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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이야기

쉽싸리(Lycopus lucidus) 이야기

by 모산재 2012. 9. 19.

 

습지에서 자라는 쉽싸리를 1천 4백 미터가 넘는 소백산 정상의 고위평탄면에서 만난다.

 

웬만큼 눈여겨 보지 않고서야 깨알 같이 작은 꽃을 발견하기 어려운데, 잎겨드랑이에 숨은 듯이 피어 있는  흰 꽃이 눈에 시리게 빛난다. 고산지대에서 피는 꽃은 이렇게 작은 꽃까지 또렷하고 아름답다.

 

 

 

 

 

 

 

 

 

 

 

꿀풀과의 어러해살이풀로 묘한 이름을 가진 쉽싸리, 그 이름의 어원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다. 줄기가 긴 점에서 싸리와 관련된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다지 설득력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주 귀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쉽사리' 만날 수 있는 풀도 아니니 '쉽사리'에서 유래한 이름도 아닐 테고...

 

말의 의미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쉽싸리가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생태적 특성에 생각이 미쳐, 습한 곳에서 산다는 의미에서 '습+살이'로 불리다가 굳어진 말이 아닐까, 하는 제법 그럴 듯한 추리를 하곤 혼자 무릎을 친다.

 

그러다 이 풀이 부인병에 좋다는 것을 문득 생각하고 엉뚱한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 풀은 쓰고 성질이 따스하여 여성의 자궁과 관련된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여성의 음부를 가리키는 우리말과 그것을 살린다는 말이 합성되어 생겨난 이름(습+살이 → 십살이 → 쉽싸리)이 아닐까 하는 망측한 생각이 퍼뜩 드는 것이다.

 

ㅎ... 나의 상상력을 너무 비난하지 마시기를~. 퇴계 이황도 여성의 음부를 가리키는 우리말이 '습'하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라 하였으니까...

 

 

 

 

 

 

쉽싸리는 '개조박이'라고도 하는데, 한방에서는 연못 주변에서 자라는 난이라 하여 '택란(澤蘭)', 뿌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지삼(地參)' 또는 '지순(地筍')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모엽지과아묘(毛葉地瓜兒苗)' 또는 '지과인묘(地瓜人苗)'라고도 한다.

 

어혈로 인한 무월경, 생리통, 산후복통, 타박상에 쓰며 종기, 간기능 장애, 산후 배뇨 불리에 효과가 있다. 어혈을 풀어주는 약 중에서 정기를 손상시키지 않는 장점이 있어 부인과에 많이 응용되는데, 특히 택란을 달인 액을 타서 반신욕을 하면 부인병에 효과를 본다고 한다. 강심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 쉽싸리 Lycopus lucidus  ↘  통화식물목 꿀풀과 쉽싸리속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내외이고 줄기는 사각형이다. 땅속줄기가 흰색으로 굵고 옆으로 벋으면서 그 끝에 새순이 나온다. 잎은 마주나고 옆으로 퍼지며 길이 2∼4cm, 나비 1∼2cm로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모양은 바소꼴로서 양끝이 좁고 둔하며 밑으로 좁아져서 날개가 있는 잎자루처럼 되고 양면에는 털이 없다.

꽃은 7∼8월에 피고 흰색이며 잎겨드랑이에 모여 달린다. 꽃받침은 길이 3mm로서 5개로 갈라지고 끝이 뾰족하다. 화관은 입술 모양인데, 윗입술은 2개로 갈라지고 아랫입술은 3개로 갈라진다. 수술은 2개이며 포기에 따라 긴 것과 짧은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