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13

국보 제51호, 강릉 객사문 / 강릉객사 임영관

강릉대도호부로 지방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강릉시 용강동. 임영(臨瀛)은 강릉의 옛 이름이다. 지금은 객사문 사거리에 강릉우체국만 남아있고 강릉객사 '임영관(臨瀛館)'이 복원되면서 객사문 안에 있던 경찰서도 이전되었다. 고려 태조 19년(936)에 총 83칸의 객사 건물을 짓고 '임영관'이라 하였는데 그 정문은 국보 제5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정식 명칭은 '강릉임영관 삼문'이다. 객사문은 맞배지붕의 주심포 양식의 건물로, 배흘림기둥의 중후한 아름다움과 함께 구조의 정교함이 눈길을 끈다. 고려 말에 지어진 것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으로 강원도내 건축물 중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기둥의 배흘림이 심하고 장식화 경향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막돌주춧돌 위에 배흘림이 뚜렷한 두리기둥을 세..

강릉, 허균 허난설헌 고가(강릉 이광노 가옥)

경포대를 돌아보고 난 다음 경포호를 돌아 '허균, 허난설헌 생가'로 알려진 유적지로 향한다. 경포호 주변은 호수와 습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고 여러 시인들의 시와 조각 작품들이 어울려 시민들의 좋은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강릉시 초당동 '허균, 허난설헌 생가' 유적지로 들어서는 입구. 경포호수길이 끝나고 하천을 건너면 아주 평지와 다름없는 얕은 언덕에는 울창한 적송숲이 자리잡고 있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아름드리 적송 숲속으로 난 호젓한 길, 머릿속을 환하게 정화해주는 듯한 맑은 솔향기를 맡으며 잠시 걸어가면 금방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강릉의 문화생태 탐방로 '강릉바우길' 11구간은 경포호를 끼고 허균 허난설헌 유적지에서 끝난다. 울울한 적송 숲 한가운데에 허균 허난설헌 공원이 자리잡고 있는데, 허..

강릉 선교장 (2) 족제비가 점지해준 명문 사대부가 가옥의 품격

활래정을 지나니 바로 선교장의 너른 마당 너머로 시원스런 풍경이 펼쳐진다. 낙락장송 적송숲이 울을 두른 낮은 산줄기를 배경으로, 길게 늘어선 기와집들이 강릉 최고의 명문 사대부 가옥의 위엄과 품격을 드러내고 있다. 1748년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1703∼1781)이 족제비의 점지를 받아 이곳에 터를 잡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어느 날 족제비 몇 마리가 나타나더니 나중엔 한 떼를 이루어 서서히 북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보고 신기하게 여긴 이내번은 그 뒤를 쫓았고 서북쪽으로 약 2.5리(약 1km)가량 떨어진 어느 야산의 울창한 송림 속으로 족제비 무리가 홀연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신기한 생각에 한동안 망연히 서있던 그는 정신을 가다듬어 주위를 살피고는 이곳이야말로 하늘이 내린 명당이..

강릉 선교장 (1) 월하문 지나서 활래정으로

이보다 더 좋은 날씨는 없을 듯 맑은 공기에 따사로운 햇살 내리는 2월 하순, 강릉 배다리마을 선교장을 찾는다. 정확하게 기억되지는 않지만 아마도 이번 방문이 다섯 번째쯤 되지 않을까 싶다. 경포호가 이곳 선교장에까지 이어져 있어서 배를 타고 건너 다녔는데, 그래서 이 마을은 배다리마을(船橋里)로 불렸고 이 집의 이름도 선교장이라 불린 것이다. 선교장은 강원도에서 가장 넓고 큰 민가 주택으로 만석군으로 불렸던 전주 이씨의 호화 주택이다. 선교장에 터를 잡은 이는 효령대군의 11세손인 이내번. 경포대 주변 저동에서 살고 있던 그가 족제비떼를 쫓다가 이곳 시루봉 산줄기에 근하게 안긴 천하의 명당을 발견하고 짓게 되었다 한다. 그 뒤로 가세가 크게 번창하였고 지금도 그 후손이 살고 있다. 들어서면 제일 먼저 ..

강릉 경포대, 다섯 개의 달이 뜨는 관동팔경의 제1경

기대하지 않았던 별당형 정자, 보물인 해운정을 둘러본 뿌듯한 마음을 안고 경포대로 향한다. 도로를 따라 가는 길이 썩 내키지 않아 산과 들을 가로지르는 길로 들어섰다. 선교장 뒤로 흘러내린 산줄기에는 아름드리 적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바람이 실어온 솔향기을 맡으며 걷는 걸음이 상쾌하기만 하다. 농로를 따라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데, 멀리 눈덮인 백두대간의 늠름한 줄기를 바라보니 눈이 시원스럽게 정화되는 듯하다. 하얀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다가 인기척에 놀라 일제히 퍼드득 날아오른다. 보니 재두루미들도 있다. 들판 하나 건너니 금방 경포대가 눈 앞에 와 섰다. 앞쪽이 절벽이라 경포대 오르는 길은 이렇게 측면 뒤쪽에서 접근하도록 되어 있다. 경포해수욕장은 사철 가리지 않고 찾는 이들로 붐비지만 관동팔경인 ..

강릉 김시습기념관, 김시습 이야기

선교장 구경을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 걷다가 바로 옆 동쪽에 김시습기념관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지나치는 길, 입장료도 없기에 잠깐 돌아보고 가기로 한다. 김시습이 강릉과 무슨 상관이길래 싶어 확인하다보니 매월당이 강릉김씨이고 또 어머니 시묘살이한 곳이 바로 이곳 강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정도 인연으로 기념관까지 세우나 싶은데, 어쨌든 강릉시에서 전통문화 시범도시 및 강원의 얼 선양 사업의 하나로 이곳 경포도립공원 내에 기념관을 건립하였다는 것이다. 길가의 좁은 터를 가득 채워 지은 한옥 건물이지만 그래도 정성이 느껴지는 기념관이다. 기념관 안에는 25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고, 김시습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금오신화 애니메이션 영상실, 매월당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