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지리산 구룡계곡 (1) 폭포와 담소와 절벽이 어울린 비경

모산재 2010. 10. 7. 21:35

 

인월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구룡계곡을 향해 달린다.

 

운봉을 지나 고기리 삼거리에서 주천면 소재지로 넘어가는 산길이 이어진다. 하도 오랜만에 와보는 길이어서(16년 전인지 17년 전인지...) 처음 와 본 듯 낯설다. 오르는 길은 들길이나 다름없는데 얕은 고개를 넘어서니 낭떠러지 같은 깊은 협곡이 펼쳐지고 길은 협곡 위를 구비구비 돌며 내리막길을 이루고 있다. 이 협곡이 바로 구룡계곡이다.

 

정령치 아래 선유폭포로부터 분지인 운봉고원의 고기리로 흘러내린 물(구룡천)이 고원의 서쪽 급사면으로 물길을 터면서 절벽과 폭포와 소가 어울린 구룡계곡의 절경을 이룬 것이다.

 

 

 

계곡을 따라 길이 내려선 곳에 다리 삼곡교가 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나고 맞은편 길가에 차를 세운다.

 

이른 아침이어설까? 계곡은 뜻밖에 한산하다. 어제 미어터질 듯한 용추계곡을 보고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계곡 입구에서부터 사람들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탐방지원센터 옆, 구룡계곡 표석 뒤쪽으로 정자의 지붕이 보이고, 그 뒤로 구룡계곡이 숨어 있다.

 

 

 

 

 

탐방센터 앞에는 구룡계곡 등산로를 그려 놓은 안내판이 있다.

 

구룡계곡의 구곡 중 1~3곡은 탐방센터 하류쪽 육모정 사이에 있고, 4~9곡은 탐방센터 상류의 계곡쪽에 있다. 이제 서암(구시소와 챙이소)-유선대-지주대-비폭등-경천벽-구룡폭포로 이어지는 구룡계곡을 오르기로 한다.

 

 

↓ 구룡계곡 안내도

 

 

 

 

 

구룡계곡은 주천면 호경리 육모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주천면 덕치리의 구룡폭포까지 4km 정도로 이어지는 심산유곡이다. 예로부터 남원팔경의 하나로 '원천폭포'(源川瀑布)를 들었는데 '원천'은 구룡계곡을 뜻한다. 옛날 4월 초파일이면 아홉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홉군데 폭포에서 한마리씩 자리잡아 노닐다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어 구룡계곡이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구룡계곡 등산로

 

 

 

 

 

구룡계곡의 아홉 절경을 구룡구곡(九龍九曲)이라 하는데,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는 구룡 9곡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는 12곡이나 9를 제일 큰 수로 치기 때문에 9곡이 되었다고 한다.)

 

 

1곡은 구룡매표소 조금 못미치는 송력동폭포이며 흔히 약수터라 불리운다.

2곡은 매표소를 지나 조금 오르면 5m의 암벽에 용호석문이란 글이 새겨져있는 절벽 아래 흰 바위로 둘러싸인 못인데 '불영추'라 한다.

3곡은 육모정에서 300m 지점에 조대암이라는 암석층이 있는데 그 밑에 조그마한 소가 3곡이다. 학들이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해서 '학서암'이라고도 한다.

4곡은 학서암에서 300m 가다보면 거대한 바위가 물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가 하면 건너편 작은 바위는 스님이 무릎을 꿇고 독경하는 모습 같다 하여 '서암'이라 한다.

제5곡은 구시소에서 1km 떨어진 지점에 45도 각도로 급경사를 이룬 암반을 미끄러지듯 흘러내린 곳에 깊은 못으로서 유선대로 불리우고 있다.

6곡은 유선대로부터 500~600m 쯤 거리에 구룡산과 그 밖의 여러갈래 산줄기에서 흘러내린 계곡 물이 여기에서 합류한다. 그 둘레에 여러 봉우리가 있는데 제일 뾰쪽한 봉우리가 계곡물을 내지르는 듯하여 그 봉우리 이름을 지주대라 한다.

7곡은 지주대로부터 왼쪽으로 꺽이면서 북쪽으로 1km지점에 거의 90도 각도로 깍아지른 듯한 문암이라는 암석층이 있는데, 이에 속한 산이 반월봉이고 여기서 흘러내린 물은 층층암벽을 타고 포말려 비폭동이라 한다.

8곡은 비폭동에서 600m쯤 올라가면 거대한 암석층이 계곡을 가로질러 물 가운데 우뚝 서 있고, 바위 가운데가 대문처럼 뚫려 물이 그 곳을 통과한다 해서 석문추라고 하며 또한 경천벽이라 불리운다.

9곡은 구룡계곡의 최상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멀리 만복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두 갈래 폭포를 이루고, 폭포밑에 각각 조그마한 못을 이루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용 두마리가 어울렸다가 양쪽 못 하나씩을 차지하고 물속에 잠겨 구름이 일며 다시 나타나 서로 꿈틀 거린 듯하므로 교룡담이라 한다.

 

 

 

 

계곡으로 내려서마자 일행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어제 나의 제안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더니 계곡이 썩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겨우 몇 백 미터쯤 뒤다라 오는가 했더니 이내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느덧 힘든 것을 싫어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양반들, 주섬주섬 챙겨온 막걸리와 맥주와 함께 시원한 그늘이 있는 계곡의 너럭바위 아래로 숨어 들었음이 틀림없다.

 

 

나 홀로 산행을 할 밖에...

 

 

 

아마도 초입에서 만나는 이곳이 '서암'이라 부르는 곳일 듯하다. 하지만 "거대한 바위가 물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가 하면 건너편 작은 바위는 스님이 무릎을 꿇고 독경하는 모습 같다."는 설명에 '딱이다' 싶게 맞아 떨어지는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물이 떨어지는 이곳을 '구시소'라고 한단다. 소나 말의 먹이통을 구유라고 하는데 경상도 사람들은 이를 '구시'라고 한다. 즉 '구시처럼 생긴 소'인데, 예전에는 구유처럼 길쭉한 홈통 모습이었지만 1960년대의 홍수로 모습이 바뀌었다고 한다.

 

 

 

 

>물이 떨어지는 바위와 오른쪽 바위 사이에 길게 패어져 홈통 같이 생겨서 '구시'라고 한 것인데,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의 모습으론 그다지 어울리는 이름은 아닌 듯하다.

 

 

 

 

 

구시소 위쪽 푸른 담소의 저 끝, 챙이소로 떨어지는 꼬마 폭포가 멀리 모습을 빼꼼히 드러낸다.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이 쭉정이를 날려 보내고 알곡을 떨어뜨리고 있는 키의 모습을 닮았다. 키의 경상도 사투리가 '챙이'인데, 그래서 이 폭포와 그 아래에 생긴 깊은 물을 '챙이소'라고 부른다고 한다.

 

 

 

 

 

 

↓ 챙이소 위쪽

 

 

 

 

 

구룡교라는 다리를 건너 길은 개울 건너편으로 이어진다.

 

 

 

 

 

 

절벽 위로 병아리풀이 보인다. 꽃은 지고 씨방을 단 모습이다.

 

 

 

 

 

그리고 고란초가 자라는 모습도 보인다. 백마강 낙화암 고란사 절벽에서 발견되어 고란초라고 불렸던 양치식물이 소백산맥 지역에 두루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폭포를 맞이한다는 뜻의 영폭교를 건너 평활한 길이 이어지다 다시 '사랑의다리'라는 이름의 다리를 건넌다. 아마도 구룡폭포의 입구에 있는 춘향과 연관지어 지은 이름인 듯하다.

 

 

 

 

 

 

↓ 유선대 가까운 계곡의 풍경

 

 

 

 

 

방귀버섯이라고 했던가. 어찌보면 도토리 열매와 같은 모습의 버섯이 어둡고 습한 숲속에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을 끼고 돌아가는 길에 '유선대(遊仙臺)가 나타난다.

 

절벽 아래 펼쳐진 반반한 바위에 금이 많이 그어져 있는 모습이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놀았던 바둑판 흔적이라 하여 유선대로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계곡은 사방이 바위 절벽으로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데, 신선들이 인간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하여 '은선병(隱仙屛 ; 신선을 숨긴 병풍)'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 군데 군데 피어 있는 영아자 꽃

 

 

 

 

 

↓ 유선대 상류의 풍경들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 깎아지른 듯 바위절벽이 높아지고 암반을 타고 흐르는 계곡의 풍경들이 시야를 채운다.

 

 

 

 

 

 매화노루발 

 

 

 

 

 

구룡계곡의 제6곡인 지주대 앞에서 또 하나의 다리를 건넌다.

 

 

 

 

 

유선대로부터 500~600m 쯤 거리에 구룡산과 그 밖의 여러갈래 산줄기에서 흘러내린 계곡 물이 여기에서 합류한다. 그 둘레에 여러 봉우리가 있는데 제일 뾰쪽한 봉우리가 계곡물을 내지르는 듯하여 그 봉우리 이름을 지주대라 한다.

 

그러나 지주대의 풍경은 우거진 숲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아, 그 명성이 별로 실감되지 않는다.

 

 

 

 

 

지주대를 지나면 두 갈래의 계곡이 나타난다. 거기서 왼쪽 계곡으로 난 길로 접어들면 산길로 향하다 이내 다시 계곡길로 들어서게 된다.

 

 

구룡계곡의 최고 비경인 비폭동과 구룡폭포가 있는 계곡이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