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통영 (4) 욕지도 가는 길, 욕지도 남쪽 해안의 절경

모산재 2014. 3. 20. 19:56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처음으로 해수욕을 갔던 남해 상주해수욕장에서 들은 이름이 욕지도다.

 

 

 

송창식의 '왜 불러'와 '고래사냥'이라는 노래가 젊은이들이 넘실거리던 해수욕장을 점령했던 낭만의 시기. 남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이 묘한 이름의 섬은 미지의 낭만의 섬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나 어느 이른봄, 추억 속의 이름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욕지도는 통영항에서 30킬로미터 거리 남해섬과 거제섬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다. 동서 7킬로미터, 남북 4킬로미터 정도의 섬에는 1천2백 가구 2천8백 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통영항에서 미륵산을 돌아 배는 출발했고 한산도 비진도를 지나 넓은 바다로 들어섰다. 

 

욕지도 가는 길목, 어느 덧 연화도가 시야에 들어선다.

 

 

 

 

 

왼쪽은 연화도, 오른쪽은 우도인데 그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을 반하도라 부른단다. 연화도와 우도는 물론  사람이 사는 비교적 큰 섬이다.

 

 

 

 

 

연화도 선착장에 잠시 사람들을 내려 주고 배는 다시 떠난다.

 

 

 

 

 

그리 크지 않은 섬, 욕지도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 섬에 들러 한 바퀴 트레킹할 예정이다. 일주하는 데 두어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연화도를 지나자 뱃머리 너머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욕지도.

 

 

 

 

 

욕지도(欲知), '알고자 하는 섬'이란 뜻의 이 섬의 이름은 전설에 따르면 어느 노승이 연화도에 이르러 욕지도를 가리키며 '욕지도 관세존도(欲知道觀世尊道)'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도(道)를 알고자 하면 석가 세존의 도를 보라.'는 말인데 '길 도(道)'자 대신에 '섬 도(島)'자로 바꾸어서 욕지도라 부르게 된 것이라고...

 

전설을 가지고 신빙성을 따지는 게 어리석은 일이지만, 이 전설에 근거를 둔 것인지 연화도 정상엔 커다란 불상이 세워져 있다.

 

 

지명 유래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몇 더 있다. 욕지도는 옛날에는 사슴이 많아 '녹도(鹿島)'라 하였는데, 욕지항 안에 있는 섬이 거북이가 목욕하는 형상 같다 하여 '욕지도(浴地島)'라 하던 것을 그 한자가 욕지도(欲知島)로 바뀌었다고도 한다. 욕된 삶을 살았다는 유배지로서 '욕지(辱地)'에서 왔다는 설도 있지만 근거는 없다.

 

 

 

어쨌거나, 난 오늘 석가 세존의 가르침인 도가 아니라 그냥 풍광 아름다운 남해의 섬을 구석구석 걸으며 존재의 따스함을 맘껏 느껴 보고 싶을 뿐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욕지도 동북쪽 전경으로, 왼쪽부터 차례대로 소초도와 초도, 일출봉(190m), 망대봉(205m)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는 서쪽 방향으로 달리며 욕지도의 북쪽 전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우뚝 솟은 최고봉 천왕봉이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욕지항으로 들어선다.

 

 

 

 

 

 

추자도 추자항을 연상시키는 복주머니 모양으로 아늑하게 자리잡은 동항리 욕지항은 천혜의 항구임에 틀림없다.

 

 

선착장에서 내렸을 때는 이미 점심때가 가까워졌다. 빨리 점심부터 해결하고 섬을 일주하기로 하자.

 

한양식당의 짬뽕이 유명하다는 정보를 가지고 온 터라 바닷가 거리를 한참을 헤매다, 면사무소로 들어가다 왼쪽 골목으로 한참 들어선 곳에서 겨우 식당을 찾았다.

 

찾은 사람이 많지 않아 비교적 한산한 식당, 뜻밖에 한쪽에서 가족들이 먹는 메뉴는 짜장면이다. 그래도 짬뽕을 시켜야지. 기대한 대로 푸짐하고 먹음 직스런 해물짬뽕이 나왔는데, 보기에 비해서 맛이 훌륭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점심을 먹은 뒤에 항구를 뒤로 하고 바로 일주도로를 따라 걷기에 나선다.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도는 마을버스(055-644-6316)가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한다는데, 점심 먹느라 놓쳤으니 별 수 없이 걸어야 한다. 택시도 없는 섬이니...

 

 

 

 

 

어선이 늘어선 선착장에는 해녀 김금단 가판 횟집이라고 합판에 쓴 글씨가 있고, 그 곁에서 그 주인공으로 보이는 분이 생선을 다듬고 있다. 

 

해녀가 27명 산다고 하는 욕지도. 60대 70대 해녀들이 많은 다른 섬과는 달리 이곳 해녀는 비교적 젊다고 한다.

 

 

 

 

 

 

 

꼬리를 퍼덕이는 물고기를 닮은 욕지도는 욕지항을 중심으로 17킬로미터의 해안 일주도로가 나 있다. 꼬리 부분 방향인 동쪽의 야포와 통단 방면은 도로가 채 정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길을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남쪽 해안이 경치가 빼어나고, 천왕봉을 오르며 바라보는 해안 풍경이 놀랍다니 오늘은 이 둘을 경험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주머니 모양으로 망망한 바다로부터 아늑하게 보호받고 있는 욕지항

 

 

 

 

 

건너편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상록숲이 바로 천연기념물 343호로 지정되어 있는 모밀잣밤나무 군락지라고 한다.

 

 

 

 

 

입석마을에서 도로는 고개를 향해 가파르게 오른다.

 

 

 

 

 

잠시 일주도로를 벗어나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비탈진 밭에 광대나물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을 만난다.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남쪽 해안과 일주도로 풍경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며 바라본 동쪽 해안 풍경.

 

가까이에 있는 바위섬에는 각각 광주여, 가동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멀리 수평선에 희미하게 늘어서 있는 섬은 좌사리제도.

 

 

 

 

 

 

해안 급경사를 이룬 언덕에는 생활 쓰레기를 마구 버려 놓았다.

 

 

 

 

 

삼여전망대가 가까워지자, 욕지도 동쪽 해안 풍경이 보다 입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새의 머리처러 생긴 해안 지형이 보이는데, 이를 '펠리칸바위'라 부른단다.

 

 

 

 

펠리칸바위 오른쪽에 있는 바위섬은 광주여, 그 너머로 보이는 큰 섬은 초도. 오른쪽으로는 좌사리제도가 수평선에 흐릿하게 걸려 있고 그 왼쪽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섬은 국도.

 

 

 

 

 

펠리칸 바위, 초도, 광주여.

 

 

 

 

 

해안도로 바로 아래에 바위섬 삼여가 보인다. 정면에서 보는 여의 모양은 뜻밖에 '요(凹)'자 모양이다.

 

 

 

 

 

겨울철 감성동 낚시터로 유명한 좌사리제도와 국도.

 

좌사리제도 각 섬의 이름은 왼쪽부터 차례대로 내장덕도, 볼개도, 좌사리도, 등대섬 등으로 되어 있는데, 가운데 볼개도는 다섯 개 정도의 바위섬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양이다.

 

 

 

 

 

좀더 지나 산모퉁이를 살짝 돌아서자 해맞이 명소로 유명한 '새천년기념공원'이 있다. 이 공원 맞은편으로 천왕봉 오르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그리고 한 모퉁이 지나 금방 이어지는 삼여전망대.

 

욕지항 선착장으로부터 4.4km 거리. 그곳에는 1977년 영화 '화려한 외출' 촬영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욕지도를 대표하는 해안절경인 삼여는 '삼형제 바위섬'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하고 있다.

 

 

옛날 용왕의 세 딸이 젊은 총각을 사모하게 되었는데 그는 900년 묵은 이무기였다. 용왕이 크게 노하여 세 딸을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 총각은 그런 용왕이 미워 산을 밀어내어 두 개의 섬으로 바다를 막아버렸다. 세 여인이란 뜻으로 삼여도(三女島)라고도 불리고 있으며, 그래 그런지 삼여도 부근에는 지금도 뱀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 한다.

 

 

 

 

 

 

 

 

삼여전망대에서 바라본 섬의 서쪽 해안.

 

일주도로를 몇 굽이나 돌아 한참 걸어가야 이를 수 있는 욕지도의 서쪽 끝에 돌출된 저 땅을 영지바르다는 뜻으로 '양판구미'라고 부른다고 한다. 유동마을과 새에덴공원이 있는 곳이다.

 

 

 

 

 

너머로 보이는 흐릿한 섬은 아마도 갈도일 것이다. 욕지면에 속하는 가장 서쪽 섬. 지금은 무인도이지만 한때는 주민들이 14세대 35명이나 거주했다고 한다.

 

 

 

 

 

삼여전망대를 지나 한참을 걷다보니 좁은 목에 자리잡은 유동마을이 눈앞에 나타나고, 아까 보았던 서쪽 끝 양판구미가 무화과 열매가 달린 것처럼 좁은 목을 통하여 연결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저 너머에는 '새에덴공원'이라는 독특한 동산이 있다고 하는데, 세상과 인연을 끊고 정착한 어느 모녀가 돌가루 반죽 조각으로 성경에 등장하는 17개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고 한다. 

 

양판구미 입구 좁은목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 유동마을이다.

 

 

그리고  유동마을에 도착하기 직전, 아래의 왼쪽 능선 바로 위에는 커다란 불전이 퇴색한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는데, 분위기가 음산하기 짝이 없다. 저런 바람 타는 능선에 웬 불전이란 말인가...

 

 

 

 

 

그런데, 그 불전이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 촬영장이란다.

 

 

 

 

그런데 2006년 가을 박해일·박솔미가 주연한 이 연쇄살인사건 촬영장에서 촬영중 실제로 변사체가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욕지도를 찾았던 사람이 실족사한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유동마을을 조금 지나쳐 일주도로를 걷다 멀리 덕동 마을을 눈 앞에 두고 돌아선다.

 

몽돌해변을 자랑하는 덕동해수욕장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이라지만 북서해안까지 다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천왕봉 오르는 데도 시간이 그리 여유가 있을 것 같지 않아 다시 새천년기념탑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 천왕봉을 오르기로 한다.

 

 

 

2014. 03. 20 작성

 

 

 

 

※ 욕지도 안내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