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91

늦가을 굴업도 (1) 다시 찾은 굴업도, 당혹스런 개발 목소리

여행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굴업도만큼 아름다운 섬 없다고 하도 떠들어 댔더니, 굴업도 가자고 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굴업도 사랑이 지나쳐 이제 사람들이 나만 보면 굴업도를 말하게 되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함께 가자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두 번이나 함께 가려는 시도를 하였는데, 두번 다 실패하고 말았다. 작년 12월 초엔 아침에 출발하였다가 풍랑으로 배가 뜨지 못한다는 전화를 받고 급히 다른 데로 가야했고, 지난 6월에는 배표 예약에 실패하는 바람에 못 가기도 하였다.(단체 예약에 실패했지만 표 하나를 겨우 구한 나는 혼자 다녀왔다.) 그런 반면에 지난 여름에 모 선배 부부는 굴업도에서 5일간이나 야영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10월 23일, 지난 6월에 예매 실패로 포기해야..

우리 섬 여행 2010.12.15

청산도 슬로길 (5) 동촌리 돌담길과 정자나무

짧은 순간 차창으로 바라본 청계리의 정자나무들에 대한 인상이 강렬한데 투어 버스는 신흥해수욕장을 향해 청산도에서 가장 넓은 들을 거느린 골짜기를 달려 내려가고 있다. 갑자기 낯선 사람들과 투어를 하게 된 것이 멋적은 한편, 빵빵하게 가동한 에어컨 공기에 심신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해설사는 간척하기 이전에는 바닷물이 지금의 들판 골짜기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고 설명한다. 차창으로 내다보니 과연 지금도 바닷물이 들어오는 게 아닐까 싶게 보통 개울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을 이루고 있다. 버스는 신흥해수욕장을 지나 동촌마을로 향한다. 매봉산 동쪽 자락에 자리잡고 있어 마을 이름이 동촌리가 되었다고 한다. 상서리 마을 돌담길을 보고 싶었는데, 해설사는 상서리보다는 동촌마을이 전통 담장의 모습을 더 잘 간직하고 있다..

우리 섬 여행 2010.08.23

청산도 슬로길 (4) 권덕리에서 말탄바위를 지나 범바위까지

권덕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슬로길 제4코스를 나선다. 제4코스는 권덕리에서 범바위까지. 지금까지의 해안으로 난 평탄한 길과 달리 가파르게 오르는 능선길이다. 길은 여전히 청색 화살표가 인도한다. 범바위로 오르는 능선길로 접어들기 전 잠시 권덕리 방향을 돌아본다. 권덕리는 보적산과 범바위로 이어지는 산의 능선에 둘러싸인 외진 마을이다. 멀리 보적산에서 흘러내린 산줄기를 넘어오는 도로를 통해 교통이 연결되고 있다. 보적산에서 흘러내린 산자락 끝에 작은 들을 거느리고 있다. 밭에는 참깨꽃이 만발하고 있다. 능선으로 들어서는 길옆에는 여우콩이 무성한 덩굴을 이루고 있는데, 아직 꽃을 피울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예덕나무 수꽃만 본다 했는데, 겨우 암나무 한 그루를 만나고 보니 이미 꽃..

우리 섬 여행 2010.08.22

청산도 슬로길 (3) 읍리 갯돌밭에서 권덕리까지 아름다운 해안절벽길

산과 물이 모두 푸르다 하여 청산도(靑山島)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해안절벽 위 푸른 솔숲 산허릿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 길은 줄곧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 위로 이어진다. 읍리 갯돌밭까지 슬로길 제2코스인 '연애바탕길'은 끝났다. 갯돌밭 동쪽의 정자에서..

우리 섬 여행 2010.08.22

청산도 슬로길 (2) / 서편제 촬영지, 봄의 왈츠 세트장, 읍리 갯돌밭

슬로길에는 당연히 '서편제' 촬영지와 '봄의 왈츠' 세트장이 포함되었다. 전국 어디서나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는 찾는 사람들로 넘실거리지만, 이곳 청산도의 촬영지는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조망이 특히 아름다워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서편제'는 이청준의 소설을 원작으로 판소리라는 전통 음악을 통해 민족의 한의 정서를 가슴저리게 그려낸 임권택의 걸작이다. 천대받는 떠돌이 예술가 소리꾼, 사무친 한의 소리를 위해 여식을 장님으로 만들면서까지 붙잡아 두려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1993년 여름의 극장 안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백 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우고, 대종상 6개부문을 휩쓸며 소리꾼 오정해를 충무로의 스타를 만들었고, 특히 남도의 사계를 담은 영상미로 정일..

우리 섬 여행 2010.08.20

청산도 슬로길 (1) 도청항에서 도락리까지

대청도와 소청도 여행을 하기로 하고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그런데 인천행 급행전철 속에서 풍랑으로 배가 뜨지 않는다는 갑작스런 연락을 받는다. 어찌하나 막막해 하다가 청산도로 가자고 마음 먹는다. 겨울섬만 보았지 여름 청산도는 본 적이 없지 않느냐. 걷기에 참 좋은 섬인데 한번 느긋하게 걸어보지 못하지 않았던가. 용산으로 되돌아가서 KTX 타고 광주로, 광주에서 완도로... 그렇게 해서 완도항에 도착하니 오후 네 시가 넘었다. 배가 뜰까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스럽게 물결은 잔잔한 편이다. 인터넷으로 배편을 검색할 때는 5시 20분이었던 마지막 배가 6시 20분으로 바뀌어 있다. 무료한 시간 청산도 안내 팸플릿을 구해 여행 코스를 구상해본다.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로 걷기 열풍이 있더니, 청산도에도 슬로..

우리 섬 여행 2010.08.16

무의도(4) 냉전시대 북파공작원의 한이 서린 실미도, 실미해수욕장

포도밭을 지나 울창한 해변 솔숲 언덕 바로 앞에 매표소가 있어 입장료를 받는다. 하나개해수욕장이 그러하더니, 작은 섬 무의도에서 이렇게 곳곳에서 유료 입장을 해야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마을에서 실미도로 들어오는 길이 좁은데도 관광버스가 줄을 잇고, 주차장도 운동장처럼 넓게 자리잡고 있다. 바닷가 구릉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소나무 숲 곳곳에는 음식점이 자리잡고 가요 소리가 시끄럽게 흘러 나오니 그야말로 유원지 분위기이다. 실미해수욕장의 북쪽 해안으로 들어선다. 빤히 건너다 보이는 맞은편 실미도 해안에는 백사장이 별로 발달되어 있지 않다. 당연히 실미도에 있을 줄 알았던 실미해수욕장은 실미도를 바라보고 있는 무의도 북서 해안 백사장을 가리키는 것이다. 실미도로 이어진다는 뜻으로 실미해수욕장이라..

우리 섬 여행 2010.08.07

무의도(3) 까치놀 어촌체험마을에서 실미도까지 걷는 길

새벽에 비가 쏟아지는 소리에 얼핏 잠을 깬다. 어제 오후 바람 한 점 없이 후텁지근하더니 결국 비가 되어 내리는 모양이다. 날이 밝아 일어났을 때에도 여전히 가는 비가 내리고 있다. 잠깐 비는 그치는 사이, 엊저녁 식사를 한 곳에서 또 아침을 먹기가 뭣해 배낭을 메고 식당을 찾아 나선다. 숙소 부근 뜰에는 참골무꽃과 함께 끈끈이대나물 핑크빛 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그리고 아욱 꽃도 피었다. 공터엔 기생꽃이 기생보다도 더 예쁘게 환하게 피었다. 까치놀섬마을 주변은 무의도의 평야지대라 할만큼 땅이 넓다. 호룡곡산과 국사봉 능선이 이어지는 곳에 자리잡은 마을 주변의 들판은 두 산의 너른 품에서 흘러내린 수량이 풍부해서 개울에도 맑은 물이 흐르고 크고 작은 습지도 많다. 연못을 가득 덮고 있는 이 물풀은 이삭물..

우리 섬 여행 2010.08.07

무의도(2) 최고봉 호룡곡산, 바다를 바라보며 '환상의길'을 걷다

하나개해수욕장을 벗어나 뒤편 솔숲길을 걸어 호룡곡산 등산로로 접어든다. 햇살 쨍쨍한 바닷가에서 숲으로 들어서니 갑자기 컴컴해진다. 등산로 초입 부분은 하나개해수욕장의 남쪽 해안과 나란히 이어진다. 이렇게 해안을 끼고 도는 길을 '환상의 길'이라 이름 붙여 놓았다. 넓은 백사장과 섬의 최고봉이 나란히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무의도의 최고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섬이지만 들이 거의 없고 호룡곡산(245.6m)과 국사봉(230m)으로 이어지는 산은 사방으로 바다를 향해 내려서는 능선과 골짜기를 거느리고 넉넉한 품을 자랑한다. 이 섬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빼놓지 않고 찾아보는 필수 등산 코스이다. 등산에서 하산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는데 쉬엄쉬엄 가다보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걸리기도 한다...

우리 섬 여행 2010.08.05

무의도(1) 잠진도선착장에서 하나개해수욕장까지

자월도를 다녀온 지 한 달만에 무의도를 찾는다. 서해섬들을 다녀올 때 인천항으로 들어서기 전 언제나 왼쪽으로 지나치는 섬, 인천공항과 마주하고 있는 섬이 불현듯 찾고 싶어졌다. 닭의난초나 병아리난초 등을 비롯하여 독특하고 귀한 야생화도 자생하고 있다니 어떤 섬인지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다. 토요일 아침, 동인천역에서 306번 버스를 타고 잠진도 선착장에 이르러 배를 타고 건너간다는 단 하나의 정보만 가지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숙식할 곳은 있는지, 길은 어떻게 되고 찾아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등 정보를 미리 공부하고 출발하면 여행이 보다 짜임새 있을 것이지만 요놈의 게으른 버릇은 당최 고쳐질 것 같지가 않다. 그렇게 해서 두 시간 가까이 걸려 간 동인천역, 바로 앞 정류소에서 306번 버스를 갈아탄..

우리 섬 여행 2010.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