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장계 천주교회, 아기 예수를 안은 요셉상

모산재 2022. 10. 22. 16:25

 

지난 여름 라다크 마카밸리 트레킹에서 열흘 간 고락을 함께 했던 남○○ 씨의 초대를 받고 장수 장계로 향하였다. 기석 형의 차를 타고 장계에 도착한다.

 

덕유산 품에 안긴 촌락 장계, 해발 고도 500m에 가까운 산간 분지지만 이른바 '무진장(茂鎭長)'의 중심에 자리잡고 전북 동부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하다. 동쪽은 육십령을 넘어 경남 함양과 연결된다. 시골 면소재지 규모로는 크고 거리 건물들이 대개 2층으로 되어 있다는 데 놀란다.

 

하나로 마트를 들렀다 바로 앞에 있는 장계 천주교회에 잠시 들렀다. 도로에 면한 입구로 들어서니 넓은 들이 펼쳐지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색으로 빛나는 아담한 시골 성당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성당 문이 닫혀 있어 그 앞에서 서성이는데 신부님이 나타나서 오른쪽 옆으로 난 문을 열어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흰 벽과 흰 천장, 두 줄로 배열된 긴 나무의자. 소박한 내부 모습이다.

 

 

 

 

 

창문과 창문 사이 벽면에는 예수의 일생을 그림으로 담은 액자가 빙 둘러 걸려 있다. 사찰 법당에 부처의 일대기를 압축하여 8장면으로 그린 팔상도(八相圖)를 배치하는 것과 비슷한 구도다.

 

 

 

 

 

특이한 것은 성당 전면에 왼쪽으로는 마리아상, 오른쪽으로는 아기 예수를 안은 요셉상을 나란히 두었다는 점이다. 

 

 

 

 

기석 형의 설명으로는, 동정녀 마리아의 신성을 위해 남편 목수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이 교회의 관례라면서 유럽 교회에서는 요셉을 등장시키더라도 대머리 등의 아주 못 생긴 모습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큰 요셉 상을 둔 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가부장적 가족애를 소중히 여기는 한국적 가치관이 잘 반영된 결과라는 것! 함께 있던 신부님도 같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 장계 성당의 역사 

 

1954년 남원(현 쌍교동) 본당으로부터 분리되어 설립되었으며, 초대 신부로 김필곤 바르나바 신부가 부임하였다. 1913∼1914년경 무주·남원·임실 지역의 선교를 위하여 장수읍 수분리(1866년 병인박해 이전 피난 천주교인들이 모여 살던 곳)에 공소 건물이 세워지고 1926년 본당으로 승격되었다. 1957년 2대 주임 이철연 신부가 부임하여 다음해 성당과 사제관을 완공하였다.

 

1985년 문정현 신부가 전주 중앙성당에서 이곳 장계성당으로 부임하여 가톨릭농민회의 일원으로 소값 피해 보상 운동 등 농민들의 싸움에 동참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