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섬 11

풍도 최고의 절경, '북배(붉바위)'와 '북배딴목'

풍도는 육지 사람들에게 춘삼월에만 존재하는 섬이지 싶습니다. 아직도 겨울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3월 초중순 주말에 사람들이 풍도바람꽃과 노루귀, 복수초를 만나러 밀물처럼 밀려와 작은 섬 기슭을 시장바닥처럼 누비다가 썰물처럼 물러갑니다. 그리고 풍도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한적한 섬으로 남습니다. ※ 사생이나물 내음 가득한 꽃섬, 풍도 => http://blog.daum.net/kheenn/15851660 ※ 바람타는 섬, 풍도 이야기 => https://kheenn.tistory.com/15857858 그러나 풍도에도 여느 섬에 못지 않은 비경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문 듯합니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풍도를 세번째 방문하고서야 풍도의 절경을 발견하였으니 말입니다. 바로 그 비경이 바로 풍도의 서쪽에..

우리 섬 여행 2011.03.31

늦가을 굴업도 (5) 토끼섬의 절경, 거대한 해식와

세번째 찾은 굴업도에서 비로소 토끼섬(목섬) 오르는 감격을 맛본다. 밀물과 썰물의 차가 커지는 그믐이나 보름 가까운 때라야 바닷길이 열리니 때를 맞춰 방문하기가 좀 어려운 일인가. 능선 오르는 것은 뒤로 미루고 해안을 돌며 해식절벽부터 돌아보기로 한다. 바로 보이는 토끼섬의 북서쪽은 해식절벽이 그리 발달되지 않은 모습이다. 토끼섬의 동쪽으로 돌아들자 거대한 해식와의 장관이 펼쳐진다. 토끼섬은 "국내의 다른 장소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고 하여 작년 4월 1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하였다. 위에서 보듯 해안 절벽 아랫부분에 깊고 좁은 통로 모양의 지형을 해식와(海蝕窪, notch)라고 하는데,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다. 길이 120m, 높이 5~10m 정도로 대규모로 발달..

우리 섬 여행 2010.12.17

늦가을 굴업도 (3) 걷는 즐거움, 목기미 해변과 연평산

슬로시티라고 하여 청산도와 증도와 같은 섬이 있지만, 이들 섬이 진정한 위미에서 슬로시티라 할 수 있을까. 육지에서 차량을 가지고 가서 쌩쌩 달리며 관광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면 그건 무늬만 슬로시티일 뿐이다. 전주 한옥마을도 슬로시티를 내세우지만 태조로나 기린로 같은 도로는 강박감을 줄 정도로 차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선유도나 거문도, 매물도, 그리고 굴업도 정도라면 진정 슬로시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는 차량의 편의성과 위험성, 그 어느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슬로시티는 명실상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굴업도야말로 최고의 슬로시티 자격을 가진 섬이다. 작은 섬이지만 동서남북으로 혹은 긴 머리를 내밀고 절벽 섬을 내밀어서 나고 드는 해안선이 어디 한군데도 밋밋한 곳이 없다. 머리..

우리 섬 여행 2010.12.16

늦가을 굴업도 (2) 늦은 햇살 비치는 서쪽해안, 느다시 매바위

개머리 능선을 넘어서 굴업도의 서쪽 끝 해안으로 내려선다. 구름에 가리긴 했지만 바닷물결이 몸을 뒤틀며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반사하는 빛에 눈이 부신다. 덕물산이 있는 굴업도의 동쪽 끝을 동뿌리라 하고 매바위가 있는 서쪽 끝인 이곳을 '느다시뿌리'라 부른다. '느다시'란 '해가 늦게까지 지지 않는 곳'이란 뜻을 가진 말로 해를 늦도록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해안은 절벽이다. 절리가 진행된 바위 벼랑은 붉은 빛깔을 띠며 단풍처럼 아름답다. 절벽 바위틈에는 노란 산국과 연보랏빛 해국 꽃들이 환하게 피어나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돋우고 있다. 구름 사이로 은은히 배어 비치는 햇살을 배경으로 낭자들이 포즈를 잡았다. 벼랑에 핀 산국과 해국 절벽 위의 숲은 거의 관목상에 가까운 소사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었다. 이곳에..

우리 섬 여행 2010.12.15

늦가을 굴업도 (1) 다시 찾은 굴업도, 당혹스런 개발 목소리

여행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굴업도만큼 아름다운 섬 없다고 하도 떠들어 댔더니, 굴업도 가자고 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굴업도 사랑이 지나쳐 이제 사람들이 나만 보면 굴업도를 말하게 되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함께 가자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두 번이나 함께 가려는 시도를 하였는데, 두번 다 실패하고 말았다. 작년 12월 초엔 아침에 출발하였다가 풍랑으로 배가 뜨지 못한다는 전화를 받고 급히 다른 데로 가야했고, 지난 6월에는 배표 예약에 실패하는 바람에 못 가기도 하였다.(단체 예약에 실패했지만 표 하나를 겨우 구한 나는 혼자 다녀왔다.) 그런 반면에 지난 여름에 모 선배 부부는 굴업도에서 5일간이나 야영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10월 23일, 지난 6월에 예매 실패로 포기해야..

우리 섬 여행 2010.12.15

무의도(4) 냉전시대 북파공작원의 한이 서린 실미도, 실미해수욕장

포도밭을 지나 울창한 해변 솔숲 언덕 바로 앞에 매표소가 있어 입장료를 받는다. 하나개해수욕장이 그러하더니, 작은 섬 무의도에서 이렇게 곳곳에서 유료 입장을 해야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마을에서 실미도로 들어오는 길이 좁은데도 관광버스가 줄을 잇고, 주차장도 운동장처럼 넓게 자리잡고 있다. 바닷가 구릉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소나무 숲 곳곳에는 음식점이 자리잡고 가요 소리가 시끄럽게 흘러 나오니 그야말로 유원지 분위기이다. 실미해수욕장의 북쪽 해안으로 들어선다. 빤히 건너다 보이는 맞은편 실미도 해안에는 백사장이 별로 발달되어 있지 않다. 당연히 실미도에 있을 줄 알았던 실미해수욕장은 실미도를 바라보고 있는 무의도 북서 해안 백사장을 가리키는 것이다. 실미도로 이어진다는 뜻으로 실미해수욕장이라..

우리 섬 여행 2010.08.07

무의도(3) 까치놀 어촌체험마을에서 실미도까지 걷는 길

새벽에 비가 쏟아지는 소리에 얼핏 잠을 깬다. 어제 오후 바람 한 점 없이 후텁지근하더니 결국 비가 되어 내리는 모양이다. 날이 밝아 일어났을 때에도 여전히 가는 비가 내리고 있다. 잠깐 비는 그치는 사이, 엊저녁 식사를 한 곳에서 또 아침을 먹기가 뭣해 배낭을 메고 식당을 찾아 나선다. 숙소 부근 뜰에는 참골무꽃과 함께 끈끈이대나물 핑크빛 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그리고 아욱 꽃도 피었다. 공터엔 기생꽃이 기생보다도 더 예쁘게 환하게 피었다. 까치놀섬마을 주변은 무의도의 평야지대라 할만큼 땅이 넓다. 호룡곡산과 국사봉 능선이 이어지는 곳에 자리잡은 마을 주변의 들판은 두 산의 너른 품에서 흘러내린 수량이 풍부해서 개울에도 맑은 물이 흐르고 크고 작은 습지도 많다. 연못을 가득 덮고 있는 이 물풀은 이삭물..

우리 섬 여행 2010.08.07

무의도(2) 최고봉 호룡곡산, 바다를 바라보며 '환상의길'을 걷다

하나개해수욕장을 벗어나 뒤편 솔숲길을 걸어 호룡곡산 등산로로 접어든다. 햇살 쨍쨍한 바닷가에서 숲으로 들어서니 갑자기 컴컴해진다. 등산로 초입 부분은 하나개해수욕장의 남쪽 해안과 나란히 이어진다. 이렇게 해안을 끼고 도는 길을 '환상의 길'이라 이름 붙여 놓았다. 넓은 백사장과 섬의 최고봉이 나란히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무의도의 최고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섬이지만 들이 거의 없고 호룡곡산(245.6m)과 국사봉(230m)으로 이어지는 산은 사방으로 바다를 향해 내려서는 능선과 골짜기를 거느리고 넉넉한 품을 자랑한다. 이 섬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빼놓지 않고 찾아보는 필수 등산 코스이다. 등산에서 하산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는데 쉬엄쉬엄 가다보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걸리기도 한다...

우리 섬 여행 2010.08.05

무의도(1) 잠진도선착장에서 하나개해수욕장까지

자월도를 다녀온 지 한 달만에 무의도를 찾는다. 서해섬들을 다녀올 때 인천항으로 들어서기 전 언제나 왼쪽으로 지나치는 섬, 인천공항과 마주하고 있는 섬이 불현듯 찾고 싶어졌다. 닭의난초나 병아리난초 등을 비롯하여 독특하고 귀한 야생화도 자생하고 있다니 어떤 섬인지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다. 토요일 아침, 동인천역에서 306번 버스를 타고 잠진도 선착장에 이르러 배를 타고 건너간다는 단 하나의 정보만 가지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숙식할 곳은 있는지, 길은 어떻게 되고 찾아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등 정보를 미리 공부하고 출발하면 여행이 보다 짜임새 있을 것이지만 요놈의 게으른 버릇은 당최 고쳐질 것 같지가 않다. 그렇게 해서 두 시간 가까이 걸려 간 동인천역, 바로 앞 정류소에서 306번 버스를 갈아탄..

우리 섬 여행 2010.08.04

굴업도 개머리 구릉의 초원, 바다 위 그림 같은 섬들

큰말해수욕장의 서쪽 모래언덕 곁을 지나 개머리 구릉으로 오른다. 굴업도의 동쪽 구릉인 개머리구릉은 거의 초지여서 여느 섬에서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을 이루고 있다. 어찌 보면 시베리아의 푸른 눈, 바이칼 호수의 알흔섬 끝 사보이의 초원 능선길을 걷는 듯푸른 바다 위로 펼쳐진 초원의 길은 아스라한 환상적인 느낌에 젖어들게 한다. 개머리 구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섬 아래쪽을 두르고 있는 숲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굴업도의 숲속에는 큰천남성이 거대한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다. 독이 있는 풀이라 방목되고 있는 염소와 꽃사슴도 건드리지 않으니 지천이다. 이 섬에는 큰천남성 외에도 두루미천남성도 지천이다. 육지의 깊은산 숲속에서 자라는 가녀린 녹색의 두루미천남성과는 달리 이곳의 두루미천남성은 분백색이 돌고 통통..

우리 섬 여행 201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