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가장 이르게 피는 바람꽃, 변산바람꽃

모산재 2007. 2. 27. 00:24

 

혹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아무런 정보도 준비도 없이 무작정

변산이란 이름만 듣고 떠난 길이었길래...

 

소문으로만 듣고 이미지로만 보며

나도 다른 이들처럼 몰래 사랑을 키웠던,

변산바람아씨라고 불리던 변산바람꽃을

변산의 어느 골짜기에서 만나고

얼마나 숨멎을 듯한 황홀함에 젖었던가.

 

 

 

 

 

 

 

채석강의 어느 여관, 꿈속에서

변산의 그 넓은 산이란 산은 모두

하늘하늘 변산바람꽃으로 덮여 있었다.

 

그러나 내소사 직소폭포 관음봉 그 어디를 가도

바람꽃의 흔적은 없고,

 

관음봉 오르는 등산로에서

국립공원 관리하는 분을 만나 꽃소식을 물었더니

꽃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에 멸종 상태에 빠졌다며

"죄송합니다."라고만 하실 뿐 장소를 알려주지 않는다.

 

 

 

 

 

 

 

 

어떻게 운이 좋아 찾아간 골짜기에서 만난 변산바람꽃은

겨우 한 할머니의 몇 뙈기 개울가 밭 언덕에서 

위태위태한 생존을 이어가고 있었다.

 

군데군데 언덕이 패여 달아나고

일부 바람꽃은 뿌리를 드러낸 채 시들시들 힘겨워 하고 있었고

 

아무리 꽃을 사랑하고 조심스러운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하루에도 수백 명이 다녀가는 발길과 카메라 세례에

더러는 밟히고 상처 받은 흔적들이 남았다.

 

 

 

 

  

 

 

 

오로지 밭 주인 할머니의 호의와 꽃을 찾는 사람들의 생명 사랑에만 내 맡겨진 채

보호를 받는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초라한 3칸 스레트집에 외롭게 혼자 사시는

여든도 훨씬 넘었다는 할머니는

집앞을 지나는 길에 흰 노끈으로 금줄을 쳐 놓으시고

마루에 앉아 푸념을 하신다.

 

밭을 맘대로 건너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어

바로 아래 다른 사람의 밭 언덕은 포크레인으로 파 엎었다며

당신은 그렇게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고...

 

 

 

  

 

 

 

 

 

 

 

 

할머니의 푸념을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에

할머니가 마루 위에  봉지봉지 담아 놓은

오가피 한 봉지 사 들고 돌아서는 길

 

당국에 보호 조치라도 요청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올 여름 장마에 부디 뿌리 쓸려 나가지 말고

씨앗 잘 여물어 더 멀리 넓은 땅으로 퍼져나가기를 빌어 본다.

 

 

 

 

변산바람꽃 Eranthis byunsanensis B.Y. Sun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 흰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실상은 꽃받침이고, 깔때기 모양을 한 초록색이 꽃잎이다. 

 

 

키는 10㎝ 정도로 자라고 햇볕이 잘 드는 산지의 습기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땅속 덩이뿌리 맨 위에서 줄기와 꽃받침이 나오고, 꽃잎은 꽃받침 안쪽의 수술과 섞여서 깔때기 모양으로 솟아오른다. 꽃잎은 노랑 또는 녹색으로,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10개가 넘게 달린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데, 보통 우산처럼 생긴 꽃받침 5장이 꽃잎과 수술을 떠받들 듯 받치고 있다. 처음에는 꽃받침 끝이 위로 향하다가, 차츰 밑으로 처지면서 느슨하게 허리를 뒤로 젖히는 듯한 모습으로 바뀐다. 꽃받침은 5~7장인데, 꽃받침 길이는 3~5㎝, 나비는 1~3㎝이다. 수술 수가 많고, 열매는 4월에 익는다.

 

한국 특산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서 자라는 종과 같은 것이라는 설도 있다. 1993년 전북대학교 선병륜() 교수가 변산반도에서 채집해 한국 특산종으로 발표하였기 때문에, 학명도 발견지인 변산과 그의 이름이 그대로 채택되었다.

 

변산반도, 마이산,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토함산, 서해의 섬 등지에 자생한다. 꽃이 매우 앙증맞고 예쁘장해 관상용으로 심기도 하는데, 개체 수가 많지 않아 보존이 필요한 식물종이다. (여러 정보들을 종합하여 정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