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1. 금
밤새 이불 속으로 스며드는 한기에 조금 떨었는데 아침 식사 때에야 대장 그리메 님이 장 속에 여분의 이불이 더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헐~."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트레킹, 랑탕계곡을 먼저 다녀오고 코사인쿤드 트레킹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오늘 목적지는 세르파가온(2510m). 1000m 이상 고도를 올려야 한다. 다음날도 랑탕마을까지 1000m쯤 계곡을 따라 올라야 하고, 강진곰파에서 하루를 쉰 뒤 체르고리(4985m)도 1000m 이상 올라야 한다. 5일 일정을 끝내고 툴로샤브루, 촐랑파티, 코사인쿤드, 굽테, 쿠툼상으로 이어지는 5일 일정의 코사인쿤드 트레킹이 이어질 예정이다.
6시에 일어나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에 출발하는 루틴.
올드나마스테 호텔 앞에서 출발 기념 사진

트레킹 팀은 우리 6명 외에 가이드 2명 포터 3명으로 모두 11명으로 구성되었다. 가이드 2명 중 한 명은 대한봉 님이 따로 포터 겸용으로 고용한 것. 출발에 앞서 프렘 라이 등 두 가이드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비타민과 밀크카라멜 한 봉지 건네준다.
마을 아이들과 인사 건네기.

계곡을 건너기 전, 여권을 제출하고 퍼밋을 받는 절차를 거치고 또 한차례 의식을 치른다.


세르파가온으로 가는 산길 코스가 부담스러운 대한봉님은 계곡 코스로 라마호텔까지 가기로 하여 내일 도중에 만나기까지 잠시 이별한다.
계곡 출렁다리로 들어서는 길, 검둥이 한 마리가 앞장을 선다.


페루꽈리 열매?


돌아본 샤브루베시 풍경

골무꽃속의 작은 꽃이 가끔 눈에 띈다. 확인해 보니 히말라야 원산인 Scutellaria repens. 흰 꽃인데 윗입술만 보라색무늬가 찍혀 있다.

화관의 형태가 방울꽃속(Strobilanthes )이지 싶은 작은 풀꽃. 소가 뜯어먹었는지 잎이 남아 있지 않아 동정이 어렵다. 닐라쿠린지(Neelakurinji) Strobilanthes kunthiana?

소도 기르고 있고...

쇠무릎을 연상시키는 비름과 식물. Cyathula tomentosa로 보인다. 이삭이 비교적 촘촘하게 달렸다.

돌배나무와 닮은 배나무속 나무. 히말라야돌배(wild Himalayan pear) Pyrus pashia로 추정된다.

급경사지를 갈짓자로 오르노라니 힘에 부쳐 길 언덕에서 자주 쉬게 된다. 그러니 자연 되돌아서 같은 풍경을 내려다보게 된다. 샤브루베시 풍경이 이제 아주 낯익어진다.

다북떡쑥속. 종류가 여럿인데 비교적 낮은 지대에도 말라버린 모습도 있고 높은지대에서도 싱싱한 꽃을 피우는 모습도 있다.

?

흰꽃을 피운 흰도깨비바늘이 흔하다.

능선 공제선에 잠시 휴식을 취하며 돌아보는 샤브루베시.
포터들이 땀을 뻘벌 흘리며 뒤따라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금 불편하다. 짐이 너무 무거운지 포터들이 자꾸만 뒤로 처지는 기현상...


갈림길이 있어서 뒤에 오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기다리는데, 어느 사이 동행하던 검둥이가 사라지고 없다. 좀 섭섭해진다.
소나무 숲이 늘어선 침엽수대를 지나고...

쥐꼬리망초속(Justicia)의 아주 작은 풀꽃. 거센털이 나 있는 잎이 인상적이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앞서 가는 네 사람

형태만 보면 며느리밥풀을 연상시키는 식물. 노란 꽃이 입을 다물고 있다. 중국에서 흑삭속(黑蒴属)으로 분류하는 Alectra sessiliflora로 보인다. 아프리카에서 동남아-히말라야-중국 남부까지 분포하는 열당과의 기생식물이다.

계곡을 통하여 빙 둘러온 도로와 만난다. 구불구불 오르는 도로인지라 잘 살펴보면 곳곳에 지름길이 있다. 덕분에 식물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으면서도 앞서 간 일행들을 종종 앞서 가서 기다려 놀래키는 측지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도로를 따라 걷는 길

10시 25분, 출발한 지 두 시간만에 강짐 '체링 티숍(Tsering Tea Shop)'이라는 이름표가 걸려 있는 집에 도착한다.


날씨가 화창한데 조망까지 좋으니 피로가 절로 풀리고 기분도 상쾌하다.
꿀생강차 주문해 마시며 따스한 햇살 받으며 휴식.


마당에서 작은 확에 담아 누룩을 갈고 있는 처자. 힘이 들어 보여서 내가 대신 갈아주는데, 그리메 님이 이 모습을 폰에 담아 준다.



창고에는 고두밥까지 널어 놓았다.

다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자주 보이는 쐐기풀 종류.

가끔씩 보이는 제비꽃. Viola pilosa인가 싶은데 줄기가 없는 점이 다르다. '히말라야 흰제비꽃(Himalayan White Violet)'으로 불리는 Viola canescens인 듯하다.

긴 타원형의 커다란 잎에 노란꽃을 피운 이 식물. 트레킹 내내 흔하게 보이는 풀이다. 미역취속(Solidago)이지 싶었는데 Synotis cappa라는 처음 보는 종이다. 중국 이름은 밀화합이국(密花合耳菊).


산을 다 올라왔나 했는데 제법 너른 경작지에 마을들이 이어지고, 또 까마득히 올라야 하는 산길이 기다리고 있다.


벚나무속. Prunus cerasoides로 추정된다.

덤불을 이루어 노란 꽃을 흐르러지게 피운 금방망이속 식물. 20여 년 전 중국 운남에서 보았던 중국 이름 천리광(千里光, Senecio scandens) 이다. 최근 서울 양재천에서 귀화된 모습이 발견되어 '양재금방망이'라 기록되었다.

점심을 먹기로 한 강짐마을 호텔 빌리지뷰에 이르른다.
도랑물이 힘차게 흘러내리고 그 곁에는 수차로 돌리는 마니차를 지붕이 있는 작은 건물로 모셔 놓았다. 이곳 주민들은 티베트족으로 티베트불교를 믿고 있다.

룽다 깃발이 걸려 있는 곳은 티베트 불교 사원

그 아래로 나란히 늘어서 있는 마을 풍경이 먼 설산을 가리며 피어 오르는 뭉게 구름과 어울려 신비롭고도 평화롭다. 구름이 없으면 그 쪽에 가네쉬봉이 보일까 싶기도 하다.

점심은 각자 취향대로... 나와 그리메 님이 덴뚝을 먹고 싶은데 메뉴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가이드 프렘라이가 자신이 조리하겠다며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시간이 되어 정말 덴뚝을 뚝딱 두 그릇 대령한다. 정말 맛있다. 그리메 님은 지금까지 먹어본 덴뚝 중 최고라며 이번 프렘이 산행 요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칭찬이다.

배낭에 넣어온 사과와 귤 을 나눠 먹다 일부를 주인장에게 건네 주었더니 답례로 신선한 우유를 내 준다. 아 그 맛은 참으로 잊을 수 없다.
출발할 무렵 나타난 아이들

우유가 받지 않는 그리메 님도 맛있다는 말에 마셨다 탈이 난다.
검게 익어가는 매자나무속 나무의 열매

도로를 따라 구비구비 오르며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따가운 햇살에 달구어지면서 안개 구름이 조금씩 시야를 가리기 시작한다.

다북떡쑥속(Anaphalis).

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바로 앞의 둥근 덤불은 등골나물아재비 군락.

Synotis cappa 흐드러지게 풍경 속에서 지름길로 오른다.

다시 도로를 만나 고산 마을과 보리가 익어가는 들판 풍경이 이어진다. 돌담길이 옛 고향을 찾은 듯 정겹다.




추억의 보리밭!

어느 새 또다시 가파른 비탈을 이룬 숲길로 들어선다.
소너무겨우살이, 송라와 유사한 지의류. Usnea filipendula일까...

마취목(Pieris japonica)

20년 전 중국 호도협에서 만난 안면이 있는 '히말라야 체리프린세피아(Himalayan Cherry Prinsepia)' 꽃을 난난다. Prinsepia utilis.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라색 열매가 익는다.

난형의넓은 잎이 달리는 다북떡쑥속(중국에서 '香青属'). Anaphalis triplinervis?
다북떡쑥속 식물은 국내에는 중부 이북 고산에 자생하는 다북떡쑥과 산떡쑥, 제주도에 자생하는 구름떡쑥 등 3종이 있다.

무슨 고사리로 봐야하나... 떡갈잎고사리 Drynaria roosii는 중국 남부-베트남 북부에, 바구니고사리 비슷한 Drynaria rigidula는 동남아 남부-태평양-호주에 분포한다. 이건 영양엽이고 생식엽은 키가 크고 깊게 갈라진다. Drynaria quercifolia는 영양엽 잎이 넓다. 네팔에 기록된 Drynaria propinqua일수도...

꽃을 피운 흰서향도 만난다.

마을을 지나 랑탕계곡이 있는 동쪽 능선으로 가로지르며 마지막 깔딱고개로 향하고 있다.

마지막 고바우길이 몹시 힘겹다. 국내에서도 등산을 별로 해본 경험이 없다는 빈샘 님의 걸음은 자꾸만 멈춰진다.
트레킹 길을 따라 아주 흔하게 보이는 이 식물, 서양등골나물을 많이 닮은 등골나물아재비(Ageratina adenophora)이다. 멕시코 원산인데 이곳에서 어마어마한 번식력으로 번지고 있다. 계절이 이른 것인지 꽃도 꽃차례도 볼 수 없어 아쉽다.

줄기가 땅을 기며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히말라야 레드베리 크리퍼(Himalayan Redberry Creeper), Hemiphragma heterophyllum. 현삼과의 풀로, 뛰어난 항산화 성분이 있다고 한다.

오르막길을 다 올라선 산마루, 오늘의 최고 고도로 2750m라고 한다. 그곳에서 도로를 만나고 도로는 랑탕계곡 건너편 조망이 보이는 곳으로 돌아든다. 2시 40분이다.
건너편 자욱한 구름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툴로샤브루 마을.
가이드 프렘 라이의 설명에 따르면 '툴로'는 '큰'을 뜻하고, '베시'라는 말은 '아래'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 샤브루베시는 아래에 있는 샤브루 마을이고 툴로 샤브루는 큰 샤브루마을인 셈이다. 그러니까 랑탕계곡 입구에서 계곡 동쪽 경사지에 있는 지역 명칭이 샤브루로 보인다.
랑탕 트레킹을 다녀오면 저곳을 거쳐 코사인쿤드 트레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히말라야 산딸기(Rubus ellipticus)

산떡쑥(Anaphalis margaritacea)?

Synotis cappa 군락

쇠무릎 닮은 풀. 출발할 때 만난 Cyathula tomentosa는 이삭이 비교적 촘촘히 달리는데 이것은 하나씩 둥글게 달린 점이 다르다. 히말라야 고유종 Cyathula capitata로 보인다. Cyathula uncinulata도 비슷한데 자생지가 아프리카다.

그리고 한동안 안개가 밀려 올라오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길은 다시 발이 미끄러지는 급경사지를 따라 좁은길로 접어들어 한동안 걷는다. 안개로 시야가 닫혀 풍경이 사라져 버렸다. 사방이 어둑어둑하고 오로지 거리를 두고 걷는 일행들의 모습만이 안새 속에 드러날 뿐이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세르파의 고향', 짙은 안개에 잠긴 세르파가온 마을(2510m)에 들어선다. 두 그루 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우리 숙소 녹색 건물이 보인다.

4시 20분에 도착.
정면 녹색 벽 건물 2층이 숙소, 바로 앞 오른쪽에 있는 건물은 롯지 식당이다.

포터들이 방 앞에 짐을 옮겨 놓은대로 룸과 룸메이트를 정하기로 했지만 사다리타기로 하자는 의견에 빈들 님이 스마트폰으로 프로그램을 돌린다. 5명 중 한 사람은 독방 차지가 된다. 사다리타기 결과 그리메 님이 독방 당첨이 되었는데 빈샘 님이 한번 더를 외치는 바람에 내가 독방 차지를 하게 되었다. 계곡 코스로 이동한 대한봉 님은 림체에서 숙박을 한단다.
엊저녁에 씻지 못해 개운치 않은 몸, 마침 방 뒤쪽에 샤워실이 있어서 온수 샤워를 하고 나니 산뜻하다. 다들 고산병이 걱정되어 샤워를 꺼리는 눈치.
저녁 식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 랑탕 (1) 카트만두 '원숭이사원' 스와얌부나트 => https://kheenn.tistory.com/15866652
☞ 랑탕 (2) 카트만두에서 샤브루베시 가는 길 => https://kheenn.tistory.com/15866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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