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30 네팔
6시쯤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냉수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바깥으로 나가보니 아직도 사방은 어둠에 잠겨 있다. 멀리 그라데이션을 이룬 산그리메가 지리산에서 만난 풍경처럼 친근하다. 어제 구름 안개에 덮여 있던 골짜기는 어둑어둑한데, 자세히 보니 곳곳에 크고 작은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마을들을 잇는 길도 보인다. 비상시에 타데파티가 아닌 저 골짜기마을을 선택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오늘은 이번 랑탕 여행의 트레킹 일정으로는 마지막 날이다. 타데파티(3690m)로 오른 다음 능선길로 마긴고트(3390m)를 거쳐 쿠툼상(2470m)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은 카트만두로 돌아가게 된다. 고도 200m 올린 뒤 1200여 m를 줄곧 내려가는 코스라 비교적 편한 길이다.
숙소 앞 골짜기 아침 풍경. 아래쪽 골짜기로 마을들이 보인다. 저 멀리에 카트만두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정각 8시에 출발한다.

숙소 아래 나마스테 롯지를 지나 타데파티로 향하는 허릿길로 내려선다.
돌아본 곱테의 롯지

다북떡쑥속, Anaphalis nepalensis?

어제는 로제트만 보이더니 고도가 조금 낮아진 곳에서 꽃을 피운 '난쟁이동히말라야앵초', Primula gracilipes를 만난다. 꽃대 없이 키가 낮으니 난쟁이란 이름이 붙은 듯히다. 매우 거친 잎과 톱니에 분홍빛의 우아한 꽃부리!

등성이로는 햇살이 환하게 드는데, 타데파티 롯지마을이 어슴푸레 보인다.

등성이를 돌아서면 호젓한 숲길이다.

대나무들이 들어선 작은 골짜기, 몇 굽이 오르는 오르막 돌계단 길이 힘들다.

내려다본 오르막길

종종 보이는 석송, 포자낭이삭이 시바신의 트리슐라(삼지창)인 듯하다.

타데파티 마을이 자리잡은 능선이 이마에 닿을듯 가까워졌다.

매자나무 덤불에 얹혀 있는 석죽과로 보이는 마른 열매가 독특하다,

랄리구라스 나무 위로 아스라이 바라보이는 라우레비나 패스, 페디

저 멀리 구름 속에 잠긴 곳이 속세런가...


이른 오전 햇살 속에 타데파티 마을이 나타난다.








10시 지날 무렵 타데파티(3650m)에 도착한다.

라우레비나야크가 그랬던 것처럼 다데파티도 히말라야 산군을 한눈에 조망하는 멋진 전망터다.



자세히 보면 라우레비나 패스로부터 페디, 곱테 등 지나온 여정의 롯지들이 아주 작은 점으로 다 조망된다.



다데파티에서 히말라야 산군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





히말라야 산군, 라우레비나패스를 배경으로 각각 기념 사진


수고해 준 가이드, 포터들도 함께

롯지 앞에서 차 한잔의 휴식 시간


11시 10분, 배낭을 메고 앉았던 자리를 돌아보며 이번 트레킹의 종착점인 쿠툼상을 향하여 출발한다. 햇살 따뜻한 오전,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마음이 편하고 발길은 가볍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 옆구리로 난 길을 따라 내려서게 된다. 잎들이 유난히 반짝이는 랄리구라스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타데파티에 온 것을 환영하는 나무 문을 세워 놓았다.

갈림길, 그냔 직진하면 되지만 설산을 조망하려면 봉우리를 넘어서 가면 된다.

잠시 설산을 조망한 다음 직진 길로 들어선다.

오른쪽 골짜기와 산들


석송

풀처럼 보이는 독특한 덩굴 식물. 들쳐보니 잎겨드랑이에 붉은 열매가 달려 있다. 진달래과의 관목이란다. 영명은 Coinwort Snowberry, 중국 이름은 '동전잎흰구슬'이라는 뜻의 '铜钱叶白珠', Gaultheria nummularioides. 열매는 검게 익으며, 아주 작은 꽃은 여름에 핀단다.


능선을 따라 가노라니 설산이 자주 보인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숲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트레킹이 아닌 하이킹을 하는 기분이 된다. 치유의 숲길을 걷는 느낌이다.

등성이로 오르면 관목 덤불이 자라는 볕살 포근히 내리는 산책길이 된다.

마른 꽃이삭이 향유속으로 보이는 꿀풀과의 풀

평탄한 길 옆 곳곳에는 고사이쿤다 순례 여행을 하는 네팔리들의 야영장이 다듬어져 있다.

야영장에서 바라보이는 히말라야 설산 연봉

풀인 줄 알았는데 포복성 상록 관목이란다. 영명은 Himalayan creeping bramble(히말라야덩굴딸기), Nepalese raspberry(네팔산딸기). Rubus nepalensis

쐐기풀과 몽울풀속으로 보이는 작은 풀. Elatostema obtusum. 중국 이름은 '무딘잎몽울풀'이라는 뜻의 '钝叶楼梯草'(둔엽루제초)


12시 50분쯤, 마긴고트(3390m)에 도착한다.



라마게스트하우스에서 점심식사

1시 40분 출발

20분 거리, 작은 고개 위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롯지


그린뷰 롯지다. 이 롯지도 마긴고트, 표기는 '망겐고트'로 다르게 되어 있다. 다른 롯지촌처럼 이곳도 알파벳 표기는 일정치 않다.

여기서부터 쿠툼상까지는 급경사길이다. 종아리를 걷어부치고 하산하고 있는 빈샘 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는 빈들 님...

말없이 하산에 열중하다 전망이 트이는 곳이 나타나면 자동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쉬어가게 된다.

그런 곳에서는 설산 연봉에 절로 눈이 머물게 된다.





고도가 많이 낮아졌음을 느낀다.
이곳 주변에서부터 방목하는 소들이 보인다. 앞에 보이는 나무 앞 시커먼 녀석이 야크 잡종으로 보이는 소다. 나이가 든 목동이 나타나고 소들이 길을 따라 함께 하산한다.


무슨 나무인가?

능선길에 서 있는 나무들이 아름답다.

쿠툼상에 거의 온 모양이다. 랑탕국립공원 관리소인듯...

보니 주변에 보이는 이 나무들은 가지 세 개가 특징인 삼지닥나무이다. 꽃차례를 단 것이 보인다.


랑탕국립공원 체크포인트일 듯한데 문을 그냥 통과한다. 노란 바탕의 안내문은 모두 네팔어로 적혀 있어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산길에서 만난 소들이 뒤따라 내려오고 있다.

5분쯤 내려온 이곳에서 여권 검사를 받는다.

그리고 이내 길 너머로 능선 안부에 자리잡은 쿠툼상(2470m) 마을이 나타난다.

바로 앞 능선 마루, 초르텐 옆에 보이는 빨간 지붕이 우리 숙소, 고사이쿤다호텔이다.

숙소 앞에서 트레킹 완주 기념 사진


숙소 오른쪽에 있는 티베트불탑(초르텐)

숙소 앞은 히말라야 설산이 환히 바라보이는 멋진 조망처이기도 하다.

참으로 며칠만인가. 깨끗한 침대에 깨끗한 침구, 따뜻한 물이 나오는 욕실을 가진 숙소를 만나니 감개무량이다.

일주일만에 온 몸의 묵은 땀과 피로를 씻어내니 살 것 같다.
따로 떨어져 있는 식당, 저녁은 또 빈샘 님이 나서서 닭도리탕을 준비한다. 내가 가져온 남은 고추장을 마저 투하하여 이번 트레킹의 무사 완주를 축하하는 쫑파티를 한다. 가이드 프렘라이와 포터 친구 3명도 모두 합석하여 전통주 락시로 축하잔을 든다.


공간이 넓고 난방이 없는 썰렁한 식당에서 축하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힘겹다. 2주간의 힘든 산행을 마쳤다는 홀가분함과 안도감과는 달리, 체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소모로 기온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차가운 밤공기에 기침이 잦아지고 기관지 염증으로 호흡도 불편해진다.
난방 없는 차가운 방이지만 그래도 깨끗한 이불 속에서 포근히 잠들 수 있어 히말라야에서의 마지막 밤은 행복감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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