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다랑쉬굴, 4.3 비극의 현장을 찾다

모산재 2016. 12. 25. 17:45

 

다랑쉬오름을 내려와서 바로 다랑쉬굴을 찾아 나선다.

 

다랑쉬굴을 가려면 먼저 사라져 버린 다랑쉬 마을 입구를 지나야 한다.

 

다랑쉬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잃어버린 마을, 다랑쉬' 표석이 예전 그대로 서 있는데 4.3의 비극적 증인인 듯 묵묵히 지키고 서 있던 아름드리 팽나무는 무슨 일인지 고사하여 가지는 풍화되어 사라지고 버섯들이 다닥다닥 붙은 몸통만 남아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근육질을 자랑하며 튼튼하게 자라던 나무가 저렇게 갑자기 고사목으로 변해 있다니!  그 날의 비극을 증언해 줄 마을의 상징이 사라진 듯 참으로 믿을 수 없고 안타깝기만 하다.

 

 

 

 

다랑쉬오름을 눈 앞에 둔 다랑쉬 마을에는 20여 가구의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다. 1948년 제주 땅을 피로 물들였던 4·3사건이 터지고 중산간마을은 군경토벌대의 표적이 되고 마을 사람들은 살기 위해 오름 앞 들판에 있던 다랑쉬굴로 숨었고, 마을은 토벌대가 불을 질러 폐허가 되었다. 마을사람들이 숨었던 굴은 토벌대에 의해 발견되고, 토벌대는 굴 입구에 불을 질러 질식시키고 몰살하였다.

1992년, 44년만에 다랑쉬굴에서 질식되어 죽어간 11구의 주검이 발견되었다. 아홉 살 어린이부터 51세의 아주머니까지 모두 민간인이었다. 그 옆으로는 질그릇, 놋그릇, 놋수저, 무쇠솥, 항아리 등 생활용품이 널려 있었다. 하지만 발굴 직후 행정 당국은 시신을 급히 화장하여 바다에 뿌리고 다랑쉬굴 입구를 폐쇄해 버렸다.

 

 

다행히 몇 년 전과 달리 다랑쉬굴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다랑쉬굴로 이동하며 돌아본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굴로 가는 잡초 우거진 들판의 길. 바로 앞에 보이는 구릉은 용눈이오름.

 

몇 년 전에 찾았을 때에는 이정표가 없어 이 주변을 헤매다 그냥 돌아섰는데, 오늘은 이정표 덕분에 쉽게 찾는다.

 

 

 

작은 언덕을 넘어서자 바로 눈앞에 나타나는 다랑쉬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커다란 바위로 막혀 있었던 다랑쉬굴 입구. 기어 들어가기에도 힘들 정도로 입구는 좁다.

 

 

 

 

 

☞ 다랑쉬굴의 비극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 https://kheenn.tistory.com/

 

4.3의 비극을 지켜본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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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자료 : 제주 MBC <다랑쉬굴의 침묵>

 

 

 

 

 

※ 다큐멘타리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

 

제주시에서 제작한 제주 4·3 희생자 발굴에 관한 다큐멘터리. 1992년 11구의 4·3 희생자 발굴 과정과 사건의 진상, 유골 발굴 이후 경찰과 행정 당국이 유족들을 회유하는 모습, 관계 당국의 강제 화장과 다랑쉬굴 입구 봉쇄 과정 등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억울한 영혼들을 다시 한번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 참담한 상황과 더불어 유골을 둘러싼 제주4.3연구소와 북제주 군청 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