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

인도 (21) 오르차, 베트와 강변 분델라 왕들의 추모기념탑 세노타프

모산재 2016. 2. 21. 18:44

 

왔던 길로 되내려오다 남쪽에 있는 베트와 강 언덕의 세노타프로 가기 위해 오른쪽 마을 길로 접어든다.

 

그 사이 안개가 걷힌 듯 해가 나고 시야가 많이 환해졌다. 걷다보니 멀리 차투르부즈 사원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렌즈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소들...

 

 

 

 

 

 

불쌍한 인도의 소들...

 

건기여서 뜯어 먹을 풀들이 없는 탓인지 쓰레기장에 진을 치고 앉았다. 그게 바로 자유의 댓가다. 그래도 시골 소들이라 가끔씩 싱싱한 풀들을 접할 기회도 있을 테니 형편은 좀 낫겠지...

 

 

 

 

 

카주라호에서도 그랬듯 이곳에서도 수녀원 고등학교들을 만난다.

 

 

 

 

 

차투르부즈 사원

 

 

 

 

 

이런 넓은 운동장이 있는 곳을 지나고...

 

 

 

 

 

고개를 넘으며 전통 의복 사리를 입은 여인들도 만나고...

 

 

 

 

 

땔감을 이고 지고 가는 사람들도 만난다.

 

 

 

 

 

예쁜 송아지 한 마리, 혼자서 어딜 가는 거야.

 

 

 

 

 

나와 눈을 맞추더니 카메라도 피하지 않고 아예 정면으로 빤히 나를 바라본다.

 

사랑스런 녀석!!!

 

 

 

 

 

 

어느 새 첨탑이 사원들처럼 우뚝 솟아 있는 세노타프 군 지역으로 들어선다.

 

 

 

 

 

 

세노타프(cenotaph)는 '시체가 매장되어 있지 않은 묘'로 굳이 번역하자면 추모기념탑이라 할 수 있겠다. 그냥 '차트리(chhatri)'로 불리기도 한다.

 

 

오르차의 남쪽, 베트와 강 언덕에는 분델라 왕들과 왕족의 세노타프 15기가 자리잡고 있다. 마두카르 샤, 비르 싱 데오, 자스완트 싱, 우다이트 싱, 인드라마니 싱 등...

 

 

 

 

세노타프 대부분은 판차이탄 양식(Panchaytan style)으로 지었다고 하는데... 판차이탄 양식이 뭔지 설명해 놓은 걸 찾지 못하겠다. 다만 짐작에 이 양식은 네모꼴 기단 중앙에 주 신전을 두고 네 모퉁이에 부속 신전을 두는 5차원 양식을 가리키는 듯하다.

 

또 성실의 꼭대기는 'Nagar style'로 조성하였다고 하는데, '나가라 양식(Nagara Style)'을 가리키는 듯하다. 이는 찬델라 왕조의 카주라호 사원 등 북인도의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첨탑으로 층층이 솟은 시카라에 원반형 아말라카(amalaka)를 올리고 기둥이 있는 만다파(會堂)를 둔 양식이다.

 

 

 

 

15개 세노타프 중 눈에 띈 몇몇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마두카르 샤(Madhukar shah, 1554-1592)의 세노타프

 

 

 

 

마두카르 샤는 비르 싱 데오의 부왕으로 차투르부즈 사원을 세우고, 디완이암을 조성하는 등 라자 마할을 개조하여 완성시킨 인물이다. 이 세노타프는 1592~1593년에 그의 계승자인 동생 람 샤에 의해 세워졌고, 내부 성실에는 그와 왕비의 대리석상이 자리하고 있다.

 

 

 

자스완트 싱(Jaswant Singh, 1675-1684)의 세노타프

 

 

 

 

자스완트 싱은 라이 프라빈 마할의 주인공인 라이 프라빈을 사랑했던 군주 인드라마니 싱(1672-1675)의 아들이자 계승자. 이 세노타프는 1684년 그의 어머니 아마르쿠마리가 세웠다.

 

 

 

마하라자 수잔 싱(Sujan Sing, 1653-1672)의 세노타프

 

 

 

 

파하드 싱(Pahad Singh, 1641-1653)의 아들로 동생 인드라마니가 그의 뒤를 이었다. 이 세노타프는 인드라마니 때 시작되어 자스완트 싱 때 완성되었다. 3층으로 중앙에 성실이 있고 네 모퉁이에 네모꼴의 방이 있으며 꼭대기에는 돔을 얹었다.

 

 

 

방카 우메드 싱(Banka Umed singh)의 세노타프

 

 

 

 

오른쪽 안내판 뒤에 보이는 작은 세노타프. 방카 우메드 싱은 하라다울의 후손이자 마하라자 우도트 싱(Udot Singh, 1689-1735)의 형의 아들로 오르차의 한 지역의 영주로 1742년에 죽었다. 성소에는 부인의 상이 있다.

 

 

 

비르 싱 데오(Vir Singh deo, 1605-1627 A.D)의 세노타프

 

 

 

 

레오 싱의 세노타프로 들어가려 하니 매표 날짜 표기가 없다고 트집 잡으며 다시 돈을 받으려 한다. 어이없는...

 

 

 

 

비르 싱 데오는 제항기르 마할, 락슈미나라얀 사원을 짓는 등 분델라 왕조의 황금기를 이룬 통치자이다. 이 세노타프는 1627~1628 년에 주자르 싱에 의해 지어졌다. 높이 올린 기단 위에 성실은 네모꼴 3층으로 발코니를 두었지만 남아 있지 않다. 기단에 베트와 강물이에 닿고 있어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세노타프들을 대강 돌아본 다음 베트와강의 가트(Ghat)로 가서 강바람을 쐬며 강 풍경을 즐긴다. 이 물이 흘러서 강가(갠지즈)로 든다.

 

 

 

 

 

이 곳의 가트를 '칸차나 가트(Kanchana Ghat)'라 부른다고 한다.

 

인도의 마을 강가는 이렇게 계단식으로 만들어 물놀이와 빨래는 물론 휴식의 공간으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를 가트라고 하는데 화장장으로도 이용하여 가트는 화장터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타서 재로 바뀐 육신의 흔적들은 강으로 흘러든다.

 

그래서 인도의 강은 물놀이나 낚시, 또는 바람을 쐬는 휴양의 공간이라기보다는 망자의 혼들이 흘러다니는 공간으로 느껴져 이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자에겐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다가온다. 

 

 

물 속에서 꽃을 피운 식물

 

 

 

 

 

가트에서 꽃을 뿌리는 것일까... 망자의 혼을 달래는 의식을 행하는 듯 경건해 보인다.

 

 

 

 

 

강 건너편은 베트와 강 속에 갇힌 커다란 섬으로 야생 동물 보호 지역(Orchha Sanctuary)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야생 조수들이 서식하는 정글...

 

 

 

 

1994년에 지정되었다는데 호랑이, 표범, 랑구르(langur)원숭이, 자칼, 느림보곰(sloth bear), 닐가이영양(blue bull), 공작 등이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를 따라 다니며 볼품없는 장신구를 사 달라고 떼를 쓰고 귀찮게 하는 꼬맹이들... 귀마개를 한 녀석은 '친구'라며 손을 내밀고 악수하자고 하지 않나... 우는 소리까지 내며 연기를 하는데 계속 무관심한 척하자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다 슬리퍼를 신었는데 한 녀석은 맨발이다...

 

 

 

 

 

베트와 강은 수많은 섬들을 품은 아름다운 강. 하지만 곳곳에서 힌두교 의식을 치르느라 바위에는 음식물과 꽃, 염료 등 의식에 사용한 재료들이 버려져 있고 또 어떤 이는 배설도 하여 가까이 접근하기가 꺼려진다.

 

 

 

 

 

다리 위쪽으로 샛강 옆 섬 속에 있는 오르차성의 남쪽 성벽이 보인다.

 

 

 

 

 

 

시간이 꽤 지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오르차 마을로 들어온다. 오늘 저녁은 잔시로 가서 기차를 타고 밤새도록 바라나시로 가는 기나긴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녁을 미리 먹어 두어야 한다.

 

 

길거리 음식도 먹어 보았으면 하면서도 혹시나 탈이 날까 봐 구경만 하고... 

 

 

 

 

 

뿌연 안개도 걷히고 건너편 라자 마할의 윤곽이 아주 깨끗하다. 아침에도 저러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점심을 먹었던 베트와 타랑 레스토랑으로 가서 이른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다.

 

 

 

 

 

 

저녁 식사를 하고 이렇게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바로 아래 노란색에 붉은 체크 무늬가 있는 셔츠를 입은 녀석이 사장인 듯한데, 바로 뒤에 혼자서 식사를 하는 여성에게 자꾸만 뭐라뭐라 말을 시키다 돌아나오고 있다. 분위기로 보니 여성은 몹시 불편해 하며 뭔가를 거부한 듯하다.

 

 

 

 

그런데 이 사내가 다시 또 찾아가서 뭐라 뭐라 말하는데, 여성은 안색이 바뀌며 핸드백을 들고 급히 나가 버린다.

 

 

무슨 일일까? 뭔가 추근대는 느낌...

 

몹시 궁금하긴 했지만 기나긴 여행을 하는 동안 그냥 잊고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한참 뒤에 이 식당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식당 정보 검색을 하다 다음 정보를 접하고 그제서야 '아하~' 하고 그 때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베트와 타랑' 레스토랑 사장 : 프랑스 여자 강간 미수, 살인 미수.

'템플뷰' 사장(세종이 아버지) : 성희롱

 

혼자 여행을 갔던 어떤 여성은 이 남자가 카주라호로 같이 가자고 계속 추근대더란 댓글도 달고 있다.

 

 

인도 여행에서 느끼는 불쾌함...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지독한 남성주의 문화는 인도로부터 종종 날아드는 성폭력 소식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어쨌거나 인도로 여행하고자 하는 여성들은 위험 정보들을 잘 챙기고 떠나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