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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일기

지리산의 가을 (3) / 과남풀 산오이풀의 꽃, 나래회나무 명자순 다북고추나물 동자꽃 참바위취의 열매

by 모산재 2009. 11. 2.


밤이 기니 잠이 얕아져 잠이 드는 듯하다 여러 상념에 잠기고, 그러고 있노라면 늦게 도착한 산객들이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러구러 자는 듯 마는 듯하다 다시 새벽 서너 시에 이르니 다시 옆에서 자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부시럭거리며 짐을 꾸리며 새벽 산을 향해 나선다.

 

어둠 속을 산행해야 할 이유가 없는 나는 그냥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데, 너무 오래 누워 있으니 몸이 불편해지고 힘이 든다. 화장실이나 다녀 오자 하고 밖을 나서니 싸늘한 새벽 공기에 정신이 번쩍 든다. 감기는 더 악화하지는 않은 듯해 다행이지만 이 차가운 공기를 헤치고 출발하는 것이 주저된다. 

 



어떤 이들은 출발하고 또 다른 이들은 아침밥을 짓고 있는데, 우두커니 산장 안에 앉아 있기도 모양이 아니어서 그냥 배낭을 메고 나선다. 엊저녁 메뉴와 똑 같은 아침은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때우면 된다. 초가을에 입는 홑자켓으로 아프게 파고드는 냉기가 부담스럽다. 


 

어둠에 잠긴 세석을 떠났는데 촛대봉 아래에 이르니 어제 해가 넘어가던 바로 영신봉 꼭대기에 아침햇살이 따스한 이불처럼 환하게 걸린다. 그리고 하늘에는 한가위 다음날의 보름달이 아직 지지 않은 채 두둥실 떠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지리산의 동과 서에서 마주하는 해와 달의  만남이 묘하다는 생각을 한다.

 

 

 

 

차가운 기온 탓인지 꽃잎을 연 모습을 보이는 과남풀은 하나도 없다.

 

 

 

 

촛대봉에 올라서 해돋이를 보았으면 좋으련만 찬 바람을 맞이할 자신이 없어 그냥 지나치고 만다.

 

 

 

멀리 연하봉 너머로 우뚝 솟은 천왕봉이 장엄하게 솟아 있다. 능선을 따라 단풍이 제법 울긋불긋하다.

 

 

 

다 시들었으리라고 생각했던 산오이풀, 아름다운 꽃을 피운 녀석을 만나니 첫사랑 소녀를 보는 듯 가슴이 설렌다.

 

 


 

등산로 곁 아늑한 곳에 앉아서 아침도 먹을 겸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지난 번에 보았던 분취는 이미 진 지가 오랜 듯 열매만 남은 모습이다. 능선의 숲속은 휑한 것이 그 무성하던 풀과 꽃들이 다 어디로 숨었는가 싶다. 늦은 가을이다보니 꽃보다는 열매가 더 눈에 띈다.

 

 

나래회나무 열매가 붉은 가종피를 열고 보석 같은 붉은 열매를 내보이고 있다.

 

 

 

개시호도 열매가 여물었다.

 

 

 

이 열매의 주인공은 어떤 꽃을 피웠더라. 눈개승마였나... 뭔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 애를 먹는다.

 

 

 

1cm 이내로 잎자루가 짧은 것으로 보아 명자순이지 싶은 녀석의 붉은 열매를 만난다.

 

 

 

 

산앵도나무 열매는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는데 붉은 열매 하나를 만나 담아 보았다.

 

 

 

회잎나무는 잎도 열매도 온통 붉은데 황적색 가종피조차 벗고 까만 씨앗을 드러내었다. 도감에서는 회잎나무의 씨앗이 흰색이라고 했는데 어찌된 걸까... 

 

 

 

아직 벌어지지 않은 나래회나무 열매라고 보기엔 날개가 너무 뭉뚱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건 그냥 회나무 열매일 것!

 

 

 

고산이라서 그런지 날개가 그리 넓지 않아서 미역줄나무 열매는 작아 보인다.

 

 

 

동자꽃 열매로 보이는 녀석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진범의 열매

 

 

 

백당나무 열매도 붉게 익었다.

 

 

 

이것이 털진달래이지 않을까 싶은데 자신은 없다.

 

 

 

 

삼신봉을 지나며 돌아본 촛대봉 방향의 풍경 

 

 

 

그리고 삼신봉과 연하봉 사이로 펼쳐지는 연하선경(煙霞仙景). 멀리 천왕봉이 머리를 보이고 있다.

 

 

 

볕이 따스히 드는 곳에 비교적 생기있게 핀 산오이풀이 예뻐서 아침햇살 맑게 퍼지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스카이샷'을 날려 보았다.

 

 

 

잎에 단풍이 드는 이 녀석도 지리바로 보아야 하는지... 능선 길에서 만나는 초오붙이들은 잎패임이 그리 깊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나를 헷갈리게 한다.

 

 

 

지난 번에 보았던 다북고추나물은 그 사이에 꽃이 피고 져서 열매만 잔뜩 달았다. 내년 여름 꽃을 만나러 와야 할까...

 



꽃봉오리만 보았던 참바위취도 꽃철을 지나 열매를 만난다.

 

 

 

쑥부쟁이 앞에서는 자꾸 머뭇거리게 되니, 제대로 공부해야 할 숙제다.

 

 

 

개시호를 담은 것이지 싶은데 우산처럼 펼쳐진 소산경의 포가 저렇게 붉은 것이 신기하다.  

 

 

 

작은 봉우리만 넘으면 장터목, 제석봉 너머 천왕봉이 잡힐 듯 가까워졌다.

 

 

 

이곳의 과남풀도 꽃잎을 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죽어서도 영원의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고사목

 

 

 

능선에서 만난 이 나무는 고산지대여서 야광나무나 아그배나무이지 싶은데... 열매라도 달려 있으면 짐작이나 해 볼 것을...

 

 

 

종덩굴인지 으아리인지...

 

 

 

동자꽃 열매는 털이 나 있는 긴 통 같은 꽃받침에 싸여 있어 벗겨 보니 긴 타원형의 삭과가 나타난다.  

 

 

 

 


그러구러 장터목이 눈앞에 나타난다. 산장에는 아침을 지어먹는 사람들로 붐빈다.

 

좋지 않은 몸상태인데 빨리도 왔다. 장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