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설날, 고향의 산과 들 풀꽃나무 산책

모산재 2009. 2. 1. 22:37

 

설날, 고향의 산과 들 풀꽃나무 산책

2009. 01. 26

 

 

 

예년과 달리 설날까지 세 밤이나 앞두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는 무심하기만 했는데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어머니 생각에 마음 짠하다.

 

고향이라고 해도 친구도 없고

아이들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70을 넘긴 노인들만 지키는 산과 들도 적막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개들이라도 몇 마리씩 짝을 지어 장난치며

마을의 적막을 깨뜨리기라도 했지만

이제는 집앞을 흐르는 개울물소리조차도 고요하기만 하다.

 

어쩌다 고양이 몇 마리 나타나 어슬렁거릴 뿐...

 

봄날보다 따뜻하다가 밀려든 한파 탓인지

명절을 앞두고 어머니는 심한 감기에 걸려 힘들어 하신다. 

 

 

혼자서 별 할 일이 없어

늘 그랬듯이 산과 들로 바람이나 쐬러 다닌다.

 

 

얼어 붙은 개울물 앞에 앉아 

얼음이 참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늘 궁금하던 이 풀,

그냥 새인지, 아니면 드렁새풀인지, 그도 아니면 다른 이름을 가졌는지...

 

 

 

이것은 엽상지의류일까,

아니면 목이버섯이나 그런 종류일까...

 

 

 

띠밭골 골짜기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미루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의 향수에 잠긴다.

 

비포장 신작로 양쪽으로 도열하여 섰던 나무,

매미들의 합창과 함께 여름날 땡볕을 피하게 해주었던,

산의 공제선을 시원스럽게 넘어서며 푸른 하늘의 존재를 늘 생각하게 해 주었던 나무.

 

 

 

이제는 어디에서도 만나보기 어려운 나무가 되었다.

이 나무조차 사라지면  '고향'도 영영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늘에 머리를 감고 있는 사위질빵 씨앗을 향해

시원스런 스카이샷을 날려 본다.

 

 

 

열매의 피부가 매끈한 것이 혹시 큰조롱 아닐까 싶은 녀석을 발견하고

씨앗을 살짝 건드려 살랑살랑 불어오는 산바람에 날려 본다.

 

미련없이 사뿐히 떠나는 씨앗들의 비상은 상쾌하기만 하다. 

 

 

 

 

마당 끝,

몇 년을 자라도 부피 자람이 제대로 안 되는 대추나무 묵은 줄기에

벌레집 두 개가 나란히 달렸다.

 

어린 시절에도 많이 본 것인데,

저 속에 무슨 벌레가 겨울나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까악~ 까악~

어디서 까마귀 소리가 들린다.

 

어린 시절 불길하게만 들었던 까마귀소리가 반갑기만 하다.

 

겨울날 집 앞 텅빈 논에 까맣게 내려 앉던 그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들어 각각 호두나무와 은행나무 가지에 앉았다.

 

 

 

 

어린 시절 연 날리던 들쪽으로 산보를 나간다.

 

개울의 둑 위에는 솔새가 숲을 이루었다.

 

 

 

산바람이 내려서기 시작하는 오후,

남쪽으로 넓은 들판이 훤하게 펼쳐진

이 언덕배기에 기대어 연은 두둥실 얼마나 잘 떠올랐던가.

 

 

 

이 띠풀을 베어내면 도롱이를 몇 개나 만들 수 있을지...

 

 

 

장구채 씨앗을 보기 위해

손톱으로 씨방을 살짝 뜯어 본다.

 

갈색보다는 붉고 팥색보다는 엷은 색깔의 작은 씨앗이 보인다.

 

 

 

 

다시 설날,

제사를 지내고 성묘 가는 길.

 

 

이 고사리는 꼬리고사리던가...

 

 

 

까만 종자를 드러낸 산초나무 열매

 

 

 

마지막 씨앗이 아슬아슬하게 달려 있는 등골나물

 

 

 

서로 다른 모양의 이끼 둘 담아 본다.

 

  

 

 

좀깨잎나무의 줄기,

거북꼬리나 모시풀 종류와는 확연히 다른 목본임을 알 수 있다.

 

 

 

사위질빵 덩굴,

이 역시 목본성 줄기임을 확인하게 해 준다.

 

 

 

묵어버린 우리 밤밭 주변에서 만난 나무,

매끈한 피부를 가진 것이 낯설기만 하여 담아 보았다.

 

뭘까... 서어나무일까 했는데 아무래도 남부지방에 분포한다는 개서어나무인 듯하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저 나무는 이태리포플러라고 하는 나무가 아닌가 싶다.

 

 

 

사방오리나무 열매

 

 

 

돌아오는 길,

개울을 건너며 내려다보이는 얼음이 아름다워

다리 위에서 한껏 당겨 본다.

 

 

 

명절날 오후만 되면

손님 맞이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는데

아버지 돌아가신 뒤에 맞이하는 설날은 한가롭기만 하다.

 

감기에 걸려 힘들어 하던 어머니도

자식들과 며느리 손자들이 모여 왁자하게 노는 모습에 웃음이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