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459

남명 선생의 발자취 (2) : 산천재, 그리고 남명기념관

남명 선생의 발자취 (2) 산천재, 그리고 남명 기념관 2007. 01. 04 산천재(山天齋)는 멀리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덕산 사리마을의 끝 덕천강가에 자리잡고 있다. 남명 조식 선생이 벼슬에 뜻을 품지 않고 61세되던 1561년(명종 16)에 사리에 내려와 11년 뒤 돌아가실 때까지 후진 양성에 몰두하던 곳이 바로 산천재이다. 당시 남명 선생의 제자로는 임진왜란 당시 유명한 의병장이었던 곽재우를 비롯하여 오건, 정구, 김우옹, 최영경, 조종도 등이 있었다고 한다. 선생이 거처했던 김해의 산해정·삼가의 뇌룡정등이 있으나 만년에 거처했던 산천재가 조식 선생의 가장 대표적인 유적이다. 산천재는 1561년(명종 16년)에 지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방치되다가 1817년(순조 17년)에야 복원되었다고 한다...

남명 선생의 발자취 (1) : 덕천서원(德川書院)

남명 선생의 발자취 (1) 덕천서원(德川書院) 2007. 01. 04 산청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식사도 미룬 채 지리산의 한 자락인 밤머리재를 넘어서 덕산으로 향한다. 오전에 남명 선생의 흔적을 살펴본 다음 정취암과 율곡사를 들러서 서울로 향하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다. 덕산에 도착하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장이 섰다. 장 구경은 덕천서원을 둘러 본 다음 하기로 한다. 덕산에서 다리를 건너면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남명 선생의 시조비이다. 두류산 양단수(頭流山 兩端水)를 녜 듯고 이제 보니 도화(桃花) 뜬 맑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겻세라. 아희야 무릉(武陵)이 어디오 나는 옌가 하노라. 이 시조는 남명 선생이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이곳에 은둔 생활하면서 쓴 것인데, 이 시기에 씌어진 또 다른 시..

만해· 동리의 발자취가 서린 사천 봉명산 다솔사

만해 한용운 선생이 한때 머물렀고, 김동리가 소설 '등신불'의 모티프를 얻은 절이라는 강 선생의 강추로 다솔사(多率寺)를 찾았다. 도착하니 다섯 시에 가까워 어둠이 서서히 다가서고 있었다. 바깥 주차장에서부터 오르는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고즈넉하여 정밀한 산사의 분위기를 미리 보여 주는 듯하다. 소나무의 검푸른 빛의 이미지로 엄숙하게 다가왔던 다솔사가 나중에 알고 보니 화려한 가을 단풍으로도 유명하다. 여느 절이라면 숲길이 시작되는 산길 입구쯤에 일주문이 서 있을 만한데 일주문이 없다. 다솔사는 봉암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데, 봉암산을 비롯해 해발 300m가 넘는 봉명산, 천왕산들이 연결되어 있어 등산하기에도 좋고, 국립공원인 다도해를 바라보는 조망이 아름다운 절이라고 한다. 다솔사(多率寺)는 조계종 제..

석탑이 없는 절, 여수 영취산 흥국사

석탑이 없는 절, 여수 영취산 흥국사 2007. 01. 03 매년 4월이면 영취산은 붉은 빛으로 타오른다. 흥국사 대웅전 뒤 해발 439m의 영취봉과 510m의 진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진달래 군락이 핏빛으로 물들며 장관을 이룬다. 영취산 진달래축제는 봄빛을 찾는 사람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축제이다. 흥국사는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영취산 기슭에 자리잡은 절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나라의 흥성함을 기원하기 위해 건립된 사찰이다. 고려 명종 25년(1195)에 보조국사가 호국 사찰로 세운 것을 여러 번 고쳐 지었는데, 인조 2년(1624)에 계특대사가 건물을 고쳐 세워 지금에 이른 것이라 한다. 호국사찰답게 흥국사는 임진왜란 때 경내에 300여명의 승병 수군이 조련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절 입..

여주 여행 (3) : 봉미산 품에 안겨 여강을 굽어보는 신륵사

여주 여행 (3) : 봉미산 품에 안겨 여강을 굽어보는 신륵사 2006. 12. 02. 토요일 고달사를 돌아보고 신륵사를 찾았을 때는 오후 3시가 넘었다. 가뜩이나 짧아진 해가 구름 속에 숨어 버려 일주문으로 이르는 길은 싸늘한 여강 바람에 을씨년스럽기까지하였다. 입구에는 일주문을 수리하고 있었는데, 수년 전에 보았던 일주문과는 달리 작다. 동남아에서 수입한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원목 기둥이 아담한 절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 보기에 부담스러웠는데 다행이다. 한때는 이 길을 따라서 식용개구리를 파는 노점들이 늘어서서 또 얼마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가... 다행스럽게 지금은 제모습을 찾았다. 대학시절 처음 찾았던 신륵사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야트막한 봉미산(鳳尾山) 산자락에 포근히 안겨 시원스레 돌아흐르는..

여주 여행 (2) : 혜목산 산자락 눈 덮인 고달사지

여주 여행 (2) :혜목산 산자락 눈 덮인 고달사터 2006. 12. 02. 토 김영구 가옥을 돌아본 뒤 북내면 상교리에 있는 고달사터로 향한다. 골프장이 있는 고개를 넘어서니 하얀 눈이 덮은 혜목산 산자락에 포근히 안겨 있는 고달사터가 나타난다. 여주 부근에는 큰 절터가 유달리 많다. 흥법사터, 법천사터, 거돈사터 등이 그런 곳인데, 예전 함께 활동했던 신선생님의 안내로 돌아본 뒤 불교 문화의 매력에 새삼 빠져들게 되었다. 폐사지, 절 자체는 사라졌어도 그 흔적만으로도 역사의 무게가 절로 다가와 묘한 감동에 젖어들게 한다. 내 고향(합천)의 영암사터를 종종 찾아보게 된 것도 그런 경험 탓일 것이다. 혜목사 산 자락 눈 덮인 고달사터 저 왼쪽 아래서부터 위쪽으로 차례대로 석불좌, 원종대사혜진탑 귀부와 이..

여주 여행 (1) : 여주 김영구 가옥, 두 개의 부엌과 두 개의 사랑채

여주 여행 (1) : 여주 김영구 가옥 2006. 12. 02 여주의 남한강 바람이나 쐬자는 이 선생님의 제안에 군말없이 좋다고 따라 나섰다. 대학 시절 한글날을 기념해서 영릉과 신륵사를 돌아본 것이 여주와의 첫 인연이었고, 10여 년 전 동료 교사들과 역사 기행을 하면서 그 곳 외에도 명성황후 생가, 고달사지, 목아박물관 등을 두루 돌아 보면서 여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 이후론 기회가 될 때마다 틈틈이 들렀고, 소풍날이면 따로 계획을 세워 아이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이곳으로 역사 문화 체험학습을 떠나기도 했다. 구리로 해서 팔당으로 접어드는데 검단산, 예봉산 등 주변의 산봉우리들엔 하얀 눈이 쌓였다. 언제 눈이 왔길래 저런가 했는데, 양평 쪽으로 들어서니 온 세상이 하얗다. 엊저녁에 눈이 제법 많이 ..

한강을 사이에 두고 검단산과 마주보는 팔당 예봉산

'사랑산'이라고 부르는 예봉산을 오르다 2006. 11. 25. 토 눈부시게 맑은 날씨, 혹시나 싶어 등산복 겨울 내피까지 입고 나섰는데 봄날이다. 예봉산을 오르자는 제안에 그러마고 나선 길이다. 암사역에서 내려 일행을 만나 팔당대교를 건넜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검단산과 힘 겨루듯 마주 보고 있는 산,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을 손 닿을 듯 지척에 두고 있는 산, 주민들이 '사랑산'이라는 정감 있는 이름으로 부른다는 예봉산은 경기도 남양주군 와부읍 팔당리와 조안리 경계에 우뚝 솟아 있다. 정상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면 넓은 팔당호가 아늑히 잠겨 있고, 그 호수로 흘러드는 남한강 북한강 두 갈래 물길이 하늘에서 드리운 비단폭처럼 아스라히 펼쳐져 보인다. 그 너머로 뻗어 있는 광주산맥, 우뚝 솟은 용문산... ..

제부도 가는 길에 들른 남양성모성지

제부도 가는 길에 들른 남양성모성지 2006. 10. 28 토요일 바다와 갯벌 구경하러 제부도 가는 길, 남양을 지나며 남양성모성지를 들렀다. 처음 와 보는 곳인데, 산골짜기 전체를 성모 형상의 아늑한 공원으로 조성하여 찾는사람들이 많다. 곳곳에 화강암의 대형 묵주알, 그리스도상과 성모상 등의 성상을 조성하였고, 골짜기 언덕을 따라 구비구비 도는 오솔길이 아름답고 정답다. ● 예수성심상 이곳은 병인년(1866년) 천주교 대박해 때 많은 신자들이 피 흘리며 죽어간 무명 순교지인데, 기록이 전해지는 순교자는 네 사람뿐으로 충청도 내포 사람 김 필립보와 박 마리아 부부, 용인 덧옥돌 사람 정 필립보, 수원 걸매리 사람 김홍서 토마가 그들인데, 이들은 끝까지 배교를 거부하다 교수형을 당하였다 한다. 다른 순교지..

수종사, 바람은 절로 불어오고 물소리는 종소리를 내며

바람은 절로 불어오고, 물소리는 종소리를 내며 - 동방 사찰 제일의 전망, 수종사(水鍾寺) 며칠 전까지 찜통 같던 날씨가 갑자기 선들선들해지며 가을 분위기를 만든다. 특활발표회날이라 마음은 한가로운데, 점심을 먹고 나오니 청량한 햇살에 갑자기 '땡땡이를 치고' 싶어진다. 이런 마음 슬쩍 흘렸더니 두분이 금방 호응을 해 주는 게 아닌가? 차를 몰고 팔당댐을 지나 양수대교를 스쳐 지나가 진중리 마을을 끼고 좁고 가파른 운길산 산길을 오른다. 평일인데도 수종사를 다녀오는 차들이 왜 이리 많은가? 사륜구동 지프도 헐떡대야 하는 길을 비켜가느라 승용차를 운전하는 섐은 팥죽같은 땀을 주룩주룩 흘린다. 나무 그늘에 파묻혀 들어선 수종사 경내, 발아래 펼쳐지는 양수리의 풍광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멀리 남한강과 북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