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봄이 전하는 '기쁜소식', 큰개불알풀(Veronica persica)

모산재 2010. 3. 4. 19:55

 

아직도 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른봄, 햇살 따스한 길가에 파란 줄기와 잎들을 조심스럽게 뻗치며 파란 하늘빛 꽃들을 점점이 피우는 큰개불알풀. 풀꽃들 중에서 가장 먼저 피어 봄소식을 전하니 꽃말도 '기쁜소식'이다. '봄까치꽃'이라고도 하고 '큰지금'이라고도 불린다. 요즘은 민망한 이름 때문에 봄까치꽃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부르는 듯하다.

 

이름이 민망한 '개불알'이 된 것은 꽃이 지고 나서 맺는 열매가 그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과연 열매를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옛사람들이 눈에 잘 띄는 앙증스런 꽃을 두고 굳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열매의 특징을 찾아 이름을 지었을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개불알 닮은 큰개불알풀 열매  http://blog.daum.net/kheenn/14929541


 

 

 

 

 

이 땅 어디에서든 하도 흔하게 피어서 토종이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봄까치꽃은 서아시아 또는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아침햇살이 비치면 꽃잎을 열었다가 해가 서산으로 기울면 꽃잎을 닫아버리는 모습이 나팔꽃을 연상시킨다. 입을 다문 꽃을 건드리면 툭 떨어지는데, 바람부는 저녁무렵에는 꽃이 떨어져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꽃잎은 네 개로 푸른색인데, 특이한 것은 꽃 안쪽은 흰색이고 꽃잎에 짙은 보라색의 줄무늬가 나 있는 점이다. 이것은 곤충이 암술에 보라색 줄을 따라 암술이 있는 하얀 중심으로 쉽게 이를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번식 전략이니 생명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큰개불알풀은 번식력이 대단히 강하다. 꽃 속에는 암술은 하나와 수술 둘이 있는데, 수술을 자세히 보면 가느다란 수술대 위에 약이 있고 약 안에 덜 익은 꽃가루가 가득 차 있다. 수술의 약은 암술을 향해 기울어 있는데, 꽃가루를 옮겨 줄 곤충이 없을 때는 수술이 시들어 꼬부라지면서 암술머리에 꽃가루가 닿아 제꽃가루받이(자가수분)를 하게 된다. 따라서 큰개불알풀은 꽃이 피고 나면 씨가 없는 열매가 거의 없다.

 

  

 

 



두해살이풀인 큰개불알풀은 1년생과 2년생의 생김새에 차이가 있다. 봄에 싹터서 자란 것은 잎이 엷은 녹색이고 줄기가 뿌리에서 1~3개 정도 갈라져 나오는 반면, 겨울을 난 것은 잎과 줄기가 붉은색을 띠고 잎은 작고 두꺼우며 줄기 수도 많고 꽃도 다닥다닥 훨씬 많이 핀다.




비슷한 종으로 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눈개불알풀이 있는데 모두 귀화식물이다. 큰개불알풀과 선개불알풀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개불알풀이나 눈개불알풀은 만나기 쉽지 않다.  


 

 

 

 

 

영명은 Bird's-eye, Birdeye speedwell, Common field speedwell, Persian speedwell, Large field speedwell,  Field speedwell 등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