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6

창덕궁 (7) 헌종의 서재 낙선재, 석복헌과 수강재

창덕궁 정전과 편전, 그리고 '금원'이라고도 불리는 후원을 다 돌아보고 난 다음에야 마지막으로 낙선재로 향합니다. 낙선재는 성정각과 희우루 동쪽 넓은 마당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일대는 본래 창덕궁과 창경궁의 경계에 있었지만 지금은 창덕궁 영역으로 되어 창경궁과 담장을 맞대고 있습니다. 이미 해는 기울어져 붉은 빛을 띤 햇살이 주인 잃은 고궁을 적막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낙선재는 24대 헌종이 자신의 서재 겸 사랑채로 지은 건물입니다. 창덕궁의 동남쪽에 자리잡은 이 전각들을 뭉뚱그려 낙선재(樂善齋)라고 부르지만, 낙선재 동쪽으로는 헌종이 특별히 사랑한 경빈 김씨의 처소인 석복헌(錫福軒), 할머니의 처소인 수강재(壽康齋)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들 전각들은 사대부가 풍으로 단청 없이 지은 백골집이..

창덕궁 (6) 옥류천 일원, 취규정, 소요정, 태극정, 청의정

존덕정에서 옥류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한적한 숲속 오솔길입니다. 생명감 넘치는 숲의 기운을 받으며 걸으니 상쾌함이 넘쳐납니다. 함께 걷는 이들도 모두들 좋아라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완만하긴 해도 비탈길이라 가벼운 운동도 됩니다. 산책길로는 가장 이상적인 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길 중간에서 돌아서 내려다보니 존덕정이 늦은 오후의 햇살에 희미하게 빛납니다. 오르막길을 올라서자 후원을 순환하는 큰길이 나타납니다. 산등성이로 난 큰길로 들어서 왼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취규정(聚奎亭)이라는 정자가 나타납니다. 이 호젓한 길을 걷다가 잠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인 쉼터입니다. 취규정(聚奎亭)이라... 무리 '취(聚)'에 별 '규(奎)'자로 된 이름이니, 저녁에 산책을 하다 이 높은 언덕 위의 정자는 하늘의 별들을 바라..

창덕궁 (5) 관람지와 존덕지의 정자들, 관람정· 존덕정· 폄우사· 승재정

정조 임금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부용지와 주합루를 떠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정원인 관람지와 존덕지를 향해 발길을 옮깁니다. 흰작살나무 열매들이 옥구슬처럼 예쁘게 달려 있는 모습을 보며 애련지 앞을 지납니다. 그리고 금방 또 하나의 연못이 나타납니다. 관람지(觀纜池)라는 연못입니다. 멀리 두 기둥의 주춧돌을 연못에 담그고 있는 관람정이라는 정자와 그 위쪽으로 존덕정이라는 정자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연못은 네모 반듯한 부용지나 애련지와는 달리 길쭉하고 언덕의 지형을 따라 자연스런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수 주변은 숲이 우거져 있어 부용지나 애련지에 비해 훨씬 자연스럽고 호젓한 느낌이 듭니다. 어째서 이름이 관람지(觀纜池)일까요. '람(纜)'은 배를 정박시키는 닻줄을 뜻하니, 아마도 이곳..

창덕궁 (4) 정조의 숨결이 서린 부용지와 부용정, 영화당, 주합루, 서향각

연경당을 본 다음 불로문을 거쳐 부용지와 그 일원의 전각들로 향합니다. 부용지라는 아름다운 인공 연못을 둘러싸고 주합루(규장각)와 영화당, 부용각, 서향각 등 크고 작은 전각들이 어울린 멋진 공간입니다. 사계절마다 변하는 주변 경치가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라고 하네요. 연경당 일원이 정조 임금의 손자로 할아버지 정조를 롤모델로 삼아 개혁을 추진하고자 했던 효명세자의 정신이 빛나는 공간이라면, 이곳은 바로 정조 임금의 얼로 가득한 공간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물은 부용지 동쪽 높은 월대 위에 우뚝 선 단층 누각 영화당(暎花堂)입니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이익공(二翼工)의 팔작지붕 건물입니다. 더보기 ※ 익공(翼工) / 초익공, 이익공 익공은 기둥 윗몸과 창방의 짜임 부분 ..

창덕궁 (3) 효명세자의 발자취, 연경당과 선향재, 애련지와 의두합

오후 세 시, 후원 관람을 예약한 사람들은 성정각 동쪽 후원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모여 입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러는 동문인 자시문으로 들어가 관물헌(집희) 마루에 앉아 성정각과 희우루를 쳐다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도 합니다. 후원(後圓)은 이름 그대로 궁궐의 뒷동산인데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어서 금원(禁園)이라고도 하고, 궁궐의 북쪽에 있으니 북원(北園)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한때는 비원이라고 일컫기도 했지만, 이는 창덕궁 후원을 관리하기 위하여 지은 관리소를 일컫는 이름이니 올바른 이름이 아니라는 설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곳은 오랜동안 일반인들이 접그할 수 없었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예약을 통해 제한된 인원만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야산과 골짜기에 어울리는 전각과 연못 등을 조성하여 ..

창덕궁 (2) 희정당, 대조전과 경훈각, 성정각·희우루와 관물헌

선정전을 바쁘게 돌아보고 나니, 나보다 앞서 갔던 일행들은 벌써 사라지고 없습니다. 후원은 3시부터 돌아보기로 예약되어 있다니 모두 그 쪽으로 이동해 간 모양입니다. 정전 옆에 자리잡고 있는 임금과 왕비의 침전이 있는 공간부터 다 둘어 보고 가는 것이 순서상 자연스럽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희정당과 대조전, 그리고 성정각 등 선정전의 동쪽에 있는 내전과 동궁 등 전각들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선정전 동쪽, 맨 앞에는 선정전과 더불어 임금의 집무 공간이자 침실이 있었던 희정당(熙政堂)이 있고, 그 뒤쪽으로는 임금과 왕비의 침전인 대조전(大造殿)이 있으며 그 뒤 북서쪽에는 대조전과 연결된 경훈각(景薰閣)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희정당 동편에는 성정각(誠正閣) 등 부속 건물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