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

인도 (19) 오르차, 람 라자 사원 · 차투르부즈 사원 · 팔키 마할

모산재 2016. 2. 17. 19:14

 

라자 마할과 제항기르 마할 등 오르차의 궁전들을 돌아보고 나니 정오, 점심 시간이 되었다.

 

 

점식을 먹기 위해 베트와 다리를 건너와 이층에 있는 베트와 타랑이란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싱가포르야채국수라는 메뉴를 먹었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점심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구호 소리가 들려 내려다보니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줄을 이어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선생님이 함께 하는 걸로 보아 무슨 캠페인이지 싶은데, 무슨 내용인지...

 

 

 

 

 

식사를 마치고 오르차 거리를 따라 사원 순례에 나선다.

 

 

람 라자 만디르로 이어지는 시장 거리...

 

앞에 보이는 게이트를 통과하면 람 라자 만디르가 바로 나타나고 그 오른편으로 팔키 마할, 왼쪽 구릉 위에 자리잡은 차투르부즈 만디르로 오르게 된다. 

 

 

 

 

 

사원 앞 광장으로 들어서자 좌판을 펼쳐 놓은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여성용 장신구와 식기, 장난감, 그리고 힌두교 제의에 사용되는 천연 색 분말 염료인 쿰쿰(kumkum) 등 소박한 물건들...

 

 

 

 

그리고 간식거리...

 

 

 

 

구아바로 보이는 과일...

 

 

 

 

 

 

바자르가 열리는 광장 정면에는 화사한 페인트로 단장한 람 라자 만디르(Ram Raja Mandir), 오른쪽에는 고색창연한 팔키 마할(Palki Mahal)이 자리잡고 있다.

 

 

 

람 라자 사원은 비슈누의 화신인 라마에게 바쳐진 사원으로 아요디아에서 가져왔다는 라마 신상을 모셔 놓았다. 원래는 차투르부즈에 모시기로 했지만 라마 신상이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아 라마를 위한 람 라자 사원이 되었다고 한다. 

 

라마 신을 왕으로 숭배하는 유일한 힌두사원이다.

 

 

 

 

광장 보리수 아래에는 자리를 깔고 앉은 남녀 노인들로 가득하다. 마을사람들인지, 박시시를 하며 노숙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 없다.

 

그 사이로 소와 염소가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거나 드러누워 팔자 좋게 늘어지게 잠을 자기도 한다. 

 

 

 

 

사원 내부에는 라마를 모시며 왼쪽에는 아내 시타, 오른쪽에는 이복동생 락슈마나가 자리잡고 있다. 라마가 오른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방패를 들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지금도 수많은 힌두교 신자들이 출입하는 사원으로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내부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다.

 

사원 출입구에는 두 마리의 물고기, 즉 쌍어문(雙魚紋)이 눈길을 끄는데, 비슈누신의 화신인 라마의 고향 아요디아의 사원들에 흔히 보이는 양식이라고 한다. 아유타국(아유디야)의 공주를 부인으로 맞이한 김수로왕릉에도 쌍어문이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수로왕릉 정문의 쌍어문

 

 

 

 

 

팔키 마할 쪽으로 향하는 골목에도 자리를 깔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

 

 

 

 

팔키 마할(Palki Mahal)과 사와르 바도 석주(Sawar Bhado Pillars)

 

 

 

 

 

 

람 라자 만디르 오른쪽에 자리잡은 오래된 건축물 팔키 마할(Palki Mahal)은 '딘만 하르다울 궁전(Dinman Hardaul’s Palace)'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붕이 거대한 가마 모양이어서 팔키 마할이라 불리는데, 형인 주자르(Jhujhar)의 부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누명을 쓰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하여 자살한 마하라자 비르 싱 데오의 둘째 아들 딘만 하로다울에게 바쳐진 궁전이다.

 

내부에는 하르다울을 모신 작은 사원이 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힌두 여인들이 사원에 와서 기도하고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예전엔 숙소로도 이용되고 개방되었다 하는데 지금은 방치되어 있고 내부를 볼 수 없고, 다른 건물에 의해 가려져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쉽고 사진으로 담기도 어렵다.

 

 

팔키 마할 곁에는 우리 사원의 당간지주처럼 높이 솟은 석주가 서 있는데 이를 '사와르 바도 석주(Sawar Bhado Pillars)'라 부른다. 그런데 이 석주의 용도가 무엇인지... 설명해 놓은 자료를 찾을 수 없다.

 

 

 

 

 

 

람라자 만디르 뒤편을 돌아가면 차투르부즈 만디르(Chaturbhuj Mandir) 사원으로 오르는 길이 이어진다.

 

차투르부즈는 '4+팔'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힌두어로 네 팔을 가진 힌두신, 곧 비슈누 신을 가리킨다. 이 사원은 악바르 대제 때 분델라 왕국 마두카르 샤(1554-1592)가 왕비 가네슈쿠와리(Rani Ganeshkuwari)를 위해 세웠고, 그 아들인 비르 싱 데오 때 완성되었다. 그런데 당초 비슈누를 위해 지어진 사원이 아니라 라마를 위해 세운 사원이었다.

 

 

 

 

 

라자마할과 제항기르마할에서 오르차의 랜드마크처럼 아름다운 전망으로 솟아 있었던 차투르부즈 사원.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더욱 웅장하게 느껴진다. 

 

사원은 여느 힌두사원과 다름없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출입문은 정면이 아닌 측면(북쪽)에서 가파른 언덕의 계단을 한참 오른 곳에 자리잡고 있어 건물의 전체 모습을 볼 수조차 없다.

 

 

 

 

 

출입문을 들어서도 사원 앞에는 정원은커녕 거닐 만한 공간조차 거의 없다. 들어서자마자 돌아보니 람 라자 만디르와 팔키 마할(하라다울 팰리스)이 눈 아래로 들어온다.

 

 

 

 

 

사원 본당으로 들어서는 현관문은 동쪽으로 나 있다.

 

 

 

 

본당

 

 

 

 

아름다운 천장 도안

 

 

 

 

돌아서 본 현관 방향

 

 

 

 

서쪽 건너편 라자 마할이 보인다.

 

 

 

 

두꺼운 석벽으로 난 창

 

 

 

 

 

차투르부즈 만디르는 원래 라마(Rama)신을 모시기 위한 사원이었지만 모시기로 한 라마 신상이 지금의 람 라자 사원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자 그곳에 모시게 되었고 이 사원은 비슈누 신을 모시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사원에는 비슈누 신상이 없으니 참배하는 신도도 없어 그저 황량한 역사 유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사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전설이 전한다. 

 

 

사원은 라마가 현몽하여 자신을 위한 사원을 지을 것을 지시하는 꿈을 꾼 다음 지은 것이라 한다. 마두카르 샤는 크리슈나를 믿었는데 라니 가네슈쿠와리 왕비는 라마 신자였다. 왕비는 차투르부즈 사원을 짓게 하고 아요디야로 가서 사원에 모실 라마 신상을 가져온다. 하지만 아직 차투르부즈 사원이 완성되지 못해 그 신상을 자신의 궁전인 라니 마할(Rani Mahal)에 모신다.

그런데 사원이 완공되어 옮기려 하자 라마 신상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라마 신상은 라니 마할에 머무르게 되었고 차투르부즈 사원은 신상이 없는 사원이 되었다. 라마가 궁전에서 숭배되면서 람 라자 사원으로 바뀌게 되었다. 대신 원래 라마를 위해 지었던 차투르부즈 사원은 궁전이 됐다.

 

 

 

 

이제 오르차의 또 하나의 유명하고 아름다운 사원 락슈미나라얀 만디르를 찾을 차례... 

 

이곳에서  서쪽 약 1km 거리에 있는 높은 언덕으로 난 마을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