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별당 형식의 정자, 강릉 해운정(보물 제183호)

모산재 2014. 3. 31. 23:59

 

 

초당두부집에서 두부전골로 점심을 먹은 뒤 경포대로 향하는 길, 김시습 기념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해운정(海雲亭)이란 정자를 만난다.


보물 제183호로 지정된 정자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별당 형식의 목조건물에다 강릉 지방에서는 오죽헌 다음으로 오래된 건물이라니 더욱 호기심이 생긴다. 

 


 


해운정 안내판


 

 


솟을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절로 느껴지는 우아한 기품! 높은 기단 위에 서 있는 건물의 자세가 위엄이 있으면서도 단아한 느낌이 든다.

 


 

 


해운정은 1530년에 어촌 심언광(沈彦光) 선생이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 지었다고 한다.

 

정면 3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집으로 강릉 지방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 별당 형식의 정자다. 경포호 주변 지역에는 12채의 별당 건축물 형태의 가옥이 있다.

 

전체적으로 양반 가옥의 틀을 따르고 있으나 고방의 구성, 마루의 형식 등은 민가 형식의 표현이 짙게 배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3칸 모두 방을 들인 듯한 모양인데, 왼쪽 한 칸만 온돌방이고 오른쪽 두 칸은 대청마루로 되어 있다.

 

대청의 앞면에는 2칸 모두 사분합(四分閤)의 띠살문을 달아 여닫게 하였으며, 그 위에 머름청판처럼 꾸민 교창(交窓)을 만들었다.

 




 

옆면과 뒷면은 벽을 쳐서 기둥 사이마다 두 짝 열 개의 판문(板門)을 달았다.

 

 


'해운정(海雲亭)'이란 정자의 편액에는 '우암(尤庵)'이라 새겨져 있어 송시열이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대청마루 내부에는 같은 글씨로 된 '해운정(海雲亭)' 현판이 걸려 있고, 또 다른 이름의 현판이 두 개가 더 걸려 있어 호기심을 자아낸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두 개의 현판은 중종 32년(1537) 명나라 사신인 정사 공용경과 부사 오희맹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어촌 심언광이 접반사로 나아갔는데 그때 공용경이 ‘경호어촌(鏡湖漁村)’이란 현판을, 오희맹이 ‘해운소정(海雲小亭)’이란 현판을 써 준 것이라 한다.

 


 


명나라 사신 공용경이 쓴  현판, ‘경호어촌’

 

 


명나라 사신 오희맹이 쓴 현판, ‘해운소정’

 

 


 

내부에는 권진응이 지은 기문과 율곡 등 여러 명사들의 수많은 시문판이 편액으로 걸려 있어 얼마나 많은 선비와 관리들의 주목을 받은 정자인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건물의 앞면과 옆면으로는 툇마루를 달아 놓았다. 찾는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여 주는 듯한 느낌이 좋다.

 

앞면


 


온돌방 옆면


 



툇마루에 앉아 따스한 볕을 쪼이며 잠시 생각에 잠겨 보는 여유를 즐기다 가는 것도 괜찮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