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대적골 제철유적지를 지나 서봉과 남덕유산으로

모산재 2022. 10. 22. 16:25

 

지난 8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 간 라다크 마카밸리 트레킹을 함께 했던 남성희 씨의 초대를 받아, 그가 살고 있는 덕유산 기슭, 장수 장계의 여심재를 방문한다.

 

9월 하순에 만나기로 하였지만 진입로 공사 때문에 차량 진입이 불가하다 하여 두어 주 늦춘 것인데, 오늘도 산자락 참샘에 있는 집을 오르는 좁은 길은 전신주 공사 차량이 길을 막고 있다. 차를 세워 두고 걸어서 가는데 내려오던 길에 역시 길이 막혀 차를 되돌려 가던 노부부가 남성희 씨 댁 방문하는 거냐고 묻는다. 위쪽에는 노부부 외에는 남성희 씨밖에 없다는 것. 덕분에 노부부 차량으로 남성희 씨 댁에 이내 도착한다. 

 

먼저 도착한 청주의 김윤환 님과 남성희 씨와 앞뜰에 앉아 있다 우리를 맞이한다. 이미 보내 준 사진 속의 집보다 훨씬 멋진 집, 덕유산을 배경으로 해피 700의 남향집은 포근하고 아담하다.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정원, 바로 옆에는 서봉 능선에서 내려온 계곡 물소리가 흐르고 있다.

 

 

 

 

 

 

 

 

'여심재(餘心齋)'라는 당호가 주인장의 성품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

 

 

 

 

이 깨끗한 계곡을 홀로 소유하고 있는 주인장이 부럽기만... 이 계곡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름 한 철은 파라다이스일 것 같다. 

 

 

 

 

잠시 서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까지만 마실 다녀온다. 김윤환 님 권유로 다음 날 산행까지 하기로~ 

 

 

 

 

성희 씨는 가야가 대단한 나라였나보다며 장수에도 가야 유적이 많이 있고 또한 이 골짜기가 가야의 제철 유적지라고 알려준다. 등산로 입구에는 제철 유적지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해는 뉘엿뉘엿 저녁 시간이 가까워진다. 김명철, 박재완 두 분에게서 시외버스로 함께 장계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오고, 기석 형과 함께 이 분들 픽업하러 장계를 다시 다녀온다. 장계에서 내일 산행을 위해 김밥도 사고...

 

두 사람이 합류하며 모두 여섯 명이 모였다. 성희 씨가 정성스러이 요리한 능이백숙으로 라다크에서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술자리를 가진다. 그윽한 향을 담은 마가목주까지 나와 화기 넘치는 시간이 밤이 깊도록 이어졌다.

 

 

 

 

 

해피700의 청정한 덕유산자락에서 좋은 안주에 좋은 술을 마시고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은 개운하다. 성희 씨가 끓여 놓은 능이백숙 국물에 밥을 말아서 아침 식사를 한다.

 

명철 씨는 선약이 있어서 먼저 떠나고, 다섯 사람은 뒷산을 오르기로 한다.

 

 

 

 

 

더덕 열매. 이 납작한 씨방 속에 깨알보다 훨씬 작은 종자들이 가득 들어 있다. 열매 몇 개만 거둬 텃밭에 뿌려 놓으면 더덕을 연중 즐길 수 있다.

 

 

 

 

성희 씨 집 옆으로 흘러내려가는 계곡을 건넌다.

 

그런데 성희 씨 집으로 오르는 도로명이 '참샘길'로 표기되어 있는데, 남덕유산 북쪽 삿갓봉 '참샘'에서 유래한 이름은 아니지 싶다. 이 물은 용댐댐을 지나 금강으로 드는 물길이고, 그 '참샘'은 함양 서상 쪽으로 진주를 지나 낙동강으로 드는 남강 500리 물줄기의 시원(始原), 첫 물길로 알려져 있다.

 

 

 

 

계곡 주변에는 제철 흔적을 보여주는 쇠똥(슬래그=쇠를 뽑아낸 찌꺼기 돌)이 흔하게 보인다. 그래도 쇠를 품은 돌이어선지 꽤 무겁다.

 

 

 

 

 

마주송이풀을 만난다. 본 종인 송이풀에 비해 줄기가 곧게 서고 잎이 마주 나는 특징이 있는 현삼과의 여러해살이풀~.

 

 

 

 

 

계곡 언덕 하나를 돌아 오르는데 다시 나타나는 제철유적지, 골짜기 이름이 '대적골'이라니 육십령 큰도둑(大賊)들이 이곳에 산채를 짓고 숨어 살았나 싶다.

 

 

 

 

2018년 조사에서 이 계곡 약 2km에 걸쳐 원형의 제련로와 철을 만들고 난 슬래그(slag), 찌꺼기돌인 쇠똥이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철제 동종(鐵製 銅鐘)도 발견되었고, 삼국시대에서 조선조에 이르는 도기와 자기도 출토되었다고 한다.

 

 

 

투구꽃

 

 

 

 

조금 오르면서 등산로가 희미해진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비법정탐방로. 아마도 혼자라면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아름드리 신갈나무. 서울 주변의 산에는 아까시아재목버섯이 줄기 밑동에 붙어서 수명을 누리는 참나무들이 별로 없는데, 이곳의 참나무류들은 건강해 보인다.

 

 

 

 

성희 씨는 희미한 등산로를 헤쳐 가면서 연방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치운다. 앞장서 가던 성희 씨가 발견한 버섯. 오염된 노균이라 본래의 모습이 무엇인지 짐작도 하기 어렵다. 

 

 

 

 

오르고 올라도 두 발을 한 곳에 편히 디딜 수 있는 한 뼘의 공간조차 없는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뒷산을 오른다고 하여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두 시간 가까이 평지조차 없는 비탈길을 계속 오르고 있다. 엊저녁 술을 많이 마신 재완 씨는 힘든 모습이다.

 

 

 

 

 

참나무 줄기 사이로 서봉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나뭇가지들에 걸려 서봉에 초점을 맞추지 못해 아쉽다.

 

 

 

 

 

드디어 백두대간 주능선 등산로로 올라섰다.

 

 

 

서봉에서 흘러내리는 아래쪽 능선에 할미봉, 그 아래에 육십령, 그리고 저 멀리 중앙 대곡호 뒤로 영취산과 장안산이 보인다. 영취산 뒤편 하늘과 만나는 곳에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도 아스라이 그리메로 다가온다.

 

 

 

 

대간 능선 왼쪽은 경남 함양, 서쪽은 전북 장수이다.

 

 

 

 

 

관목 터널을 지나 드디어 서봉이 모습을 드러내고

 

 

 

 

성희 씨, 기석 형, 김윤환 님, 그리고 박재완 씨

 

 

 

 

 

대간 등산로 왼쪽으로 보이는 경남 함양 땅. 바로 아래 숲속에 자리잡은 '경남교육청 덕유학생교육원'과 그  왼쪽 아래 영각사가 내려다보인다. 

 

 

 

 

서봉에 먼저 도착해서 내 카메라를 향해 두 팔을 번쩍 든 성희 씨

 

 

 

 

 

 

드디어 서봉(1,492m)에 도착한다. 출발한 지 2시간 40분만이다. 약 700m에서 약 1500m까지 높이 직진 오르막길을 약 800m 오른 셈이다.

 

 

 

 

북쪽 월성재-삿갓봉-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능선길

 

 

 

 

건너편에 보이는 남덕유산(1,507m). 서봉보다 15m 높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보이는 서쪽 능선 방향

 

 

 

 

 

준비해 온 장계 김밥집의 김밥과 성희 씨가 깎아온 생 고구마와 호박고구마로 에너지를 보탠다.

 

 

 

남덕유산까지 다녀왔으면 싶기도 했으나 이곳에서 발길을 돌려 할미봉 쪽으로 내려서기로 한다.

 

 

 

 

내려서며 담아보는 서봉과 남덕유산

 

 

 

 

솔체꽃이 아직도 남아 있어 반갑다.

 

 

 

 

 

남덕유산

 

 

 

 

노각나무

 

 

 

 

 

서봉에서 출발한 지 1시간 30분 지나, 할미봉 못 미쳐 삼자봉에 도착. 영각사로 가려면 이곳에서 내려서야 한다.

 

 

육십령까지 가서 돌아가려면 시간이 많아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성희 씨는 송이 따는 사람들이 다니는 서쪽 능선을 타고 임도로 내려서기로 한다. 길은 없지만 사람들이 다닌 통로가 있어 그리 어렵지 않다.

 

 

 

 

 

25분쯤 걸려서 계곡으로 내려선다.

 

 

 

 

꽃향유

 

 

 

 

참취

 

 

 

 

 

 

그리고 이내 임도로 들어선다.

 

 

 

구절초

 

 

 

 

개쑥부쟁이

 

 

 

 

등골나물 수과

 

 

 

 

꽃향유

 

 

 

 

금강아지풀

 

 

 

 

능수참새그령

 

 

 

 

 

일반도로 못지 않게 넓게 만든 임도는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다. 공사한 지 얼마되지 않은 듯... 길을 걷는 데 무려 1시간 20여 분이나 걸려 성희 씨 집으로 도착한다.

 

산행을 마친 뒤 윤환 님은 떠나고, 넷이서 옆 뜰에서 삼겹살과 목살을 안주로 2차 술자리를 가진다. 라다크에서 맺은 열흘 간의 인연을 이렇게 멋지게 이어준 성희씨께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