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6

궁리거경의 퇴계 정신이 살아 숨쉬는 도산서원

아이들 수학여행 답사차 국학문화회관을 거쳐 들른 안동 도산서원. 바쁜 일정 속에 찬찬히 살펴보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사진을 대강 담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부족한 이미지는 좀 더 충실한 정보를 찾아 채우며 아쉬움을 달래보기로 하자. 서원 경내로 들어서자 강가에 늘씬하게 늘어선 소나무 숲 아래 큰 빗돌 앞에서 문화해설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 마침 방학하는 날 연수 여행을 온 잠신고 선생님들이다. 선생님들이 보고 있는 것은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빗돌. 추로(鄒魯)는 공자의 고향인 노나라와 맹자의 고향인 추나라를 가리키는 말이니 추로지향(鄒魯之鄕)은 공자와 맹자의 사상과 정신을 숭상하는 고장이라는 뜻이다. 곧 예절을 알고 학문이 왕성한 고장이니, 우리나라에서는 경..

창덕궁 (2) 희정당, 대조전과 경훈각, 성정각·희우루와 관물헌

선정전을 바쁘게 돌아보고 나니, 나보다 앞서 갔던 일행들은 벌써 사라지고 없습니다. 후원은 3시부터 돌아보기로 예약되어 있다니 모두 그 쪽으로 이동해 간 모양입니다. 정전 옆에 자리잡고 있는 임금과 왕비의 침전이 있는 공간부터 다 둘어 보고 가는 것이 순서상 자연스럽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희정당과 대조전, 그리고 성정각 등 선정전의 동쪽에 있는 내전과 동궁 등 전각들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선정전 동쪽, 맨 앞에는 선정전과 더불어 임금의 집무 공간이자 침실이 있었던 희정당(熙政堂)이 있고, 그 뒤쪽으로는 임금과 왕비의 침전인 대조전(大造殿)이 있으며 그 뒤 북서쪽에는 대조전과 연결된 경훈각(景薰閣)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희정당 동편에는 성정각(誠正閣) 등 부속 건물이 있..

참 시원한 물놀이 계곡, 합천 황매산 석정 계곡

합천 읍내에서 여행 이틀째의 밤을 보내고 해인사를 보고 싶다는 동료들의 뜻을 따라 해인사로 향한다. 그런데 태풍 덴무가 상륙하여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해인사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조차 심해지며 세찬 비바람이 몰아친다. 결국 해인사는 건성으로 돌아보고 거기서 이별을 고한다. 모두들 서울로 돌아가고 이 선생님 커플은 다시 제주도로, 아버지 기일을 앞둔 나는 고향으로... 다시 제주도로 돌아가는 이 선생님 차편으로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 기제사를 지낸 다음날 함께 모인 가족들은 무더운 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놀러 가기로 한다. 몇 곳을 대상으로 논의한 끝에 모산재에서 가까운 석정(石亭) 계곡을 선택한다. 두심 마을을 거쳐 두만과 복치동 마을을 지나 대기 저수지 상류에 있는 석정 계곡에 도착한다. 집에서 1..

합천 황계폭포에서 남명과 문무자의 발자취를 만나다

까마득히 칼 능선을 이루는 산세와 아늑하게 넓은 황매평전을 바라보며 동료들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황매평전에 여러 갈래의 큰길이 나고 포크레인으로 파헤쳐 인공 시설을 만드는 걸 보면서 심란해짐을 어쩔 수 없다. 나라가 온통 삽질공화국이 되니 이 멋진 심심산골의 고원까지도 인공 조림과 시설물로 채우지 못해 안달이다. 황매산을 본 다음 황계폭포로 가기로 한다. 꽤 훌륭한 폭포이지만 지역 내에서만 알려져 있을 뿐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차황에서 하금으로 난 새 도로를 따라 합천호 곁을 지난다. 합천호를 보지 않은 사람들인지라 몹시 궁금해 하는데, 사실 합천호만큼 흉물은 없어 보여 주기가 민망하다. 주변 산들이 사질 땅이어선지 합천호는 좀처럼 물이 가득찬 모습을 보여 주..

함양 (4) 화림동계곡의 선비 문화, 군자정 · 영귀정 · 거연정

동호정을 뒤로 하고 금천을 끼고 벋어 있는 국도를 거슬러 2km가량 더 오르면 또 하나의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새들(鳳田)'이라 부르는 마을 앞 계곡에는 거연정, 군자정, 영귀정이라는 정자들이 소리를 지르면 들릴 만한 거리에 흩어져 있다. 숲이 우거진 개울 너머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화림계곡 탐방 안내도를 보니, 황암사라는 사당에서부터 람천정, 경모정을 거쳐 영귀정, 거연정에 이르는 계곡 언덕길을 따라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바쁘지 않게 탐방로를 따라 걸어 봤으면 좋으련만 8명이나 되는 동행들을 설득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 화림동 계곡 탐방 안내도 동호정을 떠날 때 후두둑 듣기 시작하던 비가 제법 젖을 만큼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을 쓰고 길 아래로 내려서니 강가..

함양 (3) 화림동 계곡, 농월정과 동호정

함양 상림을 구경한 다음 화림동계곡(花林洞溪谷)의 정자들을 둘러보기로 한다. 안의면에서 육십령으로 향하는 26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멀리 황석산(1,190m)과 기백산(1,331m)이 우뚝 솟아 있다. 영남과 호남을 가르며 소백산맥의 줄기를 형성하는 이들 산자락 속에 농월정으로 유명한 화림동계곡과 용추폭포로 유명한 용추계곡이 숨어 있다. 용추계곡, 화림동계곡, 거창의 원학동계곡을 합쳐 화림 삼동(三洞)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황석산의 화림동계곡은 영남 정자의 진수를 보여 주는 계곡이다. 화림동계곡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비단 같은 물결, 금천(錦川)이 흘러내리면서 멋진 너럭바위와 담과 소를 만들며 계곡 곳곳에 세워진 정자들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수만 년을 흘러내린 금천의 맑은 물살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