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눈개불알풀(Veronica hederifolia), 떡잎을 단 채 맑고 푸른 꽃을 피운다

모산재 2010. 3. 21. 22:31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던 눈개불알풀을 제주도에서 우연히 만난다. 온평포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신산을 지나 걸을 때에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해지는 표선의 백사장에 산책을 나섰다가 턱 마주친다. 어둠이 밀려오고 있는 하늘 아래 이미 꽃잎을 닫아 버린, 반쯤은 낯익고 반쯤은 낯선 풀무더기를 발견하고 쪼그리고 앉는다. 한참 살펴보다가 아, 이것이 눈개불알풀이 아닐까 하고 탄성을 낸다.

 

나무 그늘 아래 덤불처럼 뭉쳐 자란 녀석들은 꽃잎은 다물어 좁쌀보다도 작고 잎도 왜소한데 어두워진 탓에 맨눈으로는 특징이 잘 잡히지 않는다. 다행히 꽃 한 송이가 아직 꽃잎을 열고 있어서 힘들게 카메라로 담아 본다. 이튿날 갑작스럽게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제대로 담았을 것을... 그렇게 해서 집으로 돌아와 확인해 보니 과연 눈개불알풀이다.

 

 

 

 

 

 

 

 

눈개불알풀의 줄기는 10~20cm로 비교적 짧은데 털이 있는 줄기는 사방으로 가지를 치며 땅위를 기다가 끝 부분이 곧게 선다. 개미가 타고 놀기에 꼭 알맞은 높이다. 아래쪽의 잎은 마주나지만 위쪽의 잎은 어긋나는데, 꽃이 필 때에도 달걀 모양의 매끈한 떡잎 두 개가 남아 있는 점이 눈개불알풀의 또렷한 특징이다.

 

꽃은 연중 봄부터 가을까지 피는데 꽃잎의 색깔이 맑은 푸른색인 점이 눈에 띈다. 그리고 꽃잎 사이의 간격이 다소 엉성하다 싶을 정도로 깊고 넓게 벌어져 있는 모습이 유난하다. 그리고 털이 길고 촘촘하다.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리는 총상꽃차례를 이루거나 암술 하나에 수술이 둘 있는 모습은 여느 개불알풀이나 다름 없다.

 

 

 

 

 

 

 

개불알풀 종류 중에는 꽃이 가장 크고 예쁜 큰개불알풀은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꽃이 가장 작은 선개불알풀도 볕 드는 언덕 풀섶에서 비교적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꽃이 다소 작고 붉은 색감이 도는 개불알풀은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 없고 남부지방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눈개불알풀은 유럽,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만나보기 그리 쉽지 않은 풀이다.

 

 

 

▼ 줄기 아래쪽으로 붉은 빛이 도는 매끈한 타원형의 떡잎이 달려 있는 모습은 눈개불알풀의 특징이다.

 

 

 

 

 

 

● 눈개불알풀 Veronica hederifolia | Ivy-leaved Speedwell   /  통화식물목 현삼과 개불알풀속 두해살이풀

줄기는 가늘고 전체에 털이 있으며 포복하다 끝이 곧게 서고 사방으로 분지 한다. 아래쪽 잎은 마주나고, 위쪽 잎은 어긋나며 개화시에도 떡잎이 남아 있다. 잎은 원형으로 둔두이며, 절저 또는 얕은 심장저로 3~5갈래로 천열한다. 3~5개의 둔한 거치가 있고 표면에는 긴 털이 있다. 윗면에는 짧은 털이 있다. 너비 6~20mm이다.

꽃은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려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꽃대 길이와 같고, 꽃부리 지름은 4~5mm 정도의 크기이고, 4조각으로 깊게 갈라진다. 꽃받침은 4개이고, 열편은 삼각형이며, 가장자리에 긴 털이 있고 수술 2개, 암술 1개이다. 열매는 구형의 삭과로 꽃받침보다 짧고, 폭이 넓으며, 종자는 4개로 길이 2.5mm 정도이고 안쪽에 골이 있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