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청산도 슬로길 (3) 읍리 갯돌밭에서 권덕리까지 아름다운 해안절벽길

모산재 2010. 8. 22. 15:46

 

산과 물이 모두 푸르다 하여 청산도(靑山島)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해안절벽 위 푸른 솔숲 산허릿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 길은 줄곧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 위로 이어진다.

 

읍리 갯돌밭까지 슬로길 제2코스인 '연애바탕길'은 끝났다. 갯돌밭 동쪽의 정자에서부터 들어서는 산길에서부터 슬로길 제3코스 '낭길'이다. 권덕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해안절벽 위로 난 길이어서 '낭떠러지'를 뜻하는 '낭'길이 되었다. 

 

청산도는 최고봉인 매봉산(385m)과 대봉산(379m)·보적산(330m) 등 비슷한 높이의 산들이 사방에 솟아 있는데, 이들 산지에서 발원해 흐르는 하천을 따라 크고 작은 들판이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해안선은 대부분 암석해안을 이루고 있는데(동쪽 해안 만입부인 신흥리쪽에 간석지가 있는 정도) , 특히 섬의 남쪽해안은 바다가 침식해서 만들어진 해식해가 발달하였다.  

 
 
낭길을 따라 걸으며 풀꽃나무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봄철에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예덕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어찌된 것인지 암꽃은 보이지 않고 수꽃만 만난다.
 

  

 

이 고사리는 바위고사리...?

 

 

 

쥐꼬리풀은 흔하다.

 

 

 

해변싸리. 아직 꽃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고들빼기 어린풀

 

 

  

아마도 이 풍경이 해안길에서 만나는 청산도 최고의, 대표적 풍경이지 싶다.

  

 

 

실처럼 가느다란 줄기가 덩굴을 이룬 실고사리도 만난다.

 

 

 

 

해안절벽에는 제철을 맞은 원추리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절벽 위로 이어지는 산길 모습

 

 

 

굴곡이 심하고 해식애가 발달한 해안선 풍경

 

 

   

 

 

'낭길'의 중간에서 풍혈(風穴)을 만난다. 지하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나와 그 앞에 주저 앉아서 등을 대고 있으면 금방 온 몸이 시원해진다.

 

 

 

풍혈에서 땀을 식히고 있노라니 맞은 편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다. 기나긴 해안길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이다. 그러고보니 이 아름다운 해안길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봄 한철 행사 기간에만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슬로길이라니...

 

나야 이 해안을 전세낸 듯 호젓해서 좋지만 청산도로서는 뭔가 실패하고 있음이 틀림없는 듯하다.

 

 

씨방이 달린 산골무꽃

 

 

 

흰대극으로 보이는 풀들이 해안 언덕에 흔하게 자생하고 있다.

 

 

 

아마도 자란이지 싶은 풀들이 대군락을 이루고 있다. 꽃 피는 계절에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능선 굽이길로 돌아들자 권덕리 앞 방파제가 빼꼼히 나타난다. 슬로길 제3코스도 다 왔다.

 

 

 

권덕리 마을로 돌아서는 굽이에서야 저 풍경은 완성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서편제길'로 명명된 저 길을 이곳 '낭길'처럼 오솔길로 남겨 두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차들이 먼지를 날리며 들락날락 달리는 '슬로'길,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

 

 

 

 

드디어 권덕리 마을이 나타났다.

 

왼쪽 앞 갯가에 보이는 건물이 이곳 유일의 식당 '바다정원'이다. 저 곳에서 나중 점심식사를 한다.

 

 

 

권덕리 마을 입구의 느티나무와 공동우물. 느티나무 곁에는 버스정류소이고 공동우물 위에는 정자지붕을 올려 놓았다.

 

멀리 오른쪽 위로 범바위의 뾰족한 봉우리가 살짝 보이고. 왼쪽 정자나무 끝 구름 덮인 봉우리가 권덕리의 진산인 보적산(330m)이다. 이곳 권덕리에서 범바위까지의 길을 '범길'이라고 명명해 놓았는데 슬로길 제4코스이다.

 

 

 

권덕리는 범바위가 있어서 호암동(虎巖洞)으로 불렸고, 1900년경 권덕포라 하여 읍리에 속해 있다가 지금은 분리되었다고 한다. 마을 앞 바다는 어족이 풍부하고 수심이 깊어 갯바위 낚시터로 유명한데 지금은 관광유료 낚시터로 지정되어 전국의 낚시꾼들이 모여 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에는 낚시도구를 취급하는 민박집이 많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이 되어 몹시 덥고 허기가 진다. 우선 우물에 가서 세수를 하고 땀을 식힌 후 식당을 찾는다. 민박집은 많은데 식사를 할 수 있는 집은 없다.

 

 

 

이래서야 슬로길을 걸으려 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싶기도 하다.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은 중간 중간 쉬면서 숙식할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은가.

 

 

다행히 마을 사람 한분이 갯가 식당에서 영업을 한다고 일러준다.

 

다시 갯가로 나가니 '바다정원'이라는 이름을 한 식당 겸 민박집이 있다. 찾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준비된 메뉴가 없고 백반은 된다고 한다. 지어 놓은 밥도 없어서 식사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반찬은 주인장이 먹던 대로 내 놓겠다 한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밥 짓기를 기다려서 식사를 한다니 그야말로 '슬로 시티'를 찾은 취지에도 잘 맞다. 그러잖아도 이 땡볕에 바로 길을 나서기도 부담스러워 좀 쉬어가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절로 느긋해진다. 널찍한 식당 룸을 독차지하고 앉아서 선풍기 바람을 쐬니 아주 살 것만 같다. 시원한 맥주까지 마시니 그냥 신선이 된 기분이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