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은방울꽃, 꼬마 은종들이 울리는 '순결한 사랑'의 교향악

모산재 2012. 7. 7. 20:02

 

 

소나기 내린 뒤 민둥산 정상 주변의 풀밭 능선은 일제히 피어난 꼬마 은종들이 교향악을 울리는 은방울꽃 세상이다. 

 

빗방울을 함초롬히 머금었던 꽃은 이내 서늘한 바람에 앙증스런 제 모습을 되찾는다. 능선 풀밭에서 빼곡히 무리지어 자라난 은방울꽃은 무수한 댓잎이 무성히 돋아난 것처럼 싱그러운 풀밭을 이룬다.

 

 

 

 

 

 

 

 

은방울꽃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얼핏보면 산마늘 같은 두 장의 시원스런 잎사귀와 그 잎사귀를 받치고 선 짧고 가느다란 작은 줄기, 간결하면서도 격조 있는 풀잎 모양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5~6월 경 무성히 자란 잎새들 속에서 소리 소문없이 긴 꽃대가 살며시 자라나 10여 송이씩 작은 꽃망눌을 줄지어 매단다. 꽃대는 두 잎사귀에 가려진 채 아래쪽으로 활처럼 굽으며 땅을 향해 6갈래의 앙증스런 흰 꽃을 피운다.

 

 

 

 

 

 

 

순백의 꽃이 방울처럼 조랑조랑 달린다고 하여 은방울꽃이라고 부르는데, 은은하고 좋은 향기를 풍겨서 향수화(香水花)라고도 부른다. 방울 모양의 꽃을 단 난초라고 하여영란(鈴蘭), 초옥란(草玉蘭)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봄에 피어 오월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외에 녹령초, 둥구리아싹, 영란, 군영초, 초옥령 등으로도 불린다.

 

 

은방울꽃(Convallaria keiskei)의 속명 ‘콘발라리아’는 '골짜기'라는 뜻의 '콘발리스(convallis)'와 '백합'이라는 의미가 있는 그리스어 '레이리온(leirion)'의 합성어로 '골짜기의 백합'이라는 뜻이다. '골짜기의 백합'이라는 뜻의 콘발라리아에서 영어 이름도 lily of the valley가 되었다. 종명 ‘케이스케이’는 일본 메이지 시대 식물학자 이토 케이스케이(伊藤圭介)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골짜기의 백합>으로 번역된 유명한 발자크의 소설의 원명은 <Le Lys dans la Vallée>인데, 바로  <은방울꽃>이니 '골짜기의 백합'은 은방울꽃의 존재(고유명사)를 모르는 역자의 오역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 억압받고 애정에 굶주렸던 펠릭스가 격정적으로 맹목적인 사랑을 바치게 되는 모르소프 부인이 바로 '순결한 사랑'의 원형인 '은방울꽃'으로 그려진다.

 

 

 

 

 

 

 

그리스 신화 속에는 은방울꽃을 용사의 핏자국에서 피어난 꽃으로 그려지고 있다. 레오나르드라는 청년이 사냥을 하다가 길을 잃고 헤매던 중 불을 내뿜는 무서운 용을 만나 사흘 밤낮을 싸워 용을 쓰러뜨렸으나 몸에 큰 상처를 입어 피가 흘렀는데 거기서 피어난 것이 은방울꽃이라고 한다.

 

 

은방울꽃의 학명은 Convallaria majalis라는 이명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은방울속 식물에는 유럽에 자생하는 독일은방울꽃(var. majalis), 미국에 자생하는 미국은방울꽃(var. montana), 그리고 우리 나라와 중국 일본에 자생하는 것(var. keiskei ) , 온대아시아에 자생하는 은방울꽃 등 3종이 있다. 특히 독일은방울꽃은 개체수가 많으며 꽃이 크고 향기가 짙은 것으로 유명하다.

 

 

유럽인들에게 은방울꽃을 매우 친숙한 것으로 보인다. 서양의 봄맞이 축제인 오월제를 은방울꽃 꽃다발로 축하하기 때문에 은방울꽃을 May lily라고도 하였다. 은방울꽃으로 만든 꽃다발은 행운을 준다고 하여 사랑하는 사람끼리 주고 받는다고 한다. 또한 은방울꽃은 '성모의 눈물' 또는 '성모 마리아의 꽃'이라고 하며 청아함의 상징이다. 그래서 은방울의 꽃말은 '순결한 사랑, 다시 찾은 행복, 섬세함, 기쁜 소식' 등이다.

 

 

은방울꽃은 핀란드의 국화로 지정되어 있고, 독일에서는 '5월의 작은 종', 프랑스에서는 꽃송이들이 차례차례 달리는 모습과 비유하여 ‘천국에 이르는 계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아일랜드에서는 '요정의 사닥다리(fairy ladders)'라고도 한다. 16세기 무렵부터 뇌졸증, 류머티즘, 통풍 등에 잘 듣는다는 '황금수'의 재료로 유럽 각지에서 많이 재배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

 

 

꽃도 아름답지만 긴 잎자루에 긴 타원형의 마주난 푸른 두 잎이 달린 기품 있는 자태도 매력적이고, 꽃이 진 자리에는 가을에 붉게 익어 조롱조롱 달린 열매도 사랑스럽다.

 

 

향수화라고도 불리는 은방울꽃은 사과 혹은 레몬향이 은은하여 고급 향수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한다. 생약명으로는 영란(玲蘭)이라 하며 꽃이 필 때 뽑아 말려서 강심제와 이뇨제 등으로 약용한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잘못 먹으면 심부전증을 일으켜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한다. 

 

 

 

 

 

 

 

● 은방울꽃 Convallaria keiskei   ↘ 백합목 백합과 은방울꽃속의 여러해살이풀

땅속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고 군데군데에서 지상으로 새순이 나오며 밑부분에 수염뿌리가 있다. 줄기는 털이 없다. 잎이 나기 전 기부에서 몇 개의 막질 초상엽이 3월 하순경에 나와 자라면서 그 속에서 2개의 잎이 나와 밑부분을 서로 얼싸안아 원줄기처럼 된다. 잎몸은 긴 타원형 또는 난상 타원형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길이 12-18cm, 폭 3-7cm로서 끝이 뾰족하며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뒷면은 연한 흰빛이 돈다.

꽃은 백색이며 길이 6-8mm로서 종같고 끝이 6개로 갈라져서 뒤로 젖혀진다. 꽃대는 높이 20-35cm로서 잎보다 짧은 초상엽 안쪽에서 나오며 10개 정도의 꽃이 달린 꽃차례는 길이 5-10cm이다. 포는 막질이고 넓은 선형 또는 피침형이며 꽃자루보다 짧거나 같고 꽃자루는 길이 6-12mm로서 굽는다. 수술은 6개이며 꽃부리 밑부분에 붙어 있고 4-5월에 개화한다. 열매는 장과(奬果)로 구형이고 직경 6mm이며, 적색으로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