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풍년화가 피었네

모산재 2008. 2. 28. 19:12

 

며칠만인가, 잠을 푹 자고 일어나니 창밖엔 햇살이 환하다.

그러나 끝을 알 수 없는 깊이 속에 허우적거리는 듯한 그런 공허... 

 

이미 정오를 훌쩍 넘기고 있는 시각,

배낭을 메고 산언덕을 찾기로 한다.

 

해가 기우는지 살랑살랑 불기 시작한 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하는데

죽음들이 따스한 볕바라기하는 묏등 언덕으로 발길을 옮긴다.

 

 

 

죽음의 성소에서 생명의 소식, 부활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했는데

아직은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겨우내 오기탱탱했던 푸르른 맥문동 잎새만 눈에 띌 뿐...

 

묏등 잔디밭에 한동안 퍼져 앉아 나도 무덤이 되어 볕바라기하며

저 죽음의 자리에서 뭇 생명들이 들고 일어나 만들 넉넉한 세상을 그려보다가

무덤처럼 공허한 내가 버거워지는데

잠시나마 위로될 사람을 찾아 핸드폰을 누른다.

 

아 그리고 내 머리속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발길을 옮긴다.

 

 

환하여라! 

 

과연, 군데군데 눈 흔적이 남은 숲은 모두 겨울인데

희미한 빛깔로 노란 리본처럼 피기 시작한 풍년화 꽃가지들이 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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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을 맞이하고 기뻐해야 할 사람들은 사라져가는데

풍년화만 쓸쓸히 피고 있다.

 

오늘이 대보름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