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7) 물참대, 쥐털이슬, 죽대, 호골무꽃, 황세줄나비, 은판나비

모산재 2009. 7. 14. 21:11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7) 물참대, 쥐털이슬, 죽대, 호골무꽃, 황세줄나비, 은판나비


2009. 06. 28. 일요일

 

 

 

 

눈 앞에 제석봉과 천왕봉을 두고서 하산해야 하는 마음이 아쉽기만 하다. 막연한 기대이기는 하지만 꼭 만날 듯한 고산지대의 귀한 풀꽃나무들을 외면하고 그냥 발길을 돌리자니 마음조차 아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차 시간에 맞추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진작에 왜 찾지 못했을까 생각하며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장터목에서 백무동행 하산길로 접어든다.

 

 

 

물참대로 보이는 꽃이 눈에 띈다. 꽃이 거의 지고 열매가 달린 모습이기는 하지만 역시 고산지대라 꽃이 한달 이상 늦게까지 남아 있다.

  

 

 

 

 

퇴색한 꽃밥에 까만 암술머리가 세 갈래로 갈라진 삿갓나물이 눈에 띈다.

 

 

 

 

시닥나무로 보이는 녀석의 이미지를 한번 더 담아 보았다.

 

 

 

 

세잎종덩굴은 아직 덜 핀 모습이 압도적으로 많다.

 

 

 

 

점심 때가 되었는지 배가 고파 온다. 등산로 바위에 걸터 앉아서 방울토마토와 햄소시지를 꺼내서 간단히 요기를 한다.

 

 

바위 아래에 노루삼 한 그루가 꽃이 진 자리에 브러시 같은 열매들을 달고 섰다.

 

 

 

 

어제 오후 지겹도록 보았던 두메갈퀴들이 군락을 이루어 싱싱한 꽃을 피운 것을 보고선 또 카메라를 들이댄다. 흐린 날씨에 숲그늘에서 담았던 사진이 못 미더운데다 꽃의 상태도 훨씬 좋지 않은가.

 

 

 

 

그리고 어제 긴가민가 하면서도 잎모양만 보고 막연히 쥐털이슬이라고 생각했던 녀석을 이곳에서 또 만난다. 꽃이 핀 모습을 보니 쥐털이슬이 확실하다. 그래도 꽃대가 충분히 자라지 않은 모습이 내겐 퍽 낯선 모습이다.

 

 

 

 

열매 모양이 눈에 확 띄는 나무를 만난다. 프로펠러처럼 생긴 날개로 보아 나래회나무일 것이다.

 

 

 

 

곳곳에 쥐다래 꽃이 만발해 있는데 보통의 꽃은 꽃잎이 5개이지만 이곳에는 유난히 4개인 것이 주종을 이루는 듯하여 눈길을 끈다. 종종 6개인 것도 보인다.

 

 

 

 

 

이 길을 선택하여 갈 때마다 꼭 쉬어 가는 곳, 능선의 중간 잘록한 곳에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는 탁 트인 목으로 골짜기를 내려다 볼 수도 있고 장터목도 빤히 올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20 년 전 처음 지리산을 찾을 때부터 이곳에서 몇 차례나 땀을 식혔을까. 아마도 열 번은 되지 않을까 싶다.

 


눈 앞에 선 익숙한 솔의 모습을 담아 본다.

 

 

 

 

 

암벽 틈사구니엔 금마타리와 흰참꽃나무들이 뿌리를 박고 꽃들을 활짝 피우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산죽밭, 산죽밭에 나도수정초가 자생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 몇 군데를 기웃거려 봤지만 비도 오지 않은 메마른 땅에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잎이 마주난 이 녀석은 도대체 누구인가?

 

 

 

 

익숙한 병꽃나무이지만 꽃이나 갈라진 열매의 모양은 기억하지만, 꽃 진 뒤 달리는 열매가 이런 모양이라는 것은 기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언덕 위에 핀 죽대를 만나서 밑에서 그 모습을 담아 보았다.

 

 

 

 

줄나비 한 마리를 만난다. 줄나비 종류가 워낙 많고 또 이미지가 비슷비슷하여 구별하기 쉽지 않은데, 이 녀석은 흰줄무늬가 간명하고 강렬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일자 줄무늬의 황세줄나비~.

 

 

 

 

햇살 속에 눈부시게 핀 조록싸리 꽃이 아름다워 셔터를 누른다.

 

 

 

 

등산로 언덕에 큰구슬봉이 씨방을 달고 섰다. 새끼새가 어미새에게 먹이를 달라고 주둥이를 벌리고 있는 것처럼 앙증스런 모습이 재미있다.

 

 

 

 

흰씀바귀가 딱 한 송이 꽃을 피우고선 아는 체 인사한다. 

 

 

 

 

이걸 숙은노루오줌이라고 부르는 것인지.

 

 

 

 

뫼제비꽃일까. 꽃이 지고 나서 잎이 자란 제비꽃은 구별이 쉽지 않다.

 

 

 

 

샘터에 가까운 곳, 멀리 숲속에 화사한 황갈색의 수피를 자랑하는 나무가 눈에 띈다. 자작나무 수피가 여인의 허벅지처럼 새하얗게 빛난다면 저런 색깔을 자랑하는 것은 틀림없이 거제수나무일 것이다.

 

 

 

 

아마도 지리산을 몇 백년은 지켜보았을 나무는 죽어서도 저렇게 지나는 산객들에게 삶의 위의가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있는 듯하다. 

 

 

 

 

 

산죽(조릿대) 밭을 배경으로 산꿩의다리가 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웠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는 키낮은 호골무꽃이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다.

 

 

 

 

바위틈에 쀠를 박고 키낮게 자라는 이것은 무엇일까. 얼핏 물참대 같기도 한데 열매 달린 모양이 물참대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매화말발도리로 보는 게 옳을까.

 

 

 

 

 

드디어 하동바위!

 

 

 

 

 

 

아름드리 거목 노각나무가 예사롭지 않아 담아 둔다.

 

 

 

 

 

하산 길이 거의 끝날 무렵에 만난 나비, 무슨 기를 받았길래 잠시도 앉아 쉴 기색도 없이 나 잡아봐라 하는 듯 내 주변에서 멀어졌다 다가왔다를 반복하며 애를 닳게 한다. 처음 보는 이 녀석의 매력을 놓치기 싫어 10여 분간 신경을 곤두세우고 따라다녀 겨우 이 한 장의 사진을 건졌다. 이렇게 하여 처음 대면한 은판나비~!

 

 

 

 

오후 세 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간에 드디어 하산하여 백무동에 도착하다. 마을 길에는 작살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고추나무는 특유의 아름다운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서울행 버스가 출발하기까지 남은 한 시간, 마을 가게에서 도토리묵에 마천 막걸리를 마시며 1박 2일 산행의 피로를 씻는다. 얼마나 다행인가, 비는커녕 날씨는 여전히 화창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