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열매가 개구리 발가락을 닮은, 개구리발톱 Semiaquilegia adoxoides

모산재 2010. 3. 21. 20:58

 

개구리에게 발톱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그러나 개구리발톱은 있다. 남도 지방 산기슭이나 산발치 언저리에 자생하는 작은 풀 중에 개구리발톱이란 것이 있다. 이 작은 풀이 어째서 개구리발톱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어느 백과사전에는 뿌리에서 나서 자라는 잎모양이 개구리 발을 닮았다고 한다. 어떤 이는 이 풀의 서식지에 개구리가 많이 있어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꽃이 지고 난 다음에 달리는 열매의 모양에서 연상한 것이라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3개의 골돌과가 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개구리 발가락을 닮았다. 개구리엔 발톱이 없지만 이 열매엔 뾰족한 돌기가 달려 있으니 발톱을 연상시키지 않는가...?(개구리발톱과 닮은 매발톱 또한 골돌 열매가 매발톱 닮아서 생긴 이름으로 보인다.)

 

 

 

 

 

 

 

 

▼ 오른쪽 위, 꽃 진 자라에 달린 열매가 보인다. 개구리발톱을 연상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선운사 전나무 숲그늘에서 뿌리잎이 꿩의바람꽃을 아주 닮은 어린풀을 처음 만난 적이 있는데 그것이 알고 보니 개구리발톱이었다. 전라도와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녀석이라 낯설기만 한 이 녀석의 꽃이 궁금했지만,  꽃 피는 4월 무렵에 그곳을 찾을 기회를 지금까지 얻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제주도 주말 여행길에서 꽃을 피운 개구리발톱을 마침내 만나게 되었으니 감개무량이다. 오름 주변 길 덤불 속에도 피었고, 해안도로 언덕에서도 하늘거렸다. 우도의 산길에서도 만났으니 제주도의 3월은 개구리발톱의 세상이다.

  

 

 

  

 

 

 

 

 

개구리발톱은 딴이름이 많은데 개구리망, 섬개구리망, 섬향수꽃, 섬향수풀, 천규자 등이 그것이다. 학명은 Semiaquilegia adoxoides, 영명은 Muskroot-like Semi-aquilegia. 종명 중 Aquilegia는 매발톱꽃속 식물을 일컬음이니 매발톱을 닮은 식물임을 나타낸 것이다. 과연 뿌리잎이나 골돌과의 모습은 매발톱과 닮았다.

 

키가 한뼘 남짓한 작은 풀인데, 양분을 저장할 통통하고 검은 덩이줄기가 달렸으니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에 달린 잎은 윗면은 녹색인데 뒷면은 흰색을 띠며 긴 잎자루가 있고 3장의 작은잎이 나온다. 작은잎은 잎자루가 짧고 3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4∼5월에 꽃이 핀다는데 제주도에서는 3월 초순이 제철인 듯하다. 꽃잎은 다섯 장으로 흰색 바탕에  붉은빛이 살작 감도는데,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핀다. 꽃 모양은 매발톱꽃(Aquilegia oxysepala)을 닮았는데 전체가 작고 꿀주머니가 작은 점이 다르다. 그래서 속명이 반쯤 매발톰과 닮았다는 뜻의 Semiaquilegia이다. 꽃이 진 자리에는 골돌과가 셋인 열매가 달린다.

 

 

 

 

 

 

 

 

 

▼ 개구리발톱의 뿌리잎. 개구리의 발을 닮았다고 개구리발톱이라고 한다는 설이 있다.

 

 

 

 

 

 

한방에서는 소변불리, 요로결석, 림프선염, 치질, 자궁염, 임질, 경기, 간질 등에 처방한다. 민간요법으로는 뱀이나 벌레 등에 물렸을 때 찧어서 상처에 붙인다.

 

 

 

 

 

● 개구리발톱 Semiaquilegia adoxoides | Muskroot-like semiaquilegia ↘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개구리발톱속

높이 15-30cm이고 상부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근경은 덩어리모양이다. 근생엽은 엽병이 길며 뒷면은 흰빛이 돌고 3개의 소엽으로 구성되며 소엽은 길이 1-2.5cm로서 2-3개로 깊게 갈라지고 각 열편에 둔한 결각이 있으며 표면은 털이 없으나 뒷면은 꽃대와 더불어 잔털이 약간 있다.

꽃은 4-5월에 피고 지름 5mm 정도로서 백색 바탕에 약간 붉은 빛이 돌며 화경은 근생엽보다 약간 길며 윗부분이 갈라져서 끝에 밑을 향한 백색꽃이 1개씩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5개이고 꽃잎같으며 길이 5-6mm로서 좁고 긴 타원형이고 꽃잎도 5개이며 길이 2.5-3mm로서 밑부분이 통같고 극히 짧은 거(距)가 밑에 있다. 수술은 9-14개이며 안쪽의 것은 꽃밥이 없는 헛수술이다. 암술은 3-4(때로는 5)개가 서로 떨어져 있으며 대가 없다. 골돌은 피침형이고 길이 5-6mm이며 털이 없다. 종자는 흑색으로서 둥글고 겉에 주름이 진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