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8

보춘화, 상산, 수리딸기, 자주괴불주머니 꽃 피는 선운산 봄꽃 산행

여러 가지 과제가 쌓여 있어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책상 앞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머리를 써야 하는데, 창 밖으로 화사하게 핀 산벚나무 꽃들과 연초록 신록이 짙어가는 대모산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도무지 책이 손에 잡힐 것 같지 않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무작정 집을 나서 ..

풀꽃나무 일기 2016.04.10

고창 (10) 선운사, 시왕의 웃음 번지는 유쾌한 명부전

선운사 너른 절마당, 서쪽 축대 위에 맞배지붕 건물이 하나 서 있다. 염라대왕(염마왕)이 다스리는 저승 세계를 나타낸 명부전(冥府殿)이다. 퇴색한 모습이지만 선운사를 찾으면 내가 꼭 그 내부를 들여다보게 되는 유쾌한 전각이다. 여느 절의 명부전과는 달리 선운사 명부전에는 봄바람이 부는 듯 시왕의 웃음이 피어나고 있다. 명부전은 대개 법당 오른쪽 뒤에 있는데, 절 안에서 격이 떨어지므로 건물의 크기나 양식에서 차이가 난다. 죽은 이의 넋을 제도하는 지장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있어 지장전(地藏殿)이라고도 하며, 지옥의 심판관인 시왕을 모시고 있어 시왕전(十王殿), 저승과 이승을 연결하는 곳이므로 쌍세전(雙世殿)이라고도 한다. 본래는 지장전과 시왕전이 각각 독립된 전각으로 분리되어 있었으나, 고려말 이후 부처님..

고창 (9) 선운사 관음전, 영산전, 팔상전

대웅전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관음전(觀音殿)이, 서쪽에는 영산전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영산전 서쪽 ㄱ자로 꺾어진 축대 위에는 명부전이, 영산전 뒤쪽에는 팔상전과 산신각, 그 서쪽으로는 조사전이 있다. ■ 한때 지장보살을 주존으로 모셨던 관음전, 그리고 대웅전의 동쪽에 위치하는 관음전은 정면과 측면 모두 3칸으로 된 맞배지붕 건물이다. 관음전은 이름처럼 관세음보살을 봉안한 건물이다.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제도하는 보살로 민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보살이다. 절에서 중심 법당으로 있으면 원통전이라고 부르고, 절의 부속 전각으로 있으면 관음전이라고 한다.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강조하여 대비전이라고도 부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원래 이 건물은 스님방이었다. 원교 이광사가 쓴 '..

고창 (8) 선운사, 천왕문에서 만세루 지나 대웅전으로

도솔산 계곡이 다 그렇지만, 일주문에서 선운사까지 도솔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참으로 고즈넉하고 아늑해서 마음이 절로 차분히 가라 앉는다. 왼쪽으로는 거울처럼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오른쪽으로는 부도밭을 품고 있는 숲이 우거져 있다. 호젓한 분위기의 선운사, 특히 5월이 가까워서야 때늦은 붉은 꽃을 피우고 꽃봉오리를 처연하게 떨구는 뒤안의 동백나무 숲은 선운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달콤하면서 아린 상처 같은 사랑의 기억을 일깨우는 낭만적인 공간이 된다. 이곳을 다녀간 시인들은 무딘 사람들의 감성조차 일깨운다. 서정주의 시처럼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별의 애절함을 노래하는 송창식의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예요. 동백꽃을 보신..

고창 (7) 선운사 부도밭 백파율사비, 백파와 추사의 서한 논쟁

일주문을 지나면 도솔천 개울을 따라 절집까지 이어지는 호젓한 길로 접어든다. 오른쪽으로는 울창한 전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 숲속에는 꼭 들러보아야 할 부도밭이 있다. 사람들은 이곳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도밭'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오 년 전에 찾았을 때와는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다. 그냥 넓은 땅에 자연스레 늘어서 있던 부도들이 새롭게 다진 터에 위치가 조정되어 정비되었고, 주위에는 흙돌담에 일각문까지 세워 격을 갖추었다. 그야말로 부도전(田)이 부도전(殿)으로 탈바꿈했다. 이곳 부도밭은 추사 김정희가 백파선사를 기리는 글을 새긴 백파율사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부도밭이 많이 찾는 것도 바로 이 백파율사비가 있기 때문이다. 비석의 주인공인 백파 긍선(白坡 亘璇 : 1767~1..

고창 (6) 선운사 일주문, 미륵보살이 거처하는 도솔산으로 들어서다

천연기념물인 송악을 둘러보고 선운사를 향해 발길을 옮긴다. 화창한 날씨인데도 도솔산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바람은 시리게 차갑다. 그래도 맑은 솔향기 느껴지는 바람이 상쾌하다. 그리고 금방 부처님 세상임을 알리는 일주문이다. 선운사가 있어 선운산이라 부르지만 원래 도솔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일주문에도 '도솔산 선운사(도솔산 선운사)'라고 써 놓았다. 집안 아저씨 뻘인 김충현의 멋드러진 글씨로... 도솔산이란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는 것일까. 잠시 '도솔(兜率)'이 뭔지 알아보고 가자. 그래야 도솔산과 도솔계곡에 담긴 부처님 세계가 조금 이해될 거 같다. 이 땅에는 도솔이란 말이 참 많이 쓰인다. 유리왕이 지었다는 '도솔가'도 있었고 월명사가 지었다는 '도솔가'란 말이 전해진다. 불교에는 '도솔천'이..

고창 (5) 선운사 입구, 고창 삼인리 송악(천연기념물 제367호)

고창읍성을 돌아보고 난 다음날 선운사로 향한다. 오늘은 선운사를 돌아보고 난 다음에 선운사 골짜기를 따라서 도솔암과 마애불, 그리고 낙조대와 투구바위까지 돌아볼 계획이다. 선운산 정상이 336m라니 그리 힘들지는 않을 거다. 고창 버스터미널에서 선운사 가는 버스는 거의 매 시간 단위로 있어 불편함이 없다.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있지만, 그것은 낭비의 시간이 아니라 설렘의 시간이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행은 느긋해서 좋다. 차창으로 명랑하게 비쳐드는 아침 햇살을 즐기며 20~30분쯤 달렸을까. 어느 새 버스는 선운사 물이 흘러내리는 도솔계곡을 들어서고 있다. 5년만에 찾은 선운사, 그리 달라진 풍경은 없다. 관자노리가 얼얼할 정도로 계곡 바람은 싸늘한데, 먼저 바로 개울 건너편으로 보이는 천연기념물 송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