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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이야기

앵초 Primula sieboldii, 앵초 이야기

by 모산재 2006. 5. 16.

 

광릉 숲속에 앵초꽃이 환하게 피었다. 아름다운 방사상 꽃차례로 피는 분홍빛 꽃은 어떤 봄꽃보다 화사하고 아름답다. 우리나라 전역 볕이 잘 드는 산지 골짜기나 냇가의 습지에 자라는 앵초과 앵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2006. 04. 30.  광릉

 

 

 

 

 

※ 앵초(櫻草) 이야기 : Primula sieboldii | Primrose

 

'앵초(櫻草)'라는 이름은 꽃 모양이 앵도나무 꽃과 비슷해서 붙여진 것이다. 앵초의 학명인 프리물라 베리스(Purimula veris)는 라틴어로서 '첫째'를 의미하는 프리무스(primus)와 '봄'을 뜻하는 베리스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앵초가 가장 이른 봄에 자라나 꽃을 피우는 것에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앵초의 꽃말은 꽃말은 '행복의 열쇠'·'가련'이라고 한다.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의미의 꽃말에는 그에 맞는 이야기들이 전하고 있다. 꽃의 여신 플로라의 아들 파랄리소스(Paralisos)가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을 승락받지 못한 슬픔으로 죽어서 앵초가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앵초는 이루어지지 못한 슬픈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처녀들이 앵초꽃으로 언제 신랑을 만나 결혼할 수 있는지 점을 치기도 했고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재료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열린다고 하여 꽃 향기가 담긴 물을 사랑하는 사람의 베개에 뿌리기도 하고, 연인들끼리 앵초꽃을 서로 선물하기도 하였다.

북유럽에서는 사랑의 여신인 프라이야 (Freya)에게 앵초꽃을 바쳤다고 하는데, 앵초꽃이 보물이 많은 프라이야 궁전의 자물쇠를 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프라이야 여신은 운명과 하늘 그리고 별의 지배자였고 동시에 육감적 사랑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앵초는 독일어로 '열쇠꽃' 이라는 뜻의 슐리셀블루메(Schlusselblume)라 불린다. 독일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독일의 어느 산골마을에 사는 리스베스라는 소녀는 병마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어느 봄날 아름다운 앵초를 찾아 나섰다. 앵초를 발견하고 채취하려고 하자 꽃의 요정이 나타나 앵초꽃 한 송이를 꽂으면 열리는 성문이 있음을 알려주고 사라졌다. 소녀는 정령이 시키는 대로 앵초로 성문을 열고 주인을 만나 보물천국으로 안내되었다, 눈에 보이는 보물 중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는 작은 구슬 하나를 선택하여 집으로 돌아와 어머님께 보여드리자 어머니의 병은 깨끗이 나았다. 소녀는 자신의 마음씨에 감동한 성의 주인이 청혼하여 결혼하였다.

그러나 기독교의 영향으로 앵초는 프라이아 여신 대신 성모 마리아에게 바쳐졌고 '성모 마리아의 열쇠'라는 뜻의 마리엔슐리셀(Marienschlussel)이라고 불렀다. 앵초의 꽃으로 천국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믿었다. 비슷한 이유로 성 베드로의 열쇠(Petersschlussel), 성 베드로의 꽃(Petersblume) 그리고 천국의 열쇠(Himmelsblume)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이는 성 베드로가 예수에게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약속한 데서 비롯되었다.

 

앵초(櫻草)는 앵두나무 꽃을 닮은 풀'이라는 뜻의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졌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앵초의 영어 이름은 뜻밖에도 '소의 똥'이라는 뜻을 가진 '카우슬립(Cowslip)이니 민망스럽기만하다. 소(Cow)가 똥(Slip)을 싸 놓은 곳에 앵초가 잘 자라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아름다운 앵초에 이런 이름까지 붙인 것은 좀 너무 하지 않은가.

 

앵초 뿌리는 비스듬히 땅속을 기어간다. 대개 키가 20cm 정도 자라면 땅속 뿌리에서 잎이 모여 나는데 꽃대 또한 이곳에서 나온다. 잎이 없는 꽃대의 위쪽에 5~6개의 분홍색 꽃이 모여 우산 모양의 꽃차례를 이룬다. 잎은 연한 녹색으로 잎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는데, 처음 싹이 날 때는 많은 털로 덮여 있다.

앵초의 꽃은 수술이 암술머리보다 높은 곳에 있거나 그와 반대인 경우의 두 종류로 나뉜다. 이는 제꽃가루받이 즉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함이다. 수술의 위치가 암술머리보다 높은 꽃의 경우, 수술은 암술보다 먼저 성숙해 꽃가루를 만든다. 이때 암술은 아직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암술과 수술이 한 꽃 안에 있다 하더라도 암술은 꽃가루받이를 할 수 없다. 수술이 암술머리보다 낮은 꽃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암술이 먼저 성숙하게 되며, 이렇게 암술과 수술이 성숙되는 시기를 달리함으로써 제꽃가루받이를 피하게 된다. 다른 앵초의 꽃가루로 수분과 수정을 하면 환경 변화 등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는 종자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개나리꽃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앵초는 주로 숲속의 축축한 땅에서 자란다. 한국에는 큰앵초, 높은 산에서 자라는 설앵초, 잎이 작고 뒷면에 노란색 가루가 붙어 있는 좀설앵초 등 10여 종이 서식한다.

앵초 뿌리는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으며 가래를 해소하는 효능이 있어 천식, 기관지염에 약용한다. 또한 신경통, 관절염에도 사용한다. 꽃은 천식이나 기침에 마시는 약차의 재료로 이용되며, 앵초 기름은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