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8일 남덕유산 아래에 살고 있는 그리메 님의 제안으로 랑탕, 코사인쿤드-할렘부 트레킹을 떠난다. 2022년 여름 라다크 마카밸리 트레킹에서 만나 함께 한 인연으로 가끔 산행 만남을 갖기도 하였는데, 갑작스럽게 히말라야 트레킹 제안이 온 것이다.
생명이 숨어드는 겨울 산행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겨울에 접어드는 계절에 히말라야 설산 트레킹이라... 고민고민하다 이 기회 아니면 언제 또 랑탕-코사인쿤드를 갈 수 있으랴 싶어 동참하기로 하였다. 전체 15박 16일의 일정.
공항에서 그리메 님, 산들 님, 빈샘 님 등 세 분을 만나 중국남방항공 편으로 광저우를 거쳐 카트만두에 도착하니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현지 시각 10시 30분쯤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 도착. 입국 비자를 발급받은 뒤 수화물을 찾으러 간다. 세 사람은 모두 짐을 찾았지만 내 카고백이 레인이 멈출 때까지도 나오지 않는다. 수화물 카운터에 확인 요청하니 광저우에서 오지 읺았다며 내일 오전 남방항공편 도착 시간인 10시 20분에 오란다.

당장 내일 오전부터 랑탕 트레킹 코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등산복을 포함하여 트레킹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이 들어 있던 카고백 사고를 당하고 보니 난감하기만 하다. 보니 나 외에도 동승객 여러 사람들이 문의하느라 수화물 카운터는 북새통이다. 내일 EBC 트레킹을 출발해야 한다는 연세 지긋한 한국 아저씨 한 분도 발을 동동 구른다.
어쩔 수 없이 빈 손으로 공항 밖으로 나오니 컨택한 현지 여행사 사장님이 마중 나와서 흰 목도리(카다, 하닥)를 걸어주며 인사를 나눈다.

타멜거리 숙소로 찾아드니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다. 직항으로 먼저 도착해 있던 빈들 님, 대한봉 님과 첫 인사를 나누고 불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숙소는 카트만두 여행자 거리 타멜에 있는 아트 호텔.

호텔 이름에 걸맞게 건물 내부는 예술적인 모습을 갖춘 듯하다. 건물 중앙은 천장이 없이 시원스럽게 뚫려 통로로 이용되고 복도와 실내에는 많은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다.


호텔 레스토랑

아침 식사를 마친 뒤에 타멜 거리를 돌며 바람도 쒸며 산행에 필요한 물품도 산다.


랑탕 트레킹 출발은 오후로 미뤄졌다.
9시 반에 현지 가이드 프렘 라이와 그 동료와 함께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남방항공 도착 시간을 기다려 수화물 찾는 곳을 들어서 레인을 지켜본다. 여기서 EBC 간다는 한국 아저씨도 만나고 또 룸비니대학 교수라는 네팔인도 나를 보고 아는 척해 인사를 한다. 이분들이 짐을 찾았는지는 모르겠고, 수화물 레인이 멈추는 끝까지 지켜 봤지만 짐은 보이지 않았다. 실망스럽고 맥이 빠지는데, 담당 직원은 남방항공 도착 시각인 저녁 10시 20분에 다시 오라고 할 뿐이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일행들과 경복궁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로 점심 식사를 한다. 결국 트레킹 출발을 내일로 늦추기로 하고 식사 후에 원숭이사원으로 유명한 스와얌부나트 사원 탐방에 나섰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은 카트만두 시내에서 서쪽으로 3km 떨어져 있다. 구글앱으로 검색한 길을 따라 타멜 거리에서 도보로 이동하기로 한다.
시야가 트이지 않는 골목길을 몇번 씩이나 구부러지며 나중에 지도로 확인한 비슈누마티강을 건넌다. 건너편 사원 입구인 듯 이런 탑들이 늘어선 곳을 지나고...

오르막길 언덕을 구비 도는 민가 골목에서 꽃을 피운 붉은 포엽이 아름다운 포인세티아나무가 눈길을 끈다.

골목길에도 힌두교 신앙의 흔적이 또렷이 새겨져 있다.

다시 내려선 큰길로 접어들자 멀리 높은 구릉 위에 솟아 있는 스와얌부나트 사원 스투파가 시야에 들어선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은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트만두 계곡 7개 주요 문화재 중 하나로 네팔에서 가장 오래되고 신성시되고 있는 불교사원이다. 카트만두 시내에서 가깝고 높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서 시내 전경을 조망하기 좋은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많은 좌불상들이 보인다.

사원의 둘레로 이어져 있는 마니차. 회전이 쉽게 되는 티베트의 마니차와 달리 이곳의 마니차는 돌리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간다.

사람들은 곳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원숭이사원이라는 이름처럼 원숭이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464년의 마나데바 비문 기록에 의하면 이 사원은 고대 네팔의 황금기라 불리는 리차비 왕조의 첫번째 왕 마나데바 왕(464-505)이 건설하였고 13세기부터 불교의 중심지로 발전해 왔다. '스와얌부(Swayambhu)'의 뜻은 '스스로 존재함'이라고 한다.
사원의 기원을 전하는 전설이 흥미롭다. 한때 거대한 호수였던 카트만두 계곡, 어느 날 그 호수 한가운데에서 커다란 한 송이 연꽃이 피어났단다. 문수보살이 칼로 산을 쪼개고 호수로 길을 내자 호수의 물이 빠지고 연꽃은 높은 언덕이 되었다. 그곳에 스와얌부 사원이 세워졌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붓다가 설법을 했다고 전해진다. 특이한 것은 스와얌부나트 사원 있는 이 구릉 주변에는 불교사원만이 아니라 힌두교 사원들도 여럿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와얌부는 종교적 화합을 이루고 살아가는 네팔의 상징이 되고 있다.
스와얌부 스투파로 오르기 위해서는 수백 개의 돌계단길을 올라야 한다. 365개라응 기록도 있고 385개라는 기록도 있다.

원숭이 신, 하누만. 힌두 대서사시 '라마야나'에서 라마신을 헌신적으로 돕는 영웅적 캐릭터로 힌두교에서 신성시되는 존재다. (참고 : 힌두 대서사시 라마야나 => https://kheenn.tistory.com/15853255)



오르는 계단에서 돌어서니 카트만두 시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남쪽으로 카트만두 시내가 훤히 조망된다. 북쭉으로는 히말라야 설산 일부도 볼 수 있다.

두 개의 거대한 탑이 이마 위로 성큼 다가선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의 상징, 커다란 사리탑(stupa)은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깨달음의 정도를 상징하는 13층의 사리탑, 4면에는 부처의 눈을 새겼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곧 지혜의 눈을 상징한다. 시내에 있는 카테심부 스투파와 양식이 매우 비슷하다.

스투파의 4면 벽에는 이런 형식의 불상들이 안치되어 있다.

또 하나의 흰 탑은 말라타워(Malla tower)라 불리는 힌두사원 시카라 형식의 Anantapura 탑이다. 네팔의 말라 왕조(1200~1769) 때 건설된 수많은 상징적인 탑 양식의 사원 건축물의 하나이다.


스투파 주변 사원 풍경들






사원에서 악기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찬불가인지 뭔지 알 수가 없는 특유한 양식의 음악... 동영상으로도 촬영했는데, 이 놈의 다음에서 업로드까지 중지해 버렸으니...

사리탑인지 뭔지...


히말라야 그림들이 걸려 있는 건물 옆에 석불 입상이 눈길을 끈다. 옆 벽에는 'Dipanker buddha'라 새겨진 동판이 있다. 7세기 커다란 하나의 돌로 만든 것이라는 기록과 함께 . 아마도 연등불(Dipankara)을 가리키는 이름인 듯하다.

연등불 디판카라는 17세기 네팔 불교에서 상인들의 수호신으로 여기며 숭배되었다고 한다.

금강경에서 연등불은 과거불로 석가모니에게 장차 부처가 될 것이라고 수기(授記)를 해준 부처. (과거불은 연등불, 현재불은 석가모니, 미래불은 미륵불). 연등불이 성불하기 전에 보살일 때의 이름은 제화갈라보살이다.
전생의 석가모니불은 바라문의 청년 수행자였다. 어느 날 연등불이 마을에 나타나자 수메다(雲雷梵志, 儒童, 善慧보살 등으로 불려지기도 한다)는 꽃 공양을 올리려 했으나, 마을에 있던 꽃은 이미 왕이 다 사 버린 후였다. 마침 연꽃을 가지고 있는 고삐(俱夷, 善味)라는 처녀를 만났는데, 그녀는 수메다에게 꽃을 파는 조건으로 그에게 결혼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수메다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며 내세에는 그녀의 남편이 되겠다고 약속한다.(고삐는 싯다르타 태자의 부인 야소다라의 전생이다.) 가지고 있던 금(金) 전부를 주고 일곱 송이 중 다섯 송이의 연꽃을 산다. 연등불이 마을에 도착하자 왕과 모든 사람들이 마중나와 산화(散華) 공양을 올렸지만, 수메다가 던진 청련화 만이 공중에 머물러 연등불의 머리 부분을 장엄했다. 그리고 수메다는 진흙 위에 자신의 사슴가죽 옷과 머리카락을 깔고 연등불이 밟고 지나가게 한다. 그 공덕으로 연등불은 ‘앞으로 9겁(劫) 후에 부처가 될 것이다’라는 예언을 한다.

원숭이들은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정신 사납게 뛰어다닌다. 한낮인데도 카메라에 담긴 원숭이 사진은 흔들려 있을 정도...

한편는 많은 개들이 미동도 없이 엎드려 있거나 떡실신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어 부산스런 원숭이들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몹시 사이가 바쁜 관계를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 하는데, 이 말이 왜 생겼나 싶을 정도로 서로에 무관심하고 충돌 또한 없이 평화롭기만 하다.(이곳 개들은 낮에는 잠을 자거나 쉬고 밤에는 활발히 돌아다니는 듯하다)


대한봉 님은 관심 가는 주변 관광객들 표정 사진을 찍어서 보여 주며 대화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사원 관람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저 멀리 북쪽으로 히말라야 설산이 보인다. 아마도 저쪽이 내일부터 찾아가는 랑탕 방향일 것이다,

길거리에 염주를 만들어 말리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비슈누마티 강가에 있는 루티 아지마(Luti Ajima) 사원을 잠시 들러 본다. 강변은 화장장인듯 힌두교 지역의 전형적인 가트 풍경이다. (참고로 이 사원 서쪽에 흐르는 비슈누마티강은 카트만두 시내와 스와얌부나트 사이를 남북으로 가르며 남쪽으로 흘러서, 카트만두 동쪽 트리부반공항 사이를 지나오는 바그마티강을 만나 동남쪽으로 물길을 내며 갠지스강과 만나게 된다.)



다시 타멜 거리로 돌아와 '작은별'이라는 우리말 이름의 현지 식당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한다.

각가 취향에 맞는 음식으로... 나는 '덴뚝'이라는 네팔식 수제비를 선택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맛보는 뚱바라는 네팔 술을 주문하여 마신다. 네팔 산지네서 자라는 수수를 닮은 독특한 곡물 열매를 담은 민속주로, 빨대를 꽂아 흡입하면서 뜨거운 물을 계속 붓는데도 맛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신기하다. 도수가 높지 않아서 차처럼 편안하게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원래는 티벳족의 술이란다.


식사를 끝내고 다시 카멜거리 밤거리 구경을 하다 숙소 부근 커피집에서 커피 한 잔 마신 뒤 가이드 프렘과 함께 택시를 타고 카고백을 찾으러 다시 공항으로...


밤 10시가 넘은 공항은 썰렁하다. 가을 자켓을 입었는데도 으슬으슬 춥게 느껴진다. 가이드가 수화물 찾는 곳 입구에서 직원과 이야길 나누고 오더니 비행기가 11시 20분에 연착한다고 하여 그런줄 알고 인적조차 끊어진 공항 바깥에서 기약없이 기다리자니 처량하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확인해 보니 이미 남방항공은 10시 20분 제 시각에 착륙한 것이다. 가이드 프렘 라이가 카트만두 지리도 잘 모르고 공항도 낯설어 하더니 소통에서도 착오가 생긴 듯하다. 수화물 찾는 곳을 들어서니 경찰이 친절하게 내 일을 챙겨주겠다고 나서 줄을 서는데 맡겨 두자니 답답하다.
직접 찾아 다니다 카고백 발견. 서둘러 공항을 빠져 나온다. 그런데 두 가이드가 나타나지 않는데 30여 분이나 애타게 찾고 기다리다 자정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돌아온다.
하루에 두 번씩이나 공항을 오가며 진을 빼느라 참으로 힘들다. 어쨌거나 짐을 찾았으니 다행. 내일은 출발할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깊은 잠에 빠져 든다.
☞ 랑탕 트레킹 (2) 샤브루베시 가는 길 => https://kheenn.tistory.com/15866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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