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눈 덮인 겨울 숲에서 봄을 부르는 풍년화(witch hazel)

모산재 2010. 3. 4. 19:49

 

아직도 하얀 눈이 쌓여 있는 산기슭 언덕, 회초리 같은 겨울 나뭇가지에 정성스레 접은 리본을 푼 듯한 샛노란 꽃들이 다닥다닥 달렸다. 어찌 보면 갓난아기의 꼭 쥔 손가락인 듯하다.

 

풍년화는 아마도 이 땅에서 가장 먼저 피는 나무꽃일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서울에서 풍년화가 가장 먼저 핀 날은 2002년 2월 7일, 가장 늦게 핀 해는 1986년으로 3월 12일"이라고 밝힌 적이 있지만, 내가 종종 찾는 산의 풍년화는 1월 하순 무렵이면 노란 리본을 풀기 시작하며 2월 초중순이면 만발한다.

 

 

 

 

 

 

 

 

 

 

 

 

 

풍년화는 화사한 꽃이 가지마다 풍성하게 피고 이른 봄에 꽃을 피우면 풍년이 든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풍년화의 영어 이름은 'witch hazel'인데,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마녀의 개암나무'가 된다. 과연 풍년화의 둥근 잎모양과 줄기가 여럿 자라나는 수형을 보면 개암나무와 비슷한 데다 열매도 개암나무 열매(hazelnut)와 많이 닮았다. 풍년화는 겨울 속에 봄을 부르는 꽃나무이니 주술사, 곧 마녀(witch)라 부른 것이 꽤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나의 이런 해석과는 달리, 어린가지가 수맥 탐사에 쓰여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풍년화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 하여 '영춘화(迎春花)'라는 딴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영춘화를 정명으로 하는 꽃나무는 따로 있다. 중국 원산의 물푸레과 나무인 영춘화는 재스민과 같은 속으로 3월이면 샛노란 꽃을 피운다. 개나리, 목련 등도 봄을 알리는 나무라 하여 영춘화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풍년화에 비하면 한두달 가까이나 늦게 피니 게으름뱅이나 다름없다.

 

 

 

 

 

 

 

 

 

일본 원산의 풍년화(Hamamelis japonica)는 1923년에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대기 오염에도 강하고 추위에도 잘 견뎌 전국 어디에서나 기를 수 있는 나무다. 종자는 물론 꺾꽂이로 번식할 수 있다. 꽃 피는 기간이 40일 정도로 길어 꽃을 보는 관상용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무이다.

 

꽃 피는 시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4월 6일 탄생화'로 되어 있고, 꽃말은 뜻밖에도 듣기에도 으스스한 '저주, 악령'! 아마도 영명 'witch hazel'(마녀 개암나무)과 관련 있을 성 싶다.

 

 

 

 

 

 

 

 

 

 

풍년화속으로는 풍년화(Hamamelis japonica), 몰리스풍년화(Hamamelis mollis), 베르날리스풍년화(Hamamelis vernalis), 비르기니아나풍년화(Hamamelis virginiana) 등 다양한 종이 있다. 몰리스풍년화는 중국 저장성 원산으로 풍년화보다 더 크게 자라며, 비르기니아나풍년화는 북미남동부 원산으로 늦가을에 꽃이 피고 그 다음해에 열매가 성숙하는데 컵처럼 생긴 노란색의 꽃받침은 겨울 내내 붙어 있다. 베르날리스풍년화는 북미 원산으로 키가 약 2m로 작고 늦겨울 또는 이른봄에 꽃이 핀다.

 

 

 

 

 

 

 

풍년화의 나무껍질과 잎에는 살균성과 수렴성이 있어 피부 관련 질환을 진정하거나 수렴하는 약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면도 후에 바르는 로션으로, 타박상 또는 벌레 물린 곳에 바르는 로션의 재료로 쓰이며 출산 전후 여성들의 치질 등 관련 질환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종자에는 많은 양의 오일을 함유하고 있으며 먹을 수 있다.

 

 

 

 

 

● 풍년화 Hamamelis japonica | witch hazel   /  조록나무목 조록나무과 풍년화속 관목 또는 소교목

밑에서 줄기가 많이 올라와 큰 포기를 이루며 높이 6m이다. 수피는 회색빛을 띤 갈색으로 매끄럽고 작은가지는 노란빛을 띤 갈색 또는 어두운 갈색이다.잎은 어긋나고 네모진 원형 또는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이며 털이 없다. 또한 잎 끝이 둔하고 밑은 찌그러져서 좌우가 같지 않으며 윗부분에 둔한 톱니가 있다. 잎 표면에 주름이 조금 있고 잎자루에 털이 있다.

꽃은 4월에 잎보다 먼저 피고 노란색이다. 꽃잎은 4개이고 줄 모양 바소꼴이며 길이 2cm 정도로 다소 쭈글쭈글하다. 수술은 4개, 암술은 1개이며 암술대는 2개이다. 열매는 삭과로서 10월에 익는데, 달걀 모양 구형이고 짧은 솜털이 빽빽이 나며 2개로 갈라진다. 종자는 검고 탄력으로 튀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