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무의도(2) 최고봉 호룡곡산, 바다를 바라보며 '환상의길'을 걷다

모산재 2010. 8. 5. 23:27

 

하나개해수욕장을 벗어나 뒤편 솔숲길을 걸어 호룡곡산 등산로로 접어든다. 햇살 쨍쨍한 바닷가에서 숲으로 들어서니 갑자기 컴컴해진다. 등산로 초입 부분은 하나개해수욕장의 남쪽 해안과 나란히 이어진다. 이렇게 해안을 끼고 도는 길을 '환상의 길'이라 이름 붙여 놓았다.

 

 

 

넓은 백사장과 섬의 최고봉이 나란히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무의도의 최고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섬이지만 들이 거의 없고 호룡곡산(245.6m)과 국사봉(230m)으로 이어지는 산은 사방으로 바다를 향해 내려서는 능선과 골짜기를 거느리고 넉넉한 품을 자랑한다.

 

 

이 섬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빼놓지 않고 찾아보는 필수 등산 코스이다. 등산에서 하산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는데 쉬엄쉬엄 가다보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걸리기도 한다. 

 

 

 

 

입구 안내판의 호룡곡산 쪽 등산로

 

 

 

 

 

 

해안을 곁에 두고 걷다가 바로 아래에 습지가 넓게 펼쳐져 있어 갯가로 내려선다. '천국의 계단' 세트장이 맞은편 해안에 서 있는 곳인데, 내려서는 것을 보고 그쪽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경고 방송을 내보낸다. 해수욕장 입장료 수입 때문인 듯...

 

알았다,  손 한번 흔들어 주고 습지를 살펴보니 물골풀이 대군락을 이루고 있고 새섬매자기 등 사초 종류들이 있을 뿐 별스런 것은 없다.

 

 

 

물골풀

 

 

 

 

 

새섬매자기

 

 

 

 

 

천일사초

 

 

 

 

 

갯잔디

 

 

 

 

 

지채나 물지채일 듯...

 

 

 

 

 

 

다시 해안 등산로로 돌아와 산행을 계속한다. 높지 않은 산인데도 골짜기에는 제법 맑고 시원한 물이 소리를 내며 흘러 내린다. 산의 품이 넓다는 증거이다.

 

호룡곡산(虎龍谷山)은 해발고도 245.6m로 무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호랑이와 용이 싸웠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데 크게 높은 산은 아니어도 산세가 제법 웅장하고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고 품이 넓다.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황해의 알프스'라 부른다기도 하니....

 

 

등산로 주변에는 버섯들이 많이 자라고 있는데 특히 마귀광대버섯이 아주 흔하다. 갓의 모양이 맛 있는 쿠기 과자처럼 생겼지만 저걸 먹었다간 조상님들을 만나뵐 각오를 해야 한다.

 

 

 

 

 

 

이 버섯은 뭔지...

 

 

 

 

 

등산로 곳곳엔 물이 나는 작은 습지도 나타난다. 그런 곳에는 기장대풀이 밀생하고 있는데 그늘진 땅에는 좀고추나물이 꽃은 없이 키만 높게 자라고 있다.

 

 

 

 

 

 

그리고 가는개발나물로 봐야 할지 대암개발나물로 봐야 할지 애매한 것이 함께 섞여 자라고 있다.

 

 

 

 

 

솔숲에 묻힌 해안의 등산로는 바다가 보이지 않아서 좀 답답하지만 평탄해서 편안하다. 아마도 10년 전 쯤이었으면 바다도 다 보이는 등산로였으리라 싶게 소나무들은 그리 키가 높지 않고 시야를 가리는 수준이다.

 

바닷가에서 쨍쨍하던 하늘이 어느 사이 어둑어둑해지고, 아주 가끔씩 팔뚝에 툭 떨어지는 빗방울이 선뜻하게 느껴진다. 바람 한 점없이 습도 높은 후텁지근한 날씨. 전형적인 마른 장마 날씨...

 

 

그리고 또 하나의 버섯.

 

 

 

 

 

 

하나개해수욕장이 보이는 해안을 벗어나 몇 굽이 지난 곳. 등산로 아래 한적한 해안절벽에는 한떼의 사람들이 암벽타기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다시 골짜기로 접어드는 곳에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들린다. 작은 섬에 이런 계곡물이 곳곳에 흐른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오른쪽 바다로 빠지는 샛길을 가로막고 커다란 경고판이 서 있는데, 낭떠러지라 위험하니 들어서니 말라는 이야기. 얼마나 위험하길래 싶어 궁금한 마음에 경고판을 지나 길을 따라 가니 이게 뭔가. 낭떠러지는커녕 계단도 없이 바로 자갈밭이 넓개 펼쳐지는 갯가로 내려서는 게 아닌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한적한 갯가를 독차지하고 무릎 베고 누워 있던 한쌍의 남녀, 낯선이가 불쑥 들어서는 바람에 잠시 분위기가  깨졌을 것이다.

 

모른 척하고 바닷가를 잠시 둘러보고 다시 등산로로 되돌아온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일까. 호룡곡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에서 만난 집터.

 

 

 

 

 

제비난초든 닭의난초든 난초 종류를 하나라도 만났으면 했는데 그런 종류는 하나도 만난지 못하고 버섯들만 줄곧 만난다.

 

구멍장이버섯과로 보이는 이 버섯은 참 특이하게도 생겼다. 뭔지...

 

 

 

 

 

또 하나의 버섯. 버섯 이름을 알기는 쉽지 않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데 바람 한 점 없는 후텁지근한 공기는 숨이 막힐 듯하다. 아직 해가 환해야 할 시간이지만 하늘이 탁 트인 하늘은 어둡기만 하다.

 

 

등산로에 '부처바위'란 팻말이 있어 샛길로 들어서니 몇 사람 앉을 만한 평평한 너럭바위에 바위 봉우리가 솟아 있고 그 아래는 절벽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어째서 부처바위인지는 저마다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이 바위를 담기 위해 지금까지 버티고 쓰던 100mm 매크로렌즈를 17-70렌즈로 바꾼다. 쯧, 진즉 바꾸어야 했는데...

 

 

 

 

 

부처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능선을 오른다. 정상에서 멀지 않은 수평의 능선으로 오르자 숲 사이로 하나개해수욕장이 얼핏 보이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상쾌하다.

 

 

 

 

그리고 금방 정상이 나타난다. 정상은 나무 데크로 전망대처럼 만들어 놓았다. 하나개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로 실미도가 흐릿하게 보인다. 날씨가 좋지 않아 하늘도 수평선도 경계를 지우고 그냥 뿌옇기만 할 뿐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국사봉(230m)이다. 작은 섬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산줄기와 계곡은 품이 넓고 숲은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원시의 울창함을 보이고 있다. 대개의 나무는 소나무인데 소사나무와 떡갈나무도 많다.

 

 

어떤 자료에서는 이 숲에도 복주머니란(개불알난)과 같은 희귀식물이 자란다고 기록되어 있다. 제비난초, 닭의난초, 병아리난초 등도 자생한다는데 오늘 산행 중 어떤 것도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 아쉽기만 하다.

 

 

 

 

 

↓ 줌인하여 본 하나개해수욕장. 맨 뒤쪽에 길게 보이는 지형이 실미도이다.

 

 

 

 

 

날씨가 맑으면 승봉도(昇鳳島)·자월도(紫月島) 등의 섬들을 볼 수 있고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장관이라고 한다. 바로 아래에 있는 마을 이름조차 까치놀 아닌가. 석양을 받은 먼바다의 수평선에서 번득거리는 아름다운 노을, 까치놀을 보지 못하고 그냥 하산하자니 아쉽기만하다. 까치놀을 볼 수 있는 해질 무렵인데 컴컴한 하늘에 도무지 해가 나타날 것 같지 않다.

 

 

 

 

터벅터벅 하산하는 길, 숲속에서 뭔가가 스치는 것 같아 발길을 멈추고 보니 병아리난초다. 습한 바위 위에 몇 개체가 깨알만한 연분홍 꽃을 피우고 있다. 키가 제일 큰 녀석이 10cm 남짓, 작은 녀석은 5cm 남짓이니 초소형 난초이다.

 

해지는 시간 어두운 숲속에서 만난 이 녀석을 담아보려고 사투를 벌인다. 삼각대도 없이 셔터를 누르는데 한참만에 처~ㄹ~컥 소리. 그렇게 해서 건진 사진. 이만큼 나와 준 것만 해도 다행스럽고 고맙다.

 

 

 

 

 

 

 

햇살 맑은 시간에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워 하며 다시 하산한다. 어쨌거나 이 병아리난초라도 만나지 못했으면 무의도를 찾은 일이 얼마나 허탈했을꼬...

 

 

무덤 주변 풀밭에서 이제 피기 시작한 산해박 꽃을 만나 한 컷 찍어 준다.

 

 

 

 

 

 

까치놀마을과 하나개해수욕장을 이어주는 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건너 계속 가면 국사봉을 오르게 되겠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고 숙소를 찾아보기로 한다.

 

 

 

 

 

꽃이 핀 쥐방울덩굴을 만난다. 등칡과 같은 식구인 덩굴풀이다.

 

 

 

 

 

그리고 병아리꽃나무도 꽃이 피었다. 서해의 섬에서 두루 자생하고 있는 장미과의 나무이다. 

 

 

 

 

 

 

 

까치놀마을에 숙소를 정하고 찬 물에 시원한 샤워를 하고 나니 살 것만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