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제주 올레 13코스(용수포구-저지오름) 풀꽃나무 산책

모산재 2016. 12. 19. 16:15


일주일 간의 겨울 제주 여행...


O, L 두 형과 H 등과 함께 모두 네 사람. 저녁 무렵 제주에 도착하여 첫날 밤은 O형의 누님 댁에서 보내게 되었다. 






두 형은 몸 상태가 좋지 못하여 한 주일 내내 H와 둘이서 트레킹을 해야 할 상황...


다음 날 여행 첫 일정으로 올레 13코스를 걷기로 하고 아침 식사 후 13코스 출발점인 용수포구로 향한다.



택시를 타고 월랑 입구 정류장에서 702번 버스를 타고 용수리 충혼묘지 정류소에 내린다. 용수포구로부터 약1.4km 떨어진 13코스 중간 지점이지만 용수포구로부터 온전히 트레킹할 양으로 용수포구로 갔다 되나오기로 한다. 



날씨는 흐리고 바람이 제법 거센 날씨... 춥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용수포구 가는 길





제주 올레 13코스는 용수포구에서 저지오름(닥마르오름)까지 약 15km쯤...





주로 해안을 도는 여느 올레길과는 달리 13코스는 출발점인 용수포구만 바다와 만날 뿐 줄곧 바다와 반대 방향인 중산간 내륙으로 이어진다. 마을도 별로 없는 야산 숲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전망이 좋은 저지오름에서 끝난다.



용수포구에 도착하니 갯바위에는 거센 바람에 밀려온 물결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고 있고, 멀리 차귀도가 그림처럼 바다에 떠 있다.





차귀도는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무인도.


모두 세 개의 섬으로 되어 있는데, 오른쪽 큰 섬이 차귀도 가운데 세 개의 바위로 된 섬이 와도, 차귀도 왼쪽으로 삼각형으로 된 바위섬이 지실이섬이다.





멀리 수월봉휴게소의 고산기상대가 보인다.




수월봉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바람 센 곳으로 알려진 곳. 기상관측상 폭풍으로 분류되는 초당 풍속 13.9m를 넘는 날이 연중 71일에 달한다고 한다. 수월봉에 세워진 이 기상대는 태풍을 감시하고 황사를 관측하는 곳. 





대나무가 많이 자라 조선시대에는 '죽도'라 불리던 섬, 일제강점기 이후에 차귀도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지실이섬(독수리바위)과 차귀도(죽도)




차귀도(島)라는 섬 이름이 독특한데, 여기에는 송나라 사람으로 고려에 귀화하여 예종의 사랑과 후대를 받은 호종단()이라는 인물과 관련된 전설이 전하고 있다. 


중국 송나라  푸저우(州) 사람 호종단()이 이 섬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여 섬의 지맥과 수맥을 모조리 끊은 뒤 고산 앞바다로 돌아가는 길에 날쌘 매를 만났는데 매가 돛대 위에 앉자 별안간 돌풍이 일어 배가 가라앉았다. 이 매는 한라산의 수호신으로 지맥을 끊은 호종단이 돌아가는 것[]을 막았다[] 하여 차귀도라 불렀다.




와도(臥島), 사람이 누워 있는 형상 같기도...





포구 해안 방풍림에서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변을 당해 돌아오지 않자 나무에 목을 매고 죽은 뒤 남편의 시신이 떠올랐다는 전설이 전하는 절부암(節婦巖)도 돌아보고...



용수포구 바닷바람을 쐰 다음 올레 13코스로 되밟아 나간다.





길 가에서 만난 사초과의 풀, 낯선 모습으로 무엇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바람이 거세어 사진을 찍기도 어려울 정도...





아까 버스에서 내렸던 용수교차로를 지나고, 중산간 지역을 향해 길은 이어진다.




길 위에서 만나는 뜻밖의 작은 건물, '순례자의 교회'란다. 여행자들이 잠시 묵상에 잠길 수 있도록 배려한 작은 공간...






용수저수지(뱅뒷물저수지)




용수저수지는 천연기념물인 황새 도래지로 보호수면으로 지정된 곳이란다. 황새 외에도 백로, 왜가리, 바다오리 등 철새들이 서식한다는데, 수면에 무리지어 떠 있는 조류들이 무엇인지는 너무 멀어서 알아볼 수 없다.











용수저수지를 지나자 길은 이내 특전사숲길로 이어진다. 제13 공수특전여단 병사들 50여 명이 이틀간 지원하여 복원한 길이라 한다.





상동나무 열매





한겨울에도 꽃을 달고 있는 가시엉겅퀴






숲길 속에도 이렇게 돌담들이 보인다. 





개구리발톱







마늘밭





밭가운데 돌무더기 위 색색의 천으로 꾸민 허수아비들이 시선을 붙든다.





여기서부터 고사리숲길이라 하던가...





상록의 숲을 이룬 가는쇠고사리 군락을 만난다.






고사리삼





소나무 숲 지대. 갈을 넓히는 작업 중인지 숲 훼손이 심한 게 많이 거슬린다.





붉은 열매를 단 자금우 군락






키가 워낙 높아서 큰봉의꼬리로 생각했던 것이 자세히 보니 중축에 날개가 있다. 그냥 봉의꼬리!


키가 큰 잎 뒷면 양쪽 가장자리 띠 모양의 갈색 포자는 잎이 말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브로콜리가 꽃을 피운 모습을 처음으로 본다.





밭길가에서 만난 풀, 잎과 열매 모양이 나도공단풀이지 싶다. 





별고사리





키가 아주 높은 이 녀석도 잎 중축에 날개가 있으니 그냥 봉의꼬리겠다.





낙천리 아홉굿마을




동네 이름에 굿이 들어가 있어 샤마니즘이나 놀이와 관련 있나 싶었는데, 아홉 가지가 좋은(good) 동네라는 뜻으로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서 만든 조어라 한다. 샘이 풍부한 마을이라 서새미마을 또는 낙새미마을로 불리던 것이 낙천리가 된 모양이다.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의자공원... 참 특이하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의자 조형물 1000개를 제작하여 만든 공원이란다.







의자공원 가운데 자리잡은 간이휴게소, 수다뜰







이미 오후 2시가 다 된 시각, '옛날도시락'인가를 주문하여 점심 요기를 한다. 





작은 동네인데 체험관, 공연 공간 등의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멀구슬나무 고목





낙천리에서 시작되는 돌담길인 이 잣길은 2011년에 복원하여 올레길 코스로 편입하였단다.




제주도를징하는 것으로는 한라산과 오름 외에 해녀, 초가집, 감귤, 돌하르방을 꼽을 수 있겠지만 제주 곳곳에서 만나는 검은 돌담이야말로 으뜸이 아닌가 싶다. 잣담이라 부르는 이 돌담은 경작지를 만들 때 나온 돌들을 한쪽에 쌓으면서 저절로 밭과 밭의 경계를 구분 짓는 돌담이 되었을 것이다.


제주도를 방문했던 조선시대 어느 선비가 제주도의 돌담을 보고 ‘흑룡만리()’라 했다더니, 끝없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이 돌담길을 걷는 재미야말로 제주 올레의 정수가 아닐까 싶다. 제주대 어느 연구팀이 재어본 밭돌담의 길이가 2만 2천km가 넘는다 하지 않던가. 서울성곽이나 수원화성 같은 문화유산에 비해 손색이 있을까? 제주 돌담이야말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마땅한 문화재가 아닐까 싶다.





봉의꼬리





잎 모양이 좀 달라 보여 긴잎도깨비쇠고비일까 했는데 포자낭 중심의 검은 포막이 작은 걸로 보아 그냥 도깨비쇠고비인 듯...






왁살고사리 ?





뒷동산 아리랑길로 접어들었나 싶다. 뒤편으로 보이는 오름이 저지오름인 듯...







수령 400여 년이 된 보호수, 팽나무






저지오름을 향해 구불구불 오르는 길이라 '뒷동산아리랑길'이란 이름을 붙였단다.






이 벼과의 식물은 그냥 갈대...?





귀리





눈앞에 다가서는 저지오름





저지오름 입구





저지오름()은 우리말이 한자어로 정착된 이름인데, 닥나무()가 많아 '닥몰오름' 또는 '닥모루오름'이라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오름 북서쪽 능선에 오름허릿당 또는 할망당으로 부르는 당집이 있어 '당모르오름''이라 불렀던 것이 변음된 뒤 한자어로 정착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저지오름은 반듯한 형태의 화산체를 가졌는데, 분화구를 중심으로 사방의 경사와 거리가 비슷한 원추형을 이루고 있다. 높이 239.3m 비고 104m 둘레는 2,542m로, 화구 둘레 약 900m 깊이 약 60m쯤 되는 가파른 깔때기형 산상분화구를 갖고 있다.



2007년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게 된 오름이다.



오름 오르는 길





분화구에 능선에 오르고...







갈때기 모양의 가파른 분화구 모습






저지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



서쪽 용수포구와 차귀도 방향. 중앙 오른쪽으로 수월봉과 당오름이 솟아 있다.





북쪽 비양도, 느지리오름 방향






남쪽 삼방산, 단산(바굼지오름) 방향






차귀도 앞바다엔 일몰의 아름다운 빛내림...





소나무를 타고 올라 주렁주렁 열매를 단 노랑하늘타리





오미자 같은 붉은 열매를 단 후추등






오름을 되내려와 기슭을 한 바튀 돌아보다 저지마을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방향을 잘못잡아 북쪽 저지마을이 아닌 서쪽의 수동마을 쪽으로 들어선 모양이다.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아 한림의 택시를 불러 한림으로 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제주 시내로 돌아온다. 13코스 연장하여 14코스까지 걷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H가 짐을 두고 와 다시 O형의 누님 집으로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