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32

지리산 구룡계곡 (1) 폭포와 담소와 절벽이 어울린 비경 인월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구룡계곡을 향해 달린다. 운봉을 지나 고기리 삼거리에서 주천면 소재지로 넘어가는 산길이 이어진다. 하도 오랜만에 와보는 길이어서(16년 전인지 17년 전인지...) 처음 와 본 듯 낯설다. 오르는 길은 들길이나 다름없는데 얕은 고개를 넘어서니 낭떠러지 같은 깊은 협곡이 펼쳐지고 길은 협곡 위를 구비구비 돌며 내리막길을 이루고 있다. 이 협곡이 바로 구룡계곡이다. 정령치 아래 선유폭포로부터 분지인 운봉고원의 고기리로 흘러내린 물(구룡천)이 고원의 서쪽 급사면으로 물길을 터면서 절벽과 폭포와 소가 어울린 구룡계곡의 절경을 이룬 것이다. 계곡을 따라 길이 내려선 곳에 다리 삼곡교가 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나고 맞은편 길가에 차를 세운다. 이른 아침이어설까? 계곡은.. 2010. 10. 7.
지리산 둘레길, 실상사에서 금계리까지 2010년 4월 24일 오후 오후 네 시를 넘겨 예정에도 없던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일단 둘레길에 올라서 인월까지 가 볼까 생각해 보는데, 해 지기 전까지 남은 세 시간으로 가능할지... 그건, 둘레길에서 사람을 만나 물어보면 될 일이다. '실상사작은학교' 방과후 교사가 일러준 대로 실상사에서 만수천을 건너 중황리 쪽으로 난 큰길을 따라 걷는다. 말이 마을이지 가파른 삼봉산이 흘러내린 기슭이어서 길은 지루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아마도 예전에는 큰길이 없었던 첩첩산중 오지 마을이었을 터인데 새로난 길은 포장이 되었다. ▼ 실상사에서 중황-상황마을을 지나 금계리 길로 걸었다. 만수천을 향해 너른 품으로 솟은 삼봉산(높이 1187m) 기슭을 따라 오르면서 차례대로 하황, 중황, 상황 세 개의 .. 2010. 5. 16.
퉁방울 눈에 벙거지 쓴 모습이 정겨운 실상사의 세 돌장승 실상사 입구 만수천을 가로지르는 해탈교 양쪽에는 벙거지를 쓰고 퉁방울 눈을 한 해학적인 표정의 돌장승 셋이 세워져 있다. 시골사람들은 이렇게 우두커니 서 있는 장승을 벅수라고 부른다. 장승은 천하대장군, 지하대장군처럼 보통 한 쌍으로 세우지만 이 곳의 장승은 남녀 구분이 되지 않고 모두 모자를 쓴 모습이다. 원래 돌장승은 만수천 양쪽에 한 쌍씩 모두 4기가 세워져 있었는데, 다리를 건너기 전 오른쪽에 있던 돌장승이 1936년 홍수 때 떠내려 가 버리고 지금은 셋만 남았다. 돌로 만들었기 때문에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장승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세 돌장승은 중요 민속자료 15호로 지정되어 있다. 장승은 민간신앙에서 잡귀를 막고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마을 어귀에 세우는데, 이 돌장승을 실상사로 건너.. 2010. 5. 6.
지리산의 4월, 백무동 한신계곡 풍경과 풀꽃나무들 2010년 4월 24일 토요일, 햇살 맑은 날 동서울에서 밤차를 타고 지리산을 찾는다. 4월말이면 성수기일 텐데 백무동 마을의 숙소들은 텅비어 있어 적막감마저 감돈다. 텅비어 있어도 산장의 숙박비는 5만원을 달랜다. 자고 일어난 아침, 계곡의 서늘한 기운과 맑은 햇살이 전신으로 스며드는 .. 2010. 5. 5.
지리산의 가을 (5) / 정영엉겅퀴, 지리산꼬리풀, 송이풀, 지리강활, 은분취, 탑꽃, 꽃향유 제석봉 너른 구릉을 따라 바쁘게 내려가고 있는데, 앞에서 느릿느릿 내려가는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허~ 오늘 날씨가 좋으니 남해 바다가 다 보이네." 하고 주고받으며 물끄러미 먼 곳을 응시하고 있길래 내 눈길도 그곳을 좇아 간다. 과연! 첩첩으로 펼쳐지며 멀어지는 산줄기들 너머로 .. 2009. 11. 2.
지리산의 가을 (4) / 은분취, 산오이풀, 산일엽초, 가문비나무, 사스래나무, 까마귀 구불구불 숲을 벗어나자 마당처럼 환하게 이어지는 좁은 등성이, 그리고 아침햇살 따뜻이 받으며 사람들로 붐비는 장터목산장이 고향의 집처럼 푸근하게 느껴진다. 그 뒤로 완만히 오르는 제석봉 길은 또 얼마나 정다우냐. 어제도 한신계곡 가내소폭포에서부터 혼잣길이었는데 오늘도 .. 2009. 11. 2.
지리산의 가을 (3) / 과남풀 산오이풀의 꽃, 나래회나무 명자순 다북고추나물 동자꽃 참바위취의 열매 밤이 기니 잠이 얕아져 잠이 드는 듯하다 여러 상념에 잠기고, 그러고 있노라면 늦게 도착한 산객들이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러구러 자는 듯 마는 듯하다 다시 새벽 서너 시에 이르니 다시 옆에서 자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부시럭거리며 짐을 꾸리며 새벽 산을 향해 나선.. 2009. 11. 2.
지리산의 가을 (2) / 함박꽃나무 까치박달 노린재나무 열매, 지리바, 뱀톱, 왜갓냉이 등산객이 없는 한적한 골짜기의 흐르는 물과 단풍 등 풍광을 즐기며 유유자적했으면 좋으련만 짧아진 해에 마음이 자꾸 바빠진다. 골짜기의 숲속길이 한없이 이어지면서 아직 오후 네 시가 채 안 지났건만 마치 해가 져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지 않는가... 갑자기 썰렁해진 날씨.. 2009. 11. 2.
지리산의 가을 (1) / 물꽈리아재비 꽃무릇 까치고들빼기의 꽃, 배풍등 비목나무 회잎나무의 열매 추석 다음날 아침 일찍 고향을 떠난다. 두 밤은 함께 했지만 추석날 하루만 온전히 쇠고 노모를 두고 떠나니 맘이 짠하다. 다리께에 나와 자가용으로 한꺼번에 뿔뿔히 떠나는 아들 손자 며느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서 있는 어머니를 향해 손을 두어번 흔들고는 고개를 돌리고 만다. 마.. 2009. 11. 2.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7) 물참대, 쥐털이슬, 죽대, 호골무꽃, 황세줄나비, 은판나비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7) 물참대, 쥐털이슬, 죽대, 호골무꽃, 황세줄나비, 은판나비 2009. 06. 28. 일요일 눈 앞에 제석봉과 천왕봉을 두고서 하산해야 하는 마음이 아쉽기만 하다. 막연한 기대이기는 하지만 꼭 만날 듯한 고산지대의 귀한 풀꽃나무들을 외면하고 그냥 발길을 돌리.. 2009. 7. 14.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6) 털개회나무, 범꼬리, 왜우산풀, 참바위취, 백당나무, 누른종덩굴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6) 털개회나무, 범꼬리, 왜우산풀, 참바위취, 백당나무, 누른종덩굴 2009. 06. 28. 일요일 바위가 있는 작은 언덕을 올라서는 곳에서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털개회나무를 만난다. 서울 부근의 산에서 지는 꽃을 본 적이 있지만 활짝 핀 꽃을 제대로 만나기는 .. 2009. 7. 14.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5) 돌양지꽃, 나도옥잠화, 시닥나무, 금마타리, 산앵도나무, 쥐다래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5) 돌양지꽃, 나도옥잠화, 시닥나무, 금마타리, 산앵도나무, 쥐다래 2009. 06. 28. 일요일 아침결임에도 제법 따갑게 내리는 볕살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다행스럽게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지 않는가. 촛대봉을 등지고 서서 내려보는 구름바다는 환상적이.. 2009. 7. 14.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4) 박새, 숙은처녀치마, 참꽃나무, 왜우산풀, 죽대, 산마늘, 종덩굴, 쥐오줌풀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4) 박새, 숙은처녀치마, 참꽃나무, 왜우산풀, 죽대, 쥐오줌풀 2009. 06. 28. 일요일 곤한 잠에 들었나 싶었는데 머리맡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잠들고 난 뒤에 들어온 사람들이 야간 산행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한동안 짐을 챙겨 넣으며 비닐 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신경이 거슬려 잠이 달아나고 만다. 시계를 보니 한밤중인 한 시를 겨우 넘겼을 뿐이다. 그러구러 뒤척대다 보니 두세 시 쯤해서 배낭을 꾸리고 나서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칼잠을 자야 했던 잠자리는 휑하게 비기 시작한다. 새벽 3시까지는 야간 산행이 금지되었다지만 원칙일 뿐이다. 네 시쯤해서 산장 바깥으로 나서니 늦가을 아침처럼 서늘한 기운이 살갗을 파고드는데 이미 동쪽 하늘은 희끄무레 .. 2009. 7. 13.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3) 둥근산꼬리풀, 두메갈퀴, 왜갓냉이, 두루미꽃, 왜우산풀, 백당나무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3) 둥근산꼬리풀, 두메갈퀴, 왜갓냉이, 두루미꽃, 왜우산풀, 백당나무 2009. 06. 27. 토요일 작은 지류를 건너는 곳에서 약간 양지바른 풀밭이 보이길래 호기심으로 올라서 보니 호골무꽃으로 봐도 좋을 녀석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어두운 골짜기에서.. 2009. 7. 10.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2) 피나무, 노각나무, 애기바늘사초, 함박꽃나무, 뱀톱, 쥐털이슬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2) 2009. 06. 27. 토요일 바람폭포를 지났을 때였던가, 계곡 등산로에 커다란 피나무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가지를 골짜기로 드리우고 있었다. 햇살조차 은총처럼 환하게 내리는 골짜기에서 피나무는 신목처럼 빛난다. '시베리아의 푸른 눈' 바이칼에서 자.. 2009.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