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쉽싸리(Lycopus lucidus) 이야기

모산재 2012. 9. 19. 10:16

 

습지에서 자라는 쉽싸리를 1천 4백 미터가 넘는 소백산 정상의 고위평탄면에서 만난다.

 

웬만큼 눈여겨 보지 않고서야 깨알 같이 작은 꽃을 발견하기 어려운데, 잎겨드랑이에 숨은 듯이 피어 있는  흰 꽃이 눈에 시리게 빛난다. 고산지대에서 피는 꽃은 이렇게 작은 꽃까지 또렷하고 아름답다.

 

 

 

 

 

 

 

 

 

 

 

꿀풀과의 어러해살이풀로 묘한 이름을 가진 쉽싸리, 그 이름의 어원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다. 줄기가 긴 점에서 싸리와 관련된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다지 설득력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주 귀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쉽사리' 만날 수 있는 풀도 아니니 '쉽사리'에서 유래한 이름도 아닐 테고...

 

말의 의미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쉽싸리가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생태적 특성에 생각이 미쳐, 습한 곳에서 산다는 의미에서 '습+살이'로 불리다가 굳어진 말이 아닐까, 하는 제법 그럴 듯한 추리를 하곤 혼자 무릎을 친다.

 

그러다 이 풀이 부인병에 좋다는 것을 문득 생각하고 엉뚱한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 풀은 쓰고 성질이 따스하여 여성의 자궁과 관련된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여성의 음부를 가리키는 우리말과 그것을 살린다는 말이 합성되어 생겨난 이름(습+살이 → 십살이 → 쉽싸리)이 아닐까 하는 망측한 생각이 퍼뜩 드는 것이다.

 

ㅎ... 나의 상상력을 너무 비난하지 마시기를~. 퇴계 이황도 여성의 음부를 가리키는 우리말이 '습'하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라 하였으니까...

 

 

 

 

 

 

쉽싸리는 '개조박이'라고도 하는데, 한방에서는 연못 주변에서 자라는 난이라 하여 '택란(澤蘭)', 뿌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지삼(地參)' 또는 '지순(地筍')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모엽지과아묘(毛葉地瓜兒苗)' 또는 '지과인묘(地瓜人苗)'라고도 한다.

 

어혈로 인한 무월경, 생리통, 산후복통, 타박상에 쓰며 종기, 간기능 장애, 산후 배뇨 불리에 효과가 있다. 어혈을 풀어주는 약 중에서 정기를 손상시키지 않는 장점이 있어 부인과에 많이 응용되는데, 특히 택란을 달인 액을 타서 반신욕을 하면 부인병에 효과를 본다고 한다. 강심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 쉽싸리 Lycopus lucidus  ↘  통화식물목 꿀풀과 쉽싸리속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내외이고 줄기는 사각형이다. 땅속줄기가 흰색으로 굵고 옆으로 벋으면서 그 끝에 새순이 나온다. 잎은 마주나고 옆으로 퍼지며 길이 2∼4cm, 나비 1∼2cm로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모양은 바소꼴로서 양끝이 좁고 둔하며 밑으로 좁아져서 날개가 있는 잎자루처럼 되고 양면에는 털이 없다.

꽃은 7∼8월에 피고 흰색이며 잎겨드랑이에 모여 달린다. 꽃받침은 길이 3mm로서 5개로 갈라지고 끝이 뾰족하다. 화관은 입술 모양인데, 윗입술은 2개로 갈라지고 아랫입술은 3개로 갈라진다. 수술은 2개이며 포기에 따라 긴 것과 짧은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