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경주 남산 (6) 상선암 선각보살입상, 마애석가여래좌상

모산재 2010. 12. 26. 20:50

 

복원한 보물 666호 석조여래좌상을 돌아본 다음 다시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남산은 참 편하다. 단조로운 흙산도 아니고 험준한 암릉이 늘어선 악산도 아닌데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곳곳에 솟아 있어 변화가 있으면서도 길은 힘들지 않다. 숲은 너무 어둡지도 않고 밝지도 않고 적당히 깊다.

 

 

갑자기 길섶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들꿩 한 마리가 마치 닭처럼 슬슬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다. 길가에서 불과 몇 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불국토 경주 남산에서는 꿩까지도 불심을 가지셨나. 사람을 통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다. 카메라를 들이대건 말건 한번 흘낏 쳐다보곤 딴전이다. 꿩고기 맛을 아는 사람 만나면 안 되는데... 남산이 그런 살생의 욕망을 막아 주려나...

 

 

 

 

 

정상의 능선으로 오르는 가파른 비탈길이 시작되고 얼마 못가서 작은 암자를 만난다.

 

옛 절터에 70여년 전 세워진 상선암이다. 워낙 가파른 곳에 일렬로 두 채로 지어진 집은 위엄과는 거리가 멀고 민가처럼 편안한 모습이다.

 

 

 

 

 

 

 

■ 상선암 선각보살입상

 

 

남산 안내도에 이 암자 부근에 '선각보살상'이 있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요사채 옆을 지나가는 울타리에 방향을 표기하지 않은 '선각보살상'이란 이름표가 있었지만 눈에 밟히는 것이 없어 그냥 지나치고 만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바로 요사채 뒤편에 '선각보살상'이 있는 게 아닌가.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출처 : http://sanyuhwa.com/zboard/zboard.php?id=kjnamsan#

 

 

상선암 요사채 부엌 뒤에 이렇게 누운 모습으로, 마치 축대처럼 자리잡고 있을 줄 누가 알았으리...

 

 

안타깝게도 보살상은 머리 부분과 상체가 사라지고 하반신만 선각으로 남아 있다. 

 

누운 보살상의 하반신은 높이 2.9m 최대 너비 1m 정도라고 한다. 현재 허리 윗부분과 발 부분이 사라졌는데 보살상이 넘어지면서 파손된 것으로 보이며 파손 이전의 크기는 5∼6m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리 위로 물결처럼 흘러내린 옷 주름과 영락() 장식이 특징적이다. 맞은편에 석등 간주석(竿)을 꽂았던 자리로 보이는 지름 15㎝, 깊이 10㎝의 구멍이 있다.

 

 

 

상선암 뒤로 오르는 길은 이렇게 가파르다.

 

 

 

 

 

그리고 이 지점 위쪽으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거대한 자연 바위 절벽이 보이고 그곳에는 거대한 석가여래불이 아로새겨져 있다. 삼릉골에서 가장 큰 불상인 마애석가여래는 상선암 바로 위 가파른 능선의 절벽에 좌정하여 하계를 굽어보고 있다. 

 

 

 

 

■ 삼릉계곡 마애 석가여래좌상 / 경북 유형문화재 제158호

 

 

거대한 자연 암벽에 광배의 높이 7m 너비 5m에 불상의 높이는 6m로 석가여래가 앉은 모습이다. 남산에서 금오산 정상 부근에 있는 마애대불 다음으로 큰 불상이고 좌불로는 가장 크다.

 

 

비스듬한 바위에 기댄 듯한 모습으로 속세를 굽어 살피는 듯하다.

 

 

 

 

 

조각 기법이 특이한 것은 머리에서 어깨까지는 입체감 있게 깊게 새겨서 돋보이게 한 반면 몸 전체는 선각으로 아주 얕게 새겨  천연의 바위 그대로 둔 점이다. 바위신앙에 부처신앙이 결합된 흔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선각마애불에서는 바위의 영험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고 한다면 이 불상에서는 바위의 영험보다 부처의 영험이 더욱 강화된 형태로 표현된 것이라 해도 될까...

 

 

 

바위 속에서 잠들었던 부처가 아침 햇살이 비치자 머리를 일으켜 막 세상 밖으로 나오는 듯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이 불상은 일반적으로 통일신라 후기에 유행하던 양식의 마애불로 추정하지만, 머리 부분과 몸 부분이 다른 시기에 조각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경우 머리 부분은 8세기 이전의 수법으로, 선각으로 처리된 몸 부분은 9세기의 기법으로 본다.

 

 

불상의 얼굴은 각지고 다소 투박한 느낌을 준다. 눈은 가늘고 우뚝한 코는 길며 굳게 입술은 두껍고 입은 굳게 다물었다. 옷은 통견(通肩)으로 옷주름이 가늘게 선각되었다. 몸체 뒤에는 다소 굵게 두광(頭光)과 신광(身光)을 나타내었다.

 

 

 

 

 

불상은 너비 4.2m 되는 큰 연꽃 위에 결가부좌로 앉아 설법인을 표시하고 있다. 대좌의 연꽃은 2겹으로 피었는데, 꽃잎마다 보상화가 장식되어 있다.

 

 

 

   

 

마애석가여래좌상을 지나 조금만 더 오르면 능선길로 접어든다. 능선으로 올라서는 지점에 커다란 암봉인 상사바위(상사암)가 나타난다. 상사바위는 마애석가여래좌상을 조망하기에 아주 좋은 자리이다.(늦은 오후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라 좀 어둡다.) 

 

 

 

 

 

금오봉 가는 능선 바위 봉우리에서 내려다본 상선암(왼쪽)과 마애석가여래좌상(오른쪽)

그리고 형산강(기린천) 주변 평야

 

 

 

 

길은 능선으로 이어진다. 남산에서 두번째로 높은 금오산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