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변에서는 홍릉수목원에서만 봤을 뿐
다른 곳에서는 목질부가 뚜렷한 좀깨잎나무를 만난 적이 없다.
좀깨잎나무는 나무이고 거북꼬리는 풀임에도
내로라 하는 야생화 고수들도
좀깨잎나무와 거북꼬리를 확실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인터넷에선 중구난방으로 이들 이미지가 올라서 혼란을 부채질한다.
<첫째> 좀깨잎나무
내 고향에서 만난 좀깨잎나무를 한번 보자.
이건 논이 묵어서 맘껏 자라서 꽃을 피운 좀깨잎나무이다.
키가 1m를 넘을 정도로 딱딱히 굳은 목질부가 확실히 보인다.
묵은 논언덕이 아니었다면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해마다 농사꾼들이 논두렁을 낫으로 깎기 때문에
목질부는 거의 땅에 닿는 수준으로 잘려 나가버리고
땅에 붙은 목질부에서 우묵하게 연한 새 줄기와 잎이 나는데,
이 놈을 소가 아주 맛있게 잘 먹어 쇠꼴 제 1순위로 꼽힌다.
그런데 보다시피 거치(톱니)의 숫자가 몇 개 되지 않을 정도로 잎이 작다.
'좀깨잎'이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좀'스럽게 작다.
그리고 잎끝의 꼬리가 제법 길게 나와 있다.
그러나 이 모양을 보고 거북꼬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둘째> 개모시풀
다음은 내가 개모시풀로 알고 있는 이 녀석을 보자.
이 녀석도 묵은 논에서 제멋대로 자라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원형의 모습이다.
잎이 좀깨잎나무에 비하면 10배쯤 크다.
목질부라는 것이 따로 없고 줄기가 땅에서 바로 쭉 자라났다.
풀이라는 분명한 증거이고, 잎끝에 꼬리라고 할 만한 것이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개모시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셋째> 왜모시풀
응달 언덕에는 잎 모양이나 잎자루의 색깔이 좀깨잎나무와 비슷한데,
크기는 개모시풀과 비슷한 풀이 자라고 있다.
위의 것은 꽃이 덜 핀 것인데, 아래는 꽃이 피고 진 모습이다.
잎끝이 뾰족하고 잎이 더 두꺼운 이것은 왜모시풀로 보인다.
<넷째> 거북꼬리
도대체 거북꼬리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아래는 서울 주변에서 만난 것인데, 좀깨잎나무와는 아주 다르다.
잎이 위의 개모시풀처럼 손바닥만하게 크고
거치(톱니)의 수도 좀깨잎나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아무리 찾아 봐도 목질부를 발견할 수 없는데
잎끝에 꼬리는 길게 나와 있고 모시풀과는 다른 모양이니
당연히 거북꼬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물론 잎끝이 3갈래로 정확하게 나뉘어지는 것이 거북꼬리이니
갈라지지 않은 이것은 풀거북꼬리로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것의 동정을 구했더니 좀깨잎나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이것이 맨 앞의 좀깨잎나무와 같은 종이란 말일까?
그럼에도 이런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거북꼬리는
다음처럼 잎끝이 거의 같은 크기로 3갈래로 갈라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거북꼬리의 전형인 듯 인용되고 있기도 하다.
* 위의 두 그림은 그리스탈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lovessym/140018473396에서 인용함
그런데, 산이란 산을 다 쏘아 다녔어도 이런 풀을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으니
거북의꼬리가 그렇게 희귀한 식물일까....?
이렇게 갈라진 것은 단순 변이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 모습은 잎끝만 크게 셋으로 갈라졌을 뿐
3맥으로 뚜렷이 갈라진 도감의 이미지와는 달라 보인다.
그리고 울릉도에서 거북꼬리라고 생각되는 것을 만났는데,
잎끝이 크게 세 갈래로 갈라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섞여서 자라는 것을 보았다.
혹시나 좀깨잎나무일까 싶어서
뿌리 가까운 쪽을 다 뒤져보아도 목질부는 없었다.
도감이나 백과사전에서도 거북꼬리는 3맥이 뚜렷하다 했는데
이 이미지는 좀깨잎나무나 개모시풀과는 달리 3맥이 뚜렷하지 않은가.
그러니 이것을 거북꼬리와 풀거북꼬리로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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