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91

통영 (7) 욕지도, 노적마을 지나 통단 가는 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욕지도의 동쪽, 퍼덕이는 물고기 꼬리처럼 남북으로 길게 튀어나온 노적-통단-통구지 방면 트레킹에 나선다. 욕지항에서부터 고개를 넘을 때까지는 어제 걸었던 길 그대로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점차 환한 모습으로 부스스 깨어나는 항구의 풍경이 신선하면서도 평화롭기만하다. 입석마을을 지나 고개를 넘는다. 어제 일몰을 지켜보았던 고래강정에서, 이제는 아침햇살을 받고 환하게 깨어난 삼여와 양판구미의 눈부신 절경을 감동스럽게 지켜본다. 어제 오후 걸었던 삼여와 해안 일주도로와 새천년해돋이공원과 대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더욱 정겹게 느껴져 한동안 바라보고 섰다. 개미목. 절단된 듯한 절벽 사이, 역광이 강렬하여 삼여의 풍경이 잡히지 않는다. 목넘이 고개에서 내려다본 욕지항 전경 잠시 해안길로 접어들..

우리 섬 여행 2014.03.26

통영 (6) 욕지도항 풍경, 욕지도 일몰

천왕봉 등산을 마치고 마을로 접어드니 뒤편 언덕에 그림 같은 황토밭 풍경이 펼쳐진다. 이 황토밭이 그 유명한 욕지도 밤고구마밭일 것이다. 메마른 마사토와 황토밖에 없는 욕지도에는 벼농사를 지을 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여느 섬에서 전하는 속담이 이곳 욕지도에도 전한다. "욕지 처녀 시집 갈 때까지 쌀 서 말도 못 먹는다." 이 메마른 황토밭에 욕지사람들은 100년 세월을 훌쩍 넘겨 고구마를 재배해 왔는데, 지금은 욕지도를 대표하는 농산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물빠짐이 좋은 황토밭에 풍부한 일조량, 그리고 염분 머금은 시원한 바닷바람이 명품 고구마를 생산하는 데 최적의 자연환경을 이루었다. 욕지에서 많이 재배된다는 신율미라는 고구마 품종은 붉은 껍질에 속살이 노란 밤고구마라는데, 같은 품종이라도 다른 ..

우리 섬 여행 2014.03.24

통영 (5) 천왕봉 오르며 바라보는 욕지도 절경

일주도로를 따라 욕지도 남쪽 해안 절경을 돌아본 뒤 새천년기념탑에서 시작되는 천왕봉 등산로로 접어든다. 선택한 코스는 새천년기념공원-대기봉-천왕봉-태고암-상수원지-욕지항. 욕지도는 작은 섬이지만 주봉 천왕봉(392m) 외에도 대기봉(355m), 약과봉(315m), 일출봉(190m) 등이 솟아 있고 등산로로 잘 나 있어서 찾는 등산객들이 많다. 욕지도의 최고봉을 '천황봉'이라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이름이라고 한다. 본래 이름은 사천왕에서 유래한 '천왕봉'이었는데 일제 때 천황봉으로 바뀌었던 것을 최근에 제 이름을 되찾았다고 한다. 지금도 동항마을 위 상수원 저수지 기슭에는 산신당이 있는데, 예로부터 섬사람들이 천왕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왔으며 거기서 산의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한다. 능선에 올라 서자 빼어난..

우리 섬 여행 2014.03.21

통영 (4) 욕지도 가는 길, 욕지도 남쪽 해안의 절경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처음으로 해수욕을 갔던 남해 상주해수욕장에서 들은 이름이 욕지도다. 송창식의 '왜 불러'와 '고래사냥'이라는 노래가 젊은이들이 넘실거리던 해수욕장을 점령했던 낭만의 시기. 남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이 묘한 이름의 섬은 미지의 낭만의 섬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나 어느 이른봄, 추억 속의 이름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욕지도는 통영항에서 30킬로미터 거리 남해섬과 거제섬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다. 동서 7킬로미터, 남북 4킬로미터 정도의 섬에는 1천2백 가구 2천8백 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통영항에서 미륵산을 돌아 배는 출발했고 한산도 비진도를 지나 넓은 바다로 들어섰다. 욕지도 가는 길목, 어느 덧 연..

우리 섬 여행 2014.03.20

풍도 최고의 절경, '북배(붉바위)'와 '북배딴목'

풍도는 육지 사람들에게 춘삼월에만 존재하는 섬이지 싶습니다. 아직도 겨울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3월 초중순 주말에 사람들이 풍도바람꽃과 노루귀, 복수초를 만나러 밀물처럼 밀려와 작은 섬 기슭을 시장바닥처럼 누비다가 썰물처럼 물러갑니다. 그리고 풍도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한적한 섬으로 남습니다. ※ 사생이나물 내음 가득한 꽃섬, 풍도 => http://blog.daum.net/kheenn/15851660 ※ 바람타는 섬, 풍도 이야기 => https://kheenn.tistory.com/15857858 그러나 풍도에도 여느 섬에 못지 않은 비경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문 듯합니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풍도를 세번째 방문하고서야 풍도의 절경을 발견하였으니 말입니다. 바로 그 비경이 바로 풍도의 서쪽에..

우리 섬 여행 2011.03.31

늦가을 굴업도 (5) 토끼섬의 절경, 거대한 해식와

세번째 찾은 굴업도에서 비로소 토끼섬(목섬) 오르는 감격을 맛본다. 밀물과 썰물의 차가 커지는 그믐이나 보름 가까운 때라야 바닷길이 열리니 때를 맞춰 방문하기가 좀 어려운 일인가. 능선 오르는 것은 뒤로 미루고 해안을 돌며 해식절벽부터 돌아보기로 한다. 바로 보이는 토끼섬의 북서쪽은 해식절벽이 그리 발달되지 않은 모습이다. 토끼섬의 동쪽으로 돌아들자 거대한 해식와의 장관이 펼쳐진다. 토끼섬은 "국내의 다른 장소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고 하여 작년 4월 1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하였다. 위에서 보듯 해안 절벽 아랫부분에 깊고 좁은 통로 모양의 지형을 해식와(海蝕窪, notch)라고 하는데,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다. 길이 120m, 높이 5~10m 정도로 대규모로 발달..

우리 섬 여행 2010.12.17

늦가을 굴업도 (3) 걷는 즐거움, 목기미 해변과 연평산

슬로시티라고 하여 청산도와 증도와 같은 섬이 있지만, 이들 섬이 진정한 위미에서 슬로시티라 할 수 있을까. 육지에서 차량을 가지고 가서 쌩쌩 달리며 관광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면 그건 무늬만 슬로시티일 뿐이다. 전주 한옥마을도 슬로시티를 내세우지만 태조로나 기린로 같은 도로는 강박감을 줄 정도로 차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선유도나 거문도, 매물도, 그리고 굴업도 정도라면 진정 슬로시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는 차량의 편의성과 위험성, 그 어느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슬로시티는 명실상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굴업도야말로 최고의 슬로시티 자격을 가진 섬이다. 작은 섬이지만 동서남북으로 혹은 긴 머리를 내밀고 절벽 섬을 내밀어서 나고 드는 해안선이 어디 한군데도 밋밋한 곳이 없다. 머리..

우리 섬 여행 2010.12.16

늦가을 굴업도 (2) 늦은 햇살 비치는 서쪽해안, 느다시 매바위

개머리 능선을 넘어서 굴업도의 서쪽 끝 해안으로 내려선다. 구름에 가리긴 했지만 바닷물결이 몸을 뒤틀며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반사하는 빛에 눈이 부신다. 덕물산이 있는 굴업도의 동쪽 끝을 동뿌리라 하고 매바위가 있는 서쪽 끝인 이곳을 '느다시뿌리'라 부른다. '느다시'란 '해가 늦게까지 지지 않는 곳'이란 뜻을 가진 말로 해를 늦도록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해안은 절벽이다. 절리가 진행된 바위 벼랑은 붉은 빛깔을 띠며 단풍처럼 아름답다. 절벽 바위틈에는 노란 산국과 연보랏빛 해국 꽃들이 환하게 피어나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돋우고 있다. 구름 사이로 은은히 배어 비치는 햇살을 배경으로 낭자들이 포즈를 잡았다. 벼랑에 핀 산국과 해국 절벽 위의 숲은 거의 관목상에 가까운 소사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었다. 이곳에..

우리 섬 여행 2010.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