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4. 월
4시 반쯤에 일어난다. 이불을 들치고 나오니 한기에 온 몸이 절로 떨린다. 타이레놀을 복용한 덕인지 다행히 몸 상태는 괜찮아진 듯하다. 화장실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엊저녁 동이에 물을 미리 받아 놓은 물로 고양이세수를 한다. 아직 창밖은 캄캄한 어둠 속이다.
맨 위층 식당으로 올라가니 차가운 공기 그대로 인기척도 없다 조금 기다려서야 주방에서 요리가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어제 점심부터 시작해서 세끼 연속 된장찌개다. 공기밥 한 그릇에 된장국물, 김치 몇 쪽이 모두. 이번 트레킹에서는 현지식에 입맛이 돌지 않아서 조금씩 힘들어진다.
옷을 최대한 챙겨 입고 배낭을 메고 나선다. 오늘은 이곳 3870m 고도에서 체르고리 정상 4985m까지 1015m를 올랐다 내려와야 하는 힘든 코스. 정상에 눈까지 쌓여 있다.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등반 중 상황 여부에 따라 중도에 돌아설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바람이 심하다면...
대한봉 님과 빈샘 님은 체르고리 대신에 강진리로 가기로 한다. 6시에 출발하기로 했으나 너무 어두워 조금 밝아진 뒤 6시 40분쯤에 출발한다.
숙소 앞 출발 기념. 빈샘 님은 샌들 차림으로 응원차 함께 섰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숙소를 나선다.
마을은 어둠 속에 잠겨 있지만 랑탕리룽(7234m)과 김숭(6781m)의 봉우리는 아침햇살로 환하게 빛나고 있다.

마을 뒤를 돌아 랑탕계곡 체르고리봉 발치로 이어지는 길로 접어든다.

왼쪽으로 눈에 덮인 체르고리(4985m) 봉우리가 솟아 있다.



빙하 퇴적 계곡을 건넌다.

건너서 돌아본 풍경. 어두운 계곡 풍경을 살려 찍으니 랑탕리룽이 너무 밝게 표현되었다.

체르고리로 접근하는 길.

랑탕리룽

랑탕계곡 건너편 설산 연봉들, 나야캉(5844m)

강첸포(6387m)

점차 능선길로 올라서면서 햇살 속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보이는 작은 봉우리를 지나 또 하나의 능선으로 올라서면 오른쪽 체르고리봉으로 이어진다.

랑탕리룽, 김숭의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우브라히말(6264m)



어느 사이 랑탕계곡, 강진곰파에도 햇살이 들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바람 한 점 없이 맑고 환한 날씨!
4000m대의 고산, 일직선으로 오르는 경사가 몹시 가팔라 힘이 들고 호흡이 가쁜 것 외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따뜻한 햇살까지 환하니 땀이 나서 두꺼운 자켓도 벗어서 배낭으로 넣는다.


높아만 보이던 건너편 설산들이 이제 편안한 눈높이로 손에 잡힐 듯이 다가선다. 어제 걸었던 랑시사 카르카로 가는 계곡은 꽝꽝 얼어붙은 모습이다.



개야광나무속. 홍자단과 유사종인 관목이 보석 같은 붉은 열매를 가득 달고 큰 바위의 양지쪽 한 명을 장식하고 있다.

건너편 설산 연봉




랑팅리룽과 김숭, 옆으로 길게 늘어선 모습이던 김숭이 옆 모습으로 보여 작아보인다.
앞쪽 눈이 없는 낮은 산이 강진리(로우 4400m, 어퍼 4604m)j 이다. 지금쯤 대한봉 님과 빈샘 님이 저곳을 향해 오르고 있을 것이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산소는 희박해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숨소리는 조금씩 거칠어진다.

태양 아래 빛나는 체르고리봉이 바로 위에 솟아 있다. 당겨서 보니 만국기 같은 타르초가 휘날린다.


건너편 설산 연봉들이 앞마당 정원처럼 다가선 곳에서 쉬어간다.

빈들 님이 찍어준 사진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눈이 쌓인 지대로 들어선다.


랑탕계곡 건너편 설산 연봉들과의 경계도 모호해진다.


돌아보는 랑탕리룽, 강진리.
빈들 님이 가쁜 숨을 쉬면서 뒤따라 오고 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체르고리 정상


능선으로 오르는 마지막 급경사지.


정상 능선에 올라선다. 온 세상이 눈부신 백색으로 빛난다. 여기까지는 억지로 버텨왔지만 아이젠을 착용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랑탕리룽, 김숭, 강진리


가쁜 숨을 내쉬며 정상으로 향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고산 설원에다 정면 정상 위에서 빛나는 햇살까지 더해져 고글 착용에도 눈부심이 너무도 강렬하다.


북쪽 방향. 왼쪽 가운데 얄라피크. 그 너머로 중국 티베트에 솟아 있는 시사팡마로 보이는 설산이 보인다.


정상이 눈 앞에 다가섰다.


타르초가 펄럭이는 정상, 하늘 위에는 티베트 까마귀, 노랑부리까마귀(Alpine chough)들이 선회비행하며 정상 등반 성공을 축하하는 듯 독특한 울음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12시 5분 전 정상 도착.
우리 팀 외에도 바로 앞 베이지색 바지와 모자의 70대 미국인, 네팔 젊은이들 등이 정상에서 만난다.

사방이 흰눈으로 덮인 설산 풍경이라 계곡의 경계가 지워져 마치 광대한 설원 속에 자리잡은 듯한 착각이 든다.
시사팡마, 얄라피크

얄라피크, 랑시사리

강첸포

나야캉

기념 사진




정상에서 40여분 머무르다 12시 40분쯤 하산 시작. 왔던 길로 되내려간다.
보통 너머쪽으로 하산 길을 선택하지만 눈이 많이 내린 탓으로 그쪽 길이 막혀 있는 듯하다.

햇살에 환하게 드러난 오후의 하산 풍경은 또다른 느낌이다.


랑탕리룽과 김숭의 빙하도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우브라히말과 체르고리 사이로도 빙하 협곡이 자리잡고 있다.

오를 때와는 달리 발길도 가볍고 속도도 빠르다.







골짜기 초지에 누워 있는 야크와 땔깜으로 쓸 야크 똥을 줍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야크 목동들의 임시 거처일까? 지금은 트레커들이 쉬어가는 좋은 쉼터~.


또 어디선가 노랑부리까마귀(알파인 초프)들이 나타나 선회비행을 즐기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매우 화창하여 체르고리 산행을 큰 어려움 없이 마치게 되었다. 몸 컨디션도 비교적 좋아서 하산길은 수월하다.




숙소 근처, 마른 초지에 앉은 야크들이 간간히 낮은 진동수의 울음소리를 내며 늦은 노후의 햇살을 쬐고 있는 풍경이 평화롭다. 몇 마리 키 작은 말들도 마른 풀을 뜯고 있다.






3시 35분 숙소 도착.
빈샘 님과 대한봉 님은 강진리 등정을 끝내고 돌아와 있다. 어제 하지 못한 샤워를 한다. 엊저녁 긴 시간 수도꼭지를 틀어보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해 둔 터.
☞ 랑탕 (1) 카트만두 '원숭이사원' 스와얌부나트 => https://kheenn.tistory.com/15866652
☞ 랑탕 (2) 카트만두에서 샤브루베시 가는 길 => https://kheenn.tistory.com/15866654
☞ 랑탕 (3) 샤브루베시에서 세르파가온까지 => https://kheenn.tistory.com/15866655
☞ 랑탕 (4) 세르파가온에서 랑탕마을까지 => https://kheenn.tistory.com/15866666
☞ 랑탕 (5) 랑탕 마을-강진곰파-랑시사 카르카 계곡 https://kheenn.tistory.com/15866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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