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앵초꽃, 앵초 이야기

모산재 2006. 5. 16. 22:34

 

광릉

 

 

 

 

 

 

 

 



※ 앵초(櫻草) 이야기 : Primula sieboldii | Primrose

 


앵초(櫻草)라는 이름은 꽃 모양이 앵도나무 꽃과 비슷해서 붙여진 것이다. 앵초의 학명인 프리물라 베리스(Purimula veris)는 라틴어로서 '첫째'를 의미하는 프리무스(primus)와 '봄'을 뜻하는 베리스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앵초가 가장 이른 봄에 자라나 꽃을 피우는 것에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처녀들이 앵초꽃으로 언제 신랑을 만나 결혼할 수 있는지 점을 치기도 했고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재료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열린다고 하여 꽃 향기가 담긴 물을 사랑하는 사람의 베개에 뿌리기도 하고, 연인들끼리 앵초꽃을 서로 선물하기도 하였다.


북유럽에서는 사랑의 여신인 프라이야 (Freya)에게 앵초꽃을 바쳤다고 하는데, 앵초꽃이 보물이 많은 프라이야 궁전의 자물쇠를 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프라이야 여신은 운명과 하늘 그리고 별의 지배자였고 동시에 육감적 사랑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앵초는 독일어로 '열쇠꽃' 이라는 뜻의 슐리셀블루메(Schlusselblume) 라 불린다. 그러나 기독교의 영향으로 앵초는 프라이아 여신 대신 성모 마리아에게 바쳐졌고 '성모 마리아의 열쇠'라는 뜻의 마리엔슐리셀(Marienschlussel)이라고 불렀다. 앵초의 꽃으로 천국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믿었다. 비슷한 이유로 성 베드로의 열쇠(Petersschlussel), 성 베드로의 꽃(Petersblume) 그리고 천국의 열쇠(Himmelsblume)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이는 성 베드로가 예수에게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약속한 데서 비롯되었다. 


앵초(櫻草)는 앵두나무 꽃을 닯은 풀'이라는 뜻의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졌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앵초의 영어 이름은 뜻밖에도 '소의 똥'이라는 뜻을 가진  '카우슬립(Cowslip)이니 민망스럽기만하다. 소(Cow)가 똥(Slip)을 싸 놓은 곳에 앵초가 잘 자라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이름으로까지 굳어진 것은 좀 너무 하지 않은가.

 

 

 


뿌리는 비스듬히 땅속을 기어간다. 대개 키가 20cm 정도 자라면 땅속 뿌리에서 잎이 모여 나는데 꽃대 또한 이곳에서 나온다. 잎이 없는 꽃대의 위쪽에 5~6개의 분홍색 꽃이 모여 우산 모양의 꽃차례를 이룬다. 잎은 연한 녹색으로 잎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는데, 처음 싹이 날 때는 많은 털로 덮여 있다.

앵초의 꽃은 수술이 암술머리보다 높은 곳에 있거나 그와 반대인 경우의 두 종류로 나뉜다. 이는 제꽃가루받이 즉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함이다. 수술의 위치가 암술머리보다 높은 꽃의 경우, 수술은 암술보다 먼저 성숙해 꽃가루를 만든다. 이때 암술은 아직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암술과 수술이 한 꽃 안에 있다 하더라도 암술은 꽃가루받이를 할 수 없다. 수술이 암술머리보다 낮은 꽃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암술이 먼저 성숙하게 되며, 이렇게 암술과 수술이 성숙되는 시기를 달리함으로써 제꽃가루받이를 피하게 된다. 다른 앵초의 꽃가루로 수분과 수정을 하면 환경 변화 등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는 종자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개나리꽃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앵초는 주로 숲속의 축축한 땅에서 자란다. 한국에는 큰앵초, 높은 산에서 자라는 설앵초, 잎이 작고 뒷면에 노란색 가루가 붙어 있는 좀설앵초 등 10여 종이 서식한다. 

뿌리는 가래를 해소하는 작용을 하므로 기관지염에 약용한다. 꽃은 천식이나 기침에 마시는 약차의 재료로 이용되며, 앵초 기름은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