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불 13

보물 제93호,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여행 마지막날, 일어나자마자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용미리 마애이불입상(磨崖二佛立像)을 보러 출발! 98번 도로로 들어서자 맞은편 야산 중턱 솔숲에 우람하게 선 석불 2존이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에서도 투박한 얼굴 모습이 또렷한데 나란히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정답게 느껴진다. 파주 광탄면 용미리 장지산(長芝山), 석불상 아래에는 용암사(龍岩寺)라는 절이 자리잡고 있다. 일주문 아래 주차장 용암사 일주문 쌍미륵불이 있어서 '쌍석불사'라고도 하는 용암사. 조계종 사찰로 봉선사의 말사이다. 쌍미륵불이 조성된 11세기경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창건 이후의 역사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전란 등으로 소실된 채로 있다. 1936년 옛 절터 위에 새롭게 중창되었고, 1979년에 대웅전, 1984년에는 범..

가장 오래된 백제 마애불, 태안마애삼존불입상

홍성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김좌진 장군 동상 맞은편 거리의 어느 식당에서 소고기국밥으로 늦은 아침식사를 한 다음 태안마애삼존불을 향해 출발합니다. 태안마애삼존불은 서산마애삼존불에 앞선 양식이면서 여러 모로 다른 특징을 가진 불상입니다. 몇 년 전 찾았을 때 마모가 심한 불상이 볼 게 없다 싶어 대충 보아 넘겼는데, 나중 국보로 승격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입니다. ■ 장중하고 화려한 태을암(太乙庵) 대웅전 603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태안읍 북쪽에서 백화산(白華山) 길로 접어들어 급비탈을 올라서니 태을암(太乙庵)이라는 절이 나타납니다. 백화산은 태안읍내를 품에 안고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산입니다. 태을암 대웅전이 나타나고, 그 오른쪽 산언덕에 희미하게 전각 지붕이 보이는데, 그곳..

서산 (2) 천년 세월 너머 '백제의 미소', 서산마애삼존불 이야기

운산면 용현리 가야산 계곡, 서산마애불 앞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뼈를 쑤시는 듯한 한기가 자켓 속으로 파고듭니다. 조금 걷자 손가락이 얼어버렸는지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지독한 한파입니다. 10년도 훌쩍 지나 또다시 '백제의 미소'를 만난다는 설레임은 55년만의 한파도 거뜬히 ..

고창 (12) 선운사 도솔암과 미륵마애불

장사송을 지나자마자 길은 오른쪽 산길로 급하게 꺾어지며 도솔암(兜率庵)으로 오른다. 도솔암은 선운사 남서쪽 약 2.5㎞ 지점, 바위 절벽이 병풍처럼 두르고 소나무가 숲을 이룬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앞산은 험준한 산이 두르고 있고, 멀리 서쪽으로 암자 건너편에는 까마득한 절벽을 이룬 거대한 천마바위가 천공에 걸려 있다. '호남의 내금강'이라더니 가히 미륵불이 거처할 도솔천궁이 자리잡을 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도솔암은 선운사와 함께 백제 때 창건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미륵삼존의 현몽으로 신라 진흥왕이 창건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지기는 하지만, 백제에 대해 공세적이고 성왕을 사로잡아 죽이기까지 했던 그가 백제 영토 깊숙이 들어와 머물렀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보인다. 창건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은 확인할..

경주 남산 (17) 탑곡 마애불상군 남면/동면, 탑곡 삼층석탑

쌍탑이 보이는 부처바위 북면에서 왼쪽으로 돌아서면 가파른 비탈을 따라 동쪽을 바라보는 바위벽이 나타난다. 바위는 모두 셋이 나란히 키 순으로 서 있는데, 비탈을 오를수록 바위는 점차 작아진다. 절리로 틈이 벌어진 오른쪽 큰 바위만 사면에 불상이 새겨진 사방불이고, 나머지 두 바위는 한쪽 면에만 불상이 새겨져 있다. ● 동면 - 서방 극락정토 동면은 모두 세 개의 바위로 구성되어 있다. 부처바위에서 가장 넓은 면으로 장엄한 극락정토의 모습을 가장 화려하게 새겼다. 바위 높이 7.3m, 폭 12.m 규모이다. 넓은 바위면에는 중심이 되는 불상과 보살상, 이 불상을 향해 공양 올리는 스님상, 꽃쟁반을 들고 꽃을 뿌리거나 합장하며 하늘에서 내려와 솟구치는 모습 등을 한 여섯 비천상이, 가운데 바위에는 두 그루의..

경주 남산 (16) 탑곡 마애불상군 /북면과 서면

보리사에서 탑골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남산에서 흘러 내리는 능선 하나를 지나 골짜기가 다시 나타났다 싶은 곳에 탑골이 있다. '탑골'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곳에는 대단한 탑이 있거나 많은 탑들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되는데, 막상 골짜기에 들어서 보면 한없이 밋밋한 풍경만 이어져 있을 뿐이다. 그래도 입구에는 제법 많은 민가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어서 따스한 풍경을 이룬다. 마을 앞에는 남산과 경주시내를 가르는 남천이 형산강을 향해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보리사가 있는 갯마을에서는 들판 너머로 멀리 보이던 강물이 이곳에서는 마을에 바짝 붙어 흐른다. 남산에서 흘러내리는 개울을 따라 길이 나 있다. 그런데 개울이 콘크리트로 도배되어 있어 실망스럽다. 그것만 빼면 숲을 이룬 길은 정겹고 평화롭다. 산길로 들어..

경주 남산 (10) 최고의 감동, 국보 제312호 칠불암 마애석불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의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 채 칠불암으로 향한다. 길은 능선을 따라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데, 모래바위라 발이 자꾸 미끄러진다. 길가에 이층으로 포개진 바위, 그 바위틈에는 불심이 빼곡하게 놓였다. 딱히 바람이랄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도 작은 돌 하나 살며시 얹어 놓는다. 건조하고 딱딱한 모래바위(사암)에 불구하고 생명이 어찌 이리 묘한 모습으로 뿌리를 내렸을까... 급비탈에 이르러서는 제대로 된 길이 아니다. 잘 자라지 못한 소나무 줄기를 잡으며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가서야 비로소 죽죽 벋은 신이대가 싱그러운 울을 이룬 평탄한 삽작길이 나타난다. 언덕의 용틀임하는 나무 뒤로 석축이 보이고, 그 위로 두 개의 커다란 바위의 실루엣이 나타난다. 앞의 바위는 사방불, 뒤의 큰 바위삼존불을 ..

경주 남산 (9) 천상에서 굽어보는,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다시 남산 순환로로 나와 신선암 마애보살과 칠불암 마애불상을 향해 걷는다. 길은 남산에서 가장 품이 넓은 골짜기인 용장골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400m가 넘는 정상의 허리를 두르며 반듯하게 나 있다. 지도를 보니 지금 걷고 있는 이 높은 길이 삼화령(三花嶺) 길이다. 삼화령을 지나면 내리막길, 다시 산세가 가파라지는 곳에서 큰길은 남산의 동쪽, 서출지와 통일전 방향으로 구부러져 내려선다. 그 지점에서 큰길을 벗어나 이영재와 봉화대능선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길섶에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연보랏빛 쑥부쟁이꽃이 피어 있다. 억새와 소나무가 정다운 삼화령 길이다. 오른쪽으로는 넓고 넓은 용장골... 삼화령(三花嶺)은 '삼화수리'라고도 하는데, 금오산과 고위산, 그리고 두 봉우리와 삼각형을 이루는 곳..

경주 남산 (8) 용장사지 삼층석탑, 마애여래좌상, 석조여래좌상

금오산 아래서부터는 큰길을 따라서 편안히 걷는다. 삼화령으로 접어드는 곳에서 용장사터로 내려서는 샛길이 나타난다. 지금은 사라지고 절터만 남은 용장사는 매월당 김시습이 머물면서 를 썼던 곳이다. 용장사터에는 보물급 문화재가 셋이나 기다리고 있다. 삼층석탑과 삼륜대좌불(석조여래좌상), 마애여래좌상이 그것이다. 안내도를 보니 용장사터까지는 약 400m쯤 가파른 능선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얼마쯤 내려선 곳에는 탑의 일부를 구성했던 것으로 보이는 석물이 방치되어 있다. 그 앞 낭떠러지로 이어지는 너럭바위에는 등산객들이 앉아서 도시락 점심을 먹고 있다. 벌써 점심시간이 되어 배는 슬슬 고파지는데 점심을 따로 준비해 오지 못한 것이 아쉬워진다. 신선암 마애불과 칠불암 마애불상군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좀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