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5월 하순, 남한산성 성곽길 따라 풀꽃나무 산책

모산재 2015. 5. 26. 00:21

 

별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요즘 늘 피로하고 고단하다. 

 

뭘 잘 배우려 하지 않는 내가 공짜 기타 강습이 있다 하여 낼름 신청하고 두 번 참석했다 일과가 끝난 후 너무 피곤해서 그냥 퇴근해버렸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쉬기는커녕 새벽 두 시가 될 때까지 잠도 안 자고 일에 빠져 있으니 원...

 

나의 피로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나쁜 버릇 탓일 거다. 

 

 

 

오전에는 이런 저런 정리를 하다 오후에 참으로 오랜만에 남한산성 산책에 나섰다.

 

마천 쪽으로 올라가기에는 시간이 바쁠 것 같아 산성역에서 버스를 타고 산성으로 오른다.

 

 

주차장에 내리니 행궁 입구 주막채 앞 마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가운데 신나는 풍물굿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행사의 주인공은 나이 드신 분이거나 아주머니들인 경우가 많은데, 오늘의 마당굿은 얼굴이 애띠어 보이는 젊은이들이 이끌고 있는데 동작이 힘차다.    

 

특히 반동을 이용하여 공중돌기하는 동작인 자반뒤지기를 할 때에는 사람들의 찬탄 섞인 함성과 힘찬 박수소리가 일어난다.

 

 

 

 

 

 

산성 축제일 등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주말마다 이런 민속 공연이 있다면 참 좋은 일이다. 전통 풍물놀이의 신명을 경험하는 좋은 행사...

 

 

 

 

마당 주변 수로에는 붓꽃과 창포, 노란꽃창포 화려한 꽃들이 풍성하게 피었다.

 

 

붓꽃

 

 

 

 

꽃창포

 

 

 

 

노란꽃창포

 

 

 

 

북문, 4년 전에 꽃을 피우던 그 자리에 지느러미 엉겅퀴가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다.

 

 

 

 

세잎나기인 새콩, 줄기의 맨 아랫잎은 어김없이 외잎으로 마주나기 하고 있다. 떡잎인가?

 

 

 

 

털이 거의 없는 민졸방제비꽃이 성벽에 기대어 만개하고 있다.

 

 

 

 

강렬한 햇살 아래 백당나무가 흰 꽃을 활짝 피웠다.

 

 

 

 

고광나무의 흰 꽃은 우아하고 아름답다.  

 

 

 

 

그러고보니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에는 흰 꽃이 거의 대세로 보인다.

 

녹음 속에서 곤충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색깔이 흰색이기 때문이다.

 

 

성벽에 우드풀로 보이는 양치식물이 한 무더기가 자라고 있다.

 

 

 

 

성벽에는 이제 곧 꽃을 피울 기린초들이 무성히 자라는데,

그 속에서 털장대가 키재기하듯 높이 자라며 작은 흰 꽃을 피우고 있다.

 

 

 

잎의 앞뒷면은 이렇게 잔털이 무성하다.

 

 

 

 

할미밀망도 꽃을 피우고 있다.

 

할미밀망의 계절이 지나고 나면 사위질빵이 꽃을 피울 것이다.

 

 

 

 

좁쌀만큼 작은 국수나무의 꽃,

들여다보면 짧은 꽃받침도 꽃잎과 비슷하여 마치 5장의 긴 꽃잎과 5장의 짧은 꽃잎이 교차한 듯 독특한 모습이다.

 

 

 

 

산벚나무 열매가 붉게 익어가고 있다.

 

 

 

 

털갈매나무라고 알려진 이 나무는 잎이 어긋나기로 되어 있어 짝자래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경기도에는 짝자래나무가 없다는 설이 있고,

짝자래나무는 열매가 드문드문 달리고 열매자루가 잎자루보다 짧다는 설이 있어

나도 털갈매나무로 정리는 해 놓았지만 그 점 외에 뭐가 다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노박덩굴도 커다란 잎겨드랑이에 겸손하게 녹색꽃을 피웠다. 그런데 열매를 맺지 못하는 수꽃이다.

 

 

 

 

은방울꽃은 정말 앙증스럽지 않은가.

 

꽃 등을 타고 노는 개미 한 마리...

 

 

 

 

다시 성 안으로 진입하여 서문 쪽으로 되오르기로 한다.

 

성곽길에 주변에는 길뚝사초들이 잔디처럼 퍼져 있다.

 

 

 

 

북문 방향의 성곽 풍경

 

 

 

 

 

 

산딸기 꽃은 거의 지고 있는 모습이다.

 

 

 

 

무성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쪽동백은 꽃등을 달고 그늘을 밝히고 있다.

 

 

 

 

단풍나무와 달리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당단풍나무 열매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새삼 확인한다.

 

 

 

 

습한 그늘에 군락을 이루고 열매를 맺고 있는 벼과의 이 풀,

작은 이삭이 2개씩 마주나고 있어서 실포아풀이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자세히 보니 줄기 위쪽에서는 둘이지만 아래쪽에서는 3개도 있다.

 

가는포아풀인가 했는데, 가는포아풀은 여러해살이풀이고 분포지가 북부지방이다. 그럼 뭔가?

 

 

 

 

보릿고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꽃, 5월은 찔레꽃의 계절이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큰뱀무가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오랜만에 이 꽃을 만나서인지, 이 녀석이 이렇게 예뻤던가 싶었다.

 

 

 

 

욘석은 포가 짧으니괭이사초겠지...

 

 

 

 

괴불나무는 거의 금빛으로 변하고 있어 끝물이다.

 

유난히 날씨가 더운 탓으로 꽃의 시계는도 일 주일쯤은 빠른 것 같다. 

 

 

 

 

수 년 전만 해도 개체수가 제법 많았던 이곳의 참꽃받이(참꽃바지)는 멸종을 걱정해야 할 듯...

 

나란히 자라고 있는 두 개체만 발견했을 뿐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성곽 돌담을 자생지로 삼는 털장대를 한번 더 담아 보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개찌버리사초를 담아 본다.

 

 

 

이삭자루가 선명히 보이는 것으로 비슷한 사초인 골사초가 아님은 분명하다.

 

 

아직도 참꽃마리가 하늘빛 꽃을 피우고 있어서 반갑다.

 

 

 

 

서울족도리풀은 화관이 검게 변한 채 열매가 성숙되고 있다.

 

 

 

 

삼지구엽초가 자라던 곳을 찾았는데 잡목으로 덤불이 너무도 우거져 있어 찾을 수가 없다.

 

빛이 거의 들지 못하는 이런 환경의 변화 속에서 어쩌면 사라졌을 것만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날아올랐다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팔랑나비, 왕자팔랑나비다.

 

 

 

 

아름다운 향기를 자랑하는 보리수나무

 

 

 

 

땅에서 짧은 줄기가 자라난 딱총나무가 꽃을 피운 자리에 열매를 달았다.

조금 더 지나면 붉은 열매가 되리라. 

 

 

 

 

꿩의다리는 꽃보다도 이 계절의 잎모양이 더 매력적이다. 

 

곧 꽃을 피우게 되겠지.

 

 

 

 

J에게서 메시지가 와서 하산하기로 한다. 

 

 

좁쌀풀이 가지 끝에 꽃차례를 내고 꽃을 피울 계절이 다가온다.

 

 

 

 

내려서는 데크 계단길에서 백당나무 꽃을 한번 더 담는 것으로 남한산성 풀꽃나무 산책을 끝내기로 한다. 

 

 

 

 

주차장으로 마중 나온 J와 함께 거여동 어느 식당에서 쭈꾸미삼결살 숯불구이에 소주 한 잔!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한다.