시바 / 11세기





유지의신 비슈누 / ?





창조의 신 브라흐마 / 11세기





파르바티/ 11세기





하라(Hara)와 가우리(Gauri) / 찬델라시대 11세기




하라는 시바의 초창기 명칭이고, 가우리는 시바의 배우자로 파르바티의 전생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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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sa Kanya / 찬델라 시대 11세기






신의 머리 / 11세기





바이시나비(Vaishnavi) / 10세기




☞ 바이시나비(Vaishnavi) => 비슈누의 여성적 형상(shakti)으로 락슈미의 화신이다. 그리고 전쟁과 아이들, 해방의 여신인 마트리카(Matrika)이기도 하다.




가루다 / 9세기





춤추는 가네사 / 3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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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를 훔치는 크리슈나 / 4세기




크리슈나는 비슈누의 여덟번째 화신. 어렸을 때부터 버터를 훔치는 등 짓궂은 장난을 치고, 온갖 마귀와 싸우며 손가락 하나로 고바르다나 산을 들어 올려 사람들을 구하는 등 많은 기적을 행했다. 많은 회화에서 검푸른 피부의 아름다운 남성으로 묘사된다. 인도인들은 창고에 드나들면서 버터를 훔쳐먹는 푸른색의 몸을 가진 통통하고 장난기스런 어린 크리슈나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태양신 수리야(Surya) / 3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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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슈누 / 세나시대 12세기





시바 / 중세 후기





수리야 / 중세 후기





이 불상은 유리벽으로 보호해 놓은 걸작품이다.






고문서들







2층 전시관은 테라코타 작품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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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는 신 / 라지가트 지역





천수관음? 락슈미?






락슈마나?





암소들과 있는 크리슈나 / 굽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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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장 신인 드바라팔라dvara-pala / 굽타왕조 5세기 





화려한 보석 장식을 한 금 장신구들...





춤추는소녀 / 18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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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의 라자(왕) Prabhu Narayan Singh (1855- 1931)






정교한 인도 회화, 세밀화



신화 속의 인물들을 정교한 세밀화로 표현한 솜씨가 대단하다. 하지만 실내 조명이 너무 어둡고 전시물이 눈 높이에도 잘 맞지 않아 아쉽게도 찍은 사진이 상태가 좋지 않다.






무굴 궁정에서의 춤 / 1760년





Sravana / 후기 무굴 18세기




☞ Sravana => 힌두어로 '듣는다'는 뜻으로 북방을 지키는 사천왕인 다문천왕(多聞天王)범어로는Vaisravana라고 하는데 이는 '두루(遍, 普)'의 뜻을 가진 Vai와 Sravana의 합성어이다. 힌두력의 5월을 뜻하기도 하는데, 5월은 힌두 신의 말씀을 듣는 달인가 보다.




순결을 증명하기위해 불 속에 뛰어든 시타 / 무굴 1610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에서 라마(비슈누의 화신)는 라바나에 잡혀가 랑카에 있던 시타(락슈미의 화신)를 구출하지만 시타의 순결을 의심하고 시타에게 순결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였다. 시타가 대지를 향하여 순결하다면 자신을 받아달라고 요구하자 땅의 여신 그라니가 나타나서 시타의 순결을 인정하고 시타는 땅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라마는 애도했지만 시타는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왕비를 맞이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다른 전설로는 라마가 먼저 죽고나서 시타가 순결을 주장하기 위해서 자기 스스로를 화형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 전설을 근거로 인도에서는 미망인을 불태워 죽이는 악습이 나타났다고 하니, 오늘날도 끊이지 않은 인도 난성들의 폭력적인 여성관의 원류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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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사리카 나이카(Abhisarika Nayika) / 19세기




☞ 아비사리카 나이카(Abhisarika Nayika) => 인도 고전무용은 서기 2세기 경의 현인 바라타가 쓴 문헌인 <나티야 샤스트라(Natya Shastra)>에 기초하는데, 여기서 나이카는 8명의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아비사리카 나이카는 그 중 연인을 찾아가는 마지막 인물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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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여신 두르가 / 19세기





조드푸르의 마하라자와 그의 왕비 / 18세기






크리슈나와 라다 / 18세기




크리슈나는 라다와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종종 세밀화로 표현된다. 민담에서 크리슈나는 활달하고 호색적인 목동으로 묘사되는데, 소 떼사이를 거닐면서 아름다운 피리 소리로 여성을 매료시키고 처녀들과 열렬한 사랑 놀이를 한다. 그 많은 처녀들 중 라다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가장 좋아한다.




고바르다나 산을 들어올리는 크리슈나 / 1755년





정원에 있는 라마와 시타 / 1815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일행들은 모두 진지하게 감상한다. 해외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는 박물관은 그저 의례적인 절차처럼 거쳤는데, 어느 사이 박물관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과정으로 자리잡으며 여행지마다 꼭 방문하는 게 버릇이 된 듯하다. 바람직한 변화 아니겠는가...?



돌아오는 길 릭샤를 탄 채  릭샤들이 달리는 모습을 담아 보았다.






왕복 요금 300루피였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고 50루피를 더 달라고 생떼를 부린다. 호텔로 들어서자마자 늦은 점심을 저녁을 겸하여 두둑히 먹는다. 


바라나시에서의 일정은 이로써 모두 끝나고 이제 샤 자한의 타지마할과 아그라성이 있는 아그라로 가기 위해 배낭을 꾸리고 바라나시역으로 향한다.




바라나시역에서 다른 이의 짐을 내가 많이 들고 있는 것을 우택형이 무심코 들어주려다 그만 내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를 떨어뜨리는 불상사! 플랫폼에 떨어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는데 다행히 렌즈보호용으로 끼운 UV필터만 깨지고 렌즈는 무사해 보인다. 




아그라로 가는 기차 출발 시각은 5시 20분. 내일 새벽 6시 무렵 도착 예정이니, 12시간이 넘는 긴 기차여행을 해야 한다. 침대열차인 2AC. 앞자리에는 일본인 두 아가씨.



일행끼리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