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459

태백산사고가 있었던 태백산 각화사

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 호랑이를 구경하고 트레킹을 즐긴 다음 점심 식사를 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각화사(覺華寺)에 들렀다. 주소를 보니 봉화군 춘양면 석현리, 태백산에서 30리 남쪽에 있는 각화산(1,202m) 남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686년(신라 신문왕 6)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정조 즉위 년(1777년)에 태백산사고를 지어 왕조실록을 수장하며 3대 사찰의 하나로 번창하였지만 1910년 사고와 절이 소실되었다.(1913년 의병을 공격하기 위하여 일본군이 사고와 절을 불태웠다고 하며, 혹은 1945년 광복 후 소실되었다고도 한다.) 사찰 건물은 복원된 지 얼마되지 않은 모습이다. 조계종 제16교구 고운사(孤雲寺)의 말사이다. '각화산 각화사'가 아니라 '태백산 각화사'. 부석사처럼 멀리 떨어져 ..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대마불사' 여름 정기 여행 첫 코스는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돌솥밥에 5가지 생선구이를 곁들인 점심까지 푸짐하고 맛있게 먹은 후 한탄강으로 향한다.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자리잡은 주상절리길은 총 연장 3.6km. 한탄강을 따라 주상절리 절벽 허공에 설치한 잔도길을 걸으며 다채로운 주상절리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느릿느릿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8월말이지만 한여름과 다름없는 날씨임에도 힘차게 흐르는 강물을 따라 걷는 길은 시원하다. 입장료 1만원이 그리 아깝지는 않다. 주소 :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산 174-3 문의처 : 순담매표소 : 0507-1431-2225, 드르니매표소 : 0507-1374-9825 이용시간 하절기(09:00 ~ 18:00) / 16시 입장..

악견산과 금성산을 바라보는 합천호 광암정(廣巖亭)

가을빛 짙어 가는 합천호, 그 푸른 호숫가에 우두커니 서서 물 건너 악견산과 금성산을 바라보며 광암정은 자리잡고 있다. 억새 출렁이는 합천호 가을 풍경 지금으로부터 180여 년 전, 갑신정변이 일어나던 바로 그 해에 매와거사(梅窩居士) 권정기(權正基)라는 분이 아버지 병덕(秉德)을 위하여 지은 정자라고 한다. 아버지 권병덕은 중추원 의관 등을 지냈는데 호를 광암(廣巖)이라 하여 정자 이름도 광암정(廣巖亭)이라 하였다. 원래는 대병면 창리 산9번지 황강변 경관이 수려한 자연 암석 위에 세워져 있었는데, 합천댐 건설로 수몰 지역이 되어 1985년 지금의 장소로 옮겨 복원하였다고 한다. 앞쪽을 보기 위해 아래로 내려서는 데크 길을 따라 돌아간다. 앞면 4칸·옆면 3칸의 누각식 겹처마 팔작지붕집이다. 가운데에는..

합천호의 가을, 물억새와 물대 풍경

합천호에 가을이 깊어간다. 호숫가 언덕에는 물억새 이삭의 갓털이 흰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 출렁이고 있다. 호수의 물도 바이칼 호수의 물빛처럼 한결 깊이 여물었다. 이 배경으로 묵직한 모암 그대로 솟아 있는 악견산과 금성산이 배경으로 자리잡아 풍경은 더욱 아름답다. 악견산(왼쪽, 634m)과 금성산(오른쪽, 609m) 한쪽에 조성된 수변공원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자란 커다란 물대들이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고 있다. 아쉽게도 작은 연못들은 말라버렸다. 다양하게 서식하는 수생식물들이 또 하나의 멋진 가을 풍경들을 만들어 주었는데... 물대(Arundo donax)는 벼과 왕갈대속의 여러해살이풀. 영어 이름으로는 '거인갈대(giant reed)'라고 불릴 정도로 크다. 높이 4m 정도로 자란다. 원산지는 유럽이..

무룡고개 - 장안산, 조릿대 터널과 억새 풍경 트레킹

성희씨가 정성스레 차려 준 시원한 김치찌개에 아침밥을 든든히 먹은 후에 여심재를 출발한다. 기석 형을 위해 잠시 집 앞에 붉게 잘 익은 마가목 열매를 성희 씨가 따서 챙겨주어 차에 싣고 작별한다. 먼저 떠나려는 박재완 씨는 장계 터미널까지 배웅하고, 우리는 장안산 트레킹을 위해 무룡고개로 향한다. 무룡고개(910m)에서 출발하는 트레킹 남덕유산에서 남쪽으로 육십령을 건너 영취산이 솟아오르고 영축산에서 남쪽으로 지리산이 이어지는데,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은 지리산에서 끝나게 된다. 오늘 오르는 장안산은 영취산에서 서쪽으로 무룡고개를 건너 솟아오른 산으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의 기점이 되는 산이다. 조릿대(산죽) 터널이 한동안 이어진다. 이곳의 조릿대는 사람 키를 훌쩍 넘어 2m에 가까운데, 마치 신이대 ..

대적골 제철유적지를 지나 서봉과 남덕유산으로

지난 8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 간 라다크 마카밸리 트레킹을 함께 했던 남성희 씨의 초대를 받아, 그가 살고 있는 덕유산 기슭, 장수 장계의 여심재를 방문한다. 9월 하순에 만나기로 하였지만 진입로 공사 때문에 차량 진입이 불가하다 하여 두어 주 늦춘 것인데, 오늘도 산자락 참샘에 있는 집을 오르는 좁은 길은 전신주 공사 차량이 길을 막고 있다. 차를 세워 두고 걸어서 가는데 내려오던 길에 역시 길이 막혀 차를 되돌려 가던 노부부가 남성희 씨 댁 방문하는 거냐고 묻는다. 위쪽에는 노부부 외에는 남성희 씨밖에 없다는 것. 덕분에 노부부 차량으로 남성희 씨 댁에 이내 도착한다. 먼저 도착한 청주의 김윤환 님과 남성희 씨와 앞뜰에 앉아 있다 우리를 맞이한다. 이미 보내 준 사진 속의 집보다 훨씬 멋진 집,..

장계 천주교회, 아기 예수를 안은 요셉상

지난 여름 라다크 마카밸리 트레킹에서 열흘 간 고락을 함께 했던 남○○ 씨의 초대를 받고 장수 장계로 향하였다. 기석 형의 차를 타고 장계에 도착한다. 덕유산 품에 안긴 촌락 장계, 해발 고도 500m에 가까운 산간 분지지만 이른바 '무진장(茂鎭長)'의 중심에 자리잡고 전북 동부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하다. 동쪽은 육십령을 넘어 경남 함양과 연결된다. 시골 면소재지 규모로는 크고 거리 건물들이 대개 2층으로 되어 있다는 데 놀란다. 하나로 마트를 들렀다 바로 앞에 있는 장계 천주교회에 잠시 들렀다. 도로에 면한 입구로 들어서니 넓은 들이 펼쳐지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색으로 빛나는 아담한 시골 성당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성당 문이 닫혀 있어 그 앞에서 서성이는데 신부님이 나타나서 오른..

해국 꽃 만발한 추암 촛대바위

한글날! 오전에 물매화가 가장 늦게 핀다는 계곡을 찾아 아름다운 물매화를 실컷 감상하고 동해로 가서 아주 오랜만에 시원한 곰칫국을 맛보고 촛대바위로 향한다. 5년만에 방문한 추암은 그야말로 상전벽해! 백사장 옆 올망졸망 고즈넉하던 소박한 갯마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새로 지은 현대식 상가가 들어섰다. 공원을 꾸미는 등 개발의 여파인지 마을 옆으로 흐르던 추암천은 어지러운 모습이다. 거울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갈대 우거진 개울에 청둥오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아름다운 장면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능파대를 울로 삼고 의젓하게 앉아 있는 해암정의 모습은 옛 모습 그대로다. 추암해변에서 만나는 3대 바위는 능파대, 촛대바위, 형제바위~ 가장 먼저, 능파대 해안 풍경 해암정 뒤편으로 아름답게 펼..

보물 제93호,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여행 마지막날, 일어나자마자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용미리 마애이불입상(磨崖二佛立像)을 보러 출발! 98번 도로로 들어서자 맞은편 야산 중턱 솔숲에 우람하게 선 석불 2존이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에서도 투박한 얼굴 모습이 또렷한데 나란히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정답게 느껴진다. 파주 광탄면 용미리 장지산(長芝山), 석불상 아래에는 용암사(龍岩寺)라는 절이 자리잡고 있다. 일주문 아래 주차장 용암사 일주문 쌍미륵불이 있어서 '쌍석불사'라고도 하는 용암사. 조계종 사찰로 봉선사의 말사이다. 쌍미륵불이 조성된 11세기경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창건 이후의 역사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전란 등으로 소실된 채로 있다. 1936년 옛 절터 위에 새롭게 중창되었고, 1979년에 대웅전, 1984년에는 범..

선조의 피난길을 밝히기 위해 불탄 파주 화석정

율곡의 고향인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임진강을 내려다보는 언덕에 서 있는 화석정(花石亭). 임진년인 1592년 4월 13일 700여 척의 함선으로 부산에 상륙한 왜군은 조령을 넘어 4월 28일 신립이 이끄는 조선군을 충주 탄금대에서 패퇴시키고 한양으로 진격한다. 29일 패전 소식을 들은 선조는 다음날인 30일 새벽 2시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빗속에 궁궐을 버리고 바로 피난길에 오른다. 왜란에 대비해 주장했던 십만양병설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율곡은 미래를 예견하고 드나들던 화석정 기둥과 서까래에 들기름을 먹여 두었다고 하는데, 4월 29일 밤 선조가 강을 건널 때 이항복이 화석정에 불을 질러 어둠을 밝히고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고 전한다. 부산에 상륙한 지 불과 20여 일 지난 5월 3일 한양은 왜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