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6. 수
오늘은 랑탕계곡 트레킹에서 고사이쿤다-헬람부 트레킹으로 전환하는 날이다. 파이로까지 약 700m를 하산한 다음 툴로샤브루까지 다시 500m 오르는 일정이다. 대한봉 님은 체력적인 부담으로 랑탕 트레킹으로 만족하고 오늘 하산하기로 한다.
좋지 않은 몸 상태에 랑탕계곡 트레킹을 마친 홀가분한 기분으로 음주를 한 탓인지 아침 입맛이 깔깔하다. 꿀을 바른 티베탄브레드 한두 조각 먹는 것으로 끝낸다. 음주를 자제해야 했는데...
8시 20분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을 외친다.

숙소 공터에서 열매를 맺은 남미 원산의 예루살렘 체리(옥천앵두) Solanum pseudocapsicum. 방울토마토와 비슷해 보이지만 독성이 강하다.

8시 50분 림체에 도착. 계곡 아래 건너편 오늘의 도착지 툴로샤브루 마을이 햇살에 빛나고 있다.

림체에서는 바로 계곡으로 내려서는 급경사길로 들어서게 된다.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 흔적이 남아 있는 계곡을 지난다.


그곳을 통과하는 내 모습이다. 바로 뒤에 따라 오는 분이 찍어 주신듯...


급경사를 이룬 계곡은 끝없이 이어지는 와폭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계곡은 우렁찬 물소리로 가득하다.







10시쯤 출렁다리로 계곡을 건너며 지나온 롯지를 바라본다.


그리고 30분쯤 지나 뱀부(1975m)에 이르른다. 안나푸르나의 뱀부가 그러하듯 대나무 숲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 듯한데, 랑탕 트레킹 출발 이후 첫 숙소였던 세르파가온 바로 앞 500m쯤 아래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네팔 국기가 펄럭이는 롯지촌 옆으로는 바위를 돌아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쐐기풀과 Elatostema속으로 보이는 풀이 흔하게 보인다.

2000m 이하로 고도가 낮아지면서 계절이 봄으로 바뀐 듯하다. 꽃을 피운 식물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다.
입술망초와 닮은 핑크색 꽃이 하나둘씩 보이더니 계곡을 내려서면서 꽤 많은 꽃이 달린 보다 큰 풀들이 나타난다. 아마도 Dicliptera raui로 추정된다.


쥐꼬리망초과 Strobilanthes pentstemonoides로 추정되는 아관목도 종종 보인다. 마람(馬藍, Strobilanthes cusia)과도 비슷하다.

백량금으로 보이는 열매

백서향 유사종 Daphne papyracea로 보인다.

계곡을 향해 내려서는 길, 까마득한 절벽에 달려 있는 석청에 모두의 눈길이 모인다. 하도 유명하여 표시되어 있는 트레킹 지도도 있다. 벌들에게는 십승지지(十勝之地)의 명당이고 꿀 채취꾼에겐 난공불락의 요새인 듯하다.


처음으로 만나는 버섯




12시쯤 파이로(1722m)에 도착하여 점심 식사를 한다. 입맛에 당기는 메뉴가 없어 결국 한국산 라면이 있다는 윗집에서 라면을 먹는다. 그리 좋아하지 않는 라면이지만 오늘은 입에 맞아 국물까지 얼추 다 마신다.

담장에 자라는 쥐꼬리망초과의 Strobilanthes pentstemonoides.

낭떠러지 아래에 만든 한뼘의 밭에 상추를 가꾸고 있다.

어둠에 잠긴 계곡과 저 멀리 햇살에 젖은 툴루샤브루 마을 풍경이 극단적인 명암 대조로 사신으로 담기가 매우 어렵다.


돌틈에 자라고 있는 석죽과의 풀, Drymaria cordata. 아메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습한 지역이 원산지라는데 열대, 아열대지역에 널리 퍼진 종이라고 한다. 무리지어 자라는 잡초로 별꽃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Dicliptera raui

파이로 아래로 흐르는 랑탕계곡

고사리과...


정각 오후 1시, 갈림길에 도착하다. 직진하면 툴로샤브루로, 아랫길로 내려서면 샤브루베시로 하산하게 된다.

하산하는 대한봉님과 기념 사진을 찍는다.

하산하는 대한봉 님

생강과로 보이는 이것은 무슨 풀일까? 양하 종류?


길은 다시 갈짓자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이다.
50여 분을 올라 1시 50분, 그 끝에서 능선부에 자리잡은 롯지로 올라서며 한숨을 돌린다.

롯지 마당 위 하늘로 보이는 설산 연봉들. 랑탕계곡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가네쉬히말이다.

해발 7,000m대 봉우리 4곳으로 구성된 거대한 산군. 최고봉은 산군의 북쪽에 위치한 가네시 I봉(양라 봉, 7,422m)인데 오른쪽 산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외딴 롯지에 트레커를 위한 모자 등 등산에 필요한 물건들을 걸어놓고 있다. 할아버지로 보이는 주인 남자, 나이를 알고 보니 나보다 어리다.


시원한 콜라 한 병씩 사서 마시고 다시 한번 마당 건너 가네슈 히말을 돌아보며 다시 출발한다.

건너편 능선으로 보이는 툴로샤브루마을, 손에 잡힐 듯하지만 한 시간 반은 더 걸어야 도착할 수 있다.


길은 다시 남동쪽 계곡으로 돌아들고


그 계곡을 건너는 출렁다리를 만난다.



기를 쓰며 올라온 길인데, 다리를 건너자마자 다시 골짜기로 내려선다.
얼핏 쥐오줌풀을 연상시키는, 좁쌀만 한 흰꽃을 피운 연약한 식물을 만난다. 히말라야, 중국 남서부, 인도차이나에 분포하는 Valeriana hardwickei로 보인다.

건너편 오른쪽으로 21일 밤 우리가 묵었던 세르파가온 마을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능선에 자라잡은 마을집으로 오른다. 3시 5분 전이다.

그 집 좁은 마당에서 안주인은 베틀에서 베를 짜고 있다. 어린 시절 고향집이 절로 떠오르는 장면, 어머니가 베를 짜던 베틀에 비해 도투마리나 바디 등 모든 것이 작고 실은 굵다.


해가 능선 위에 걸려 저녁이 가까워짐을 알린다. 숙소가 있는 툴로샤브루 마을은 가까워졌다.

무시무시한 가시를 단 큰도깨비가지

샤브루베시에서 본 관목 Butea minor와 같은 속으로 보이는 큰키나무. 높이 10-20m로 자라는 Butea monosperma로 보인다.

가시남 종류

도로가 없는 줄 알았던 마을... 3층으로 올리는 큰 건물 앞에서 트럭에서 석재를 내리고 있다.

아침 점심 식사가 부실했던 탓에 몸이 지치고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마을도 멀게만 느껴진다.

이곳 툴루샤브루 마을은 그늘 속에 잠겼는데 건너편 세르파가온 마을은 햇살 속에 환하게 드러난다.


쥐꼬리망초를 닮은 흰 꽃.

툴로샤브루 풍경

박과로 보이는 노란 꽃. 꽃이 모두 반대편으로 향하고 있으니 알아볼 수가 없다.

꽃 모양은 닭벼슬나무 종류(Erythrina speciosa)를 닮았는데, 이 또한 Butea monosperma이지 싶다.

해발고도 2250m 안팎의 산허리에 자리잡은 툴로샤브루 마을의 계단식 경작지 풍경

숙소로 들어서는 마지막 길...

오후 3시 40분 숙소 가네쉬히말호텔에 도착한다.


먼저 숙소를 정한다. 어제까지는 사다리타기 등으로 숙소를 정했는데, 기침 등으로 내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일행들이 내게 독방을 양보한다.
숙소는 비교적 깨끗하고 화장실도 있는데, 아쉽게도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해가 떨어지고 나니 기온도 뚝 떨어져 으슬으슬 춥다. 파이로에서 줄곡 오르느라 흘린 땀에 몸은 끈적거려 뜨거운 물에 샤워라도 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질 듯한데 아쉽기만 하다.
숙소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세르파가온 마을과 랑탕히말

잠시 쉬다 숙소 바로 뒤에 자리잡고 있는 티베트사원 구경을 한다. 툴로샤브루는 주민들 대부분 타망족(Tamang)인 마을로 티베트불교를 믿는다.

툴로샤브루 티베트사원 마당에서 바라보는 가네쉬히말


2층 건물 한 동으로 조성된 티베트사원. 승려는 보이지 않고, 주민 한 명이 사원을 지키고 문을 열어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한다.

4면 벽에 사천왕상을 도상으로 그렸다. 티베트사원에서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윤회(Samsara)의 수레바퀴

수레바퀴 가운데 원 안에는 인간의 번뇌인 탐욕, 분노, 어리석음 등 삼독을 상징하는 동물들로 표현하기도 한다. 수레바퀴의 바깥쪽은 육도(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세계를 보여주며, 중생이 업에 따라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불상은 삼지창(트리슐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석가모니가 아닌 구루 린포체, 파드마삼바바 상인 것으로 보인다. 조상 앞에는 달라이라마로 보이는 작은 사진이 안겨 있다.


그런데 그 옆에는 좀 더 큰 불상이 따로 놓여 있는데 역시 삼지창(트리슐라)을 든 형태... 파드마삼바바 상으로 보이는데.. 2존이나 모시는 경우도 있는지..

고승과 보살 등을 그린 티베트 사원의 독특한 벽화

위층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난로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다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난방이 없는 숙소, 밤이 깊어지면서 기온은 뚝 떨어진다. 긴 밤 이불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보온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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